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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피해구제법 반대와 찬성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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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피해구제법 반대와 찬성 사이
  • 의약뉴스
  • 승인 2016.02.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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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중재와 조정을 받는데 조금 편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피 신청인(의사 병원)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피해자나 가족이 중재를 요청해도 병원이나 의사가 거부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일명 ‘예강이법’ 또는 ‘신해철법’으로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17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다만 자동개시 대상은 사망 또는 중증상해로 국한했다.(모든 의료분쟁에서 자동개시를 허용할 경우 무분별한 조정신청이 우려된다는 의사출신 여야 의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더민주당 최동익 의원은“사망 또는 중상해의 경우 대부분 법원으로 가게 돼있어 경미한 의료분쟁에 대해 법원을 가지 않고 중재원에서 해결토록 하려는 것이 개정안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면서 “(대상자를 사망·중상해로 국한한 것은) 단통법처럼 통과 후 소비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로써 이 법안은 지난 2014년 3월 처음 발의된 후 약 2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9부 능선을 넘어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게 놓게 됐다.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공포 6개월 후부터 시행되며,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하는 사안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이 법안의 통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취지에도 어긋나고 의료환경도 악화시키는 법안이라며 법안심의 중단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17일 정기브리핑에서 의협은 그간 조정절차 자동개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여러 차례 제안했음에도 '예강이법', '신해철법' 등 사회적 이슈에 이끌려 입법을 논의하는 것은 포퓰리즘과 다를바 없다고 분개했다.

의료인의 분쟁조정 참가의지와 무관한 자동 조정절차 개시는 의료전문가단체의 의견을 배제한 졸속심의 라는 것.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저해하고 의료계의 방어진료 풍토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민과 기관, 의료인 모두 피해를 받을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추무진 의협회장은 "의분법의 제정취지가 자율적인 조정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제 와서 강제조항을 넣는 것은 법제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감정부의 구성에 의료전문가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전문성 제고가 강제조항보다 더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심의 중 논란이 된 중상해 판단에 대해 의협은 환자 측이 느끼는 피해의 정도와 의학적 판단이 다르므로 전문가에 의한 검토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상해 정도를 가르는 기준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이를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지 않을 경우 의사들이 위험성 높은 수술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 인지 의협과 의사들이 의료사고 발생 피해자나 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의료 사고 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려면 조정중재원장의 허가를 얻도록 하고, 대리인의 범위에 보건의료기관의 임직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하면서 위헌적 소지가 있는 손해배상 대불금 조항을 삭제하고 분쟁조정절차가 환자의 증거수집 절차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민사소송에서의 원용금지조항을 마련할 것을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의협은 의료전문가단체의 전문성을 묵살하고 합리적인 의분법 개정방안을 제안한 의견을 배제한 채 경미한 손상에도 의료사고 조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개정안의 참담한 결과는 국회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마디로 개정안의 내용이 옳지도 않을 뿐더러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협의 이런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의료 피해자가 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해도 병원이나 의사가 거부하면 조정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현재도 의료 일선에서는 의료사고가 일어나고 있으며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의협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면 중재 자동 개시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응해 병원이나 의사가 잘못이 없으면 이를 충분히 입증해 피해자가 갖는 의구심을 풀어 주는 것이 마땅하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숨기고 감추기 보다는 최선을 다했으나 피치못할 결과가 온 것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조정의 결과에 따르면 된다. 이것이 존경받는 의사상을 확립하고 환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무조건 회피하고 아니다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억울한 환자들의 원성이 가라앉는 것이 아니다.

의협의 말처럼 의료사고는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의료사고의 당사자는 남이 아닌 바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항시 닥칠 수 있는 문제이다.

지금 개원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현실은 대다수 의사들의 선량한 진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극소수의 무리한 진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안 통과를 계기로 의사들이 의료사고를 무서워해 방어 진료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환자 치료에 더 적극적이면서 안전한 치료의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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