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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허슬러 (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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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허슬러 (1961)
  • 의약뉴스
  • 승인 2016.02.0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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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우면 당구 다이가 천장에 걸려 있던 적이 있었다.

흰 공과 빨간 공이 왔다 갔다 하다 쫑이 나는가 하면 짱콜라가 안 먹혀 낭패를 경험하다가 어느 순간 신들린 듯이 한 큐에 23개를 친다.

히끼가 제대로 들어가고 오시는 거의 예술의 경지다. 히네루가 잔뜩 먹은 공이 나미를 벗기고 후루꾸로 돗대만 남는다.

니꾸처럼 보여 운이 다 했는가 했는데 상대방은 인정을 베푸는지 연신 나이스 큐를 연발한다.

내친 김에 떡이 된 공을 거리낌 없이 맛세이 찍는다. 프로 선수가 고개를 흔드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도저히 나올것 같지 않은 구멍을 파 가락으로 쓰리쿠션까지 마무리한다.

이날 내가 친 알다마는 구력 13년만의 최고 기록이며 250다마를 15분 만에 끝낸 것도 역대급이다.

비몽사몽 잠자리에 들었으나 꿈속에서 또다시 큐대를 잡는다. 밀가루를 잔뜩 손에 바르고 왼손에 구멍 난 장갑까지 켰으니 굳이 큐대를 다이에 굴려 보면서 휘어졌는지의 여부를 살필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큐대가 있는 에버리지 800을 자랑하는 주인은 슬쩍 내기 당구를 제안하고 나는 마다하지 않고 각도도 재기 않고 한 큐에 끝내니 사부라고 주인은 무릎을 꿇는다.

이런 꿈을 나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두 세 번 꾼 경험이 있다.

세월이 흘러 당구 대신 다른 것들에 취미를 들인 후 더 이상 당구 꿈은 꾸지 않았지만 2~3년에 한 번 정도 큐대를 잡으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약간의 흥분을 지울 수 없다.

로버트 로센 감독은 <허슬러> ( The Hustler)를 통해 취미 당구보다는 내기 당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스포츠 의미의 당구가 아닌 도박의 당구가 화면을 압도하는데 다마를 노려보는 에디( 폴 뉴먼)의 광기어린 시선이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가시지 않는다.

당구든 경마든 화투든 내기로 무엇을 즐기는 사람들의 뇌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에디 역시 그렇다. 당구 천재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25시간 쉬지 않고 치고 담배와 술로 만신창이가 될 까지 치니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라고 해도 다 이겨 놓고 지기 마련이다.

그러는 사이 판돈은 계속 오르고 나중에는 가진 돈 전부 몰빵 한다.

그와 맞먹는 실력을 갖춘 미네소타에서는 15년간 진 적이 없는 뚱보 팻( 재키 글리슨)과 사구가 아닌 포켓볼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에서는 누가 위너이고 루저인지 쳐보지 않아도 관객들은 안다.

 

내가 최고라고 큰 소리 치다가 댄서처럼 춤추듯이 마치 바이올린 연주하듯이 강약조절을 하는 뚱보에게 게임에 진 에디가 할 일은 아버지 같은 오래된 매니저를 버리고 홀로 여행길에 오르는 것 말고는 다른 게 없다.

전혀 실수를 안 할 거 같은 느낌, 당구대는 이제 내꺼다, 밤새도록 이기고 낮에도 이긴다 라는 그런 기분으로 쳤는데도 졌으니 풀죽은 에디의 모습은 보기에 안쓰럽다.

버스 대합실에서 에디는 아침부터 홀로 청승을 떠는 사라( 파이퍼 로리)를 만난다. 사라는 알코올 중독자다.

어떤 종류이든 중독자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일이 잘 풀린다. 에디는 잘 생겼고 매너 좋고 사라는 예쁘고 요념하고 깜찍하니 둘이 동거에 들어가는 것은 큐대에 초크를 묻히지 않아도 30다마를 치듯이 식은 죽 먹기다.

위태위태, 불안불안 한 서로 문제가 있는 젊은 남녀의 사랑 놀음은 롱런을 하기 보다는 언제 찢어지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에디는 사라와 사랑을 하면서도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은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카네이션을 단 뚱보를 보기 좋게 작살내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동네 양아치들에게 푼 돈 게임을 하다가 허슬러로 몰려 손가락이 짓이겨 지는 수모를 당하고도 그의 당구 집념은 막을 수 없다. 어렵게 찾아온 전 매니저의 제의도 냉정하게 뿌리친다.

이런 에디에게 뚱보의 전 매니저 버트 고든( 조지 C. 스콧)이 추파를 던지며 달려든다.

고든은 재능만 가지고는 40시간 이상 칠 수 없고 개성이 있어야 한다며 에디의 불같은 성격과 자존심을 건드린다. 각자 큐대를 조립한 둘은 다시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폴 뉴먼의 세상을 조소하는 듯한 젊은 시절의 표정연기가 인상적이다. 조지 C. 스캇과 재키 글리슨의 연기도 볼 만하다.

국가: 미국
감독: 로버트 로센
출연: 폴 뉴먼, 조지 C .스콧, 재키 글리슨
평점:

 

팁: 당구 용어는 대개 일본식이다. 많이 순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는 그렇게 쓰인다. 그래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일본식 용어를 썼다.( 독자들의 이해를 바란다.)

내용에 나온 몇 가지 용어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다마는 공을 말한다. 흰공이든 빨간공 이든 다마로 통한다. 회전으로 불리는 히네루는 공의 정면이 아닌 양측 면을 치는데 공의 이동방향으로 도는 것이 순회전이다.

이에반해 공의 정가운데를 치면 무회전(무당)이 된다. 얇게 맞히는 나미는 칼다마(면따기)로 벗기다거나 핧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흔히 투터치로 불리는 니꾸는 수구(큐로 가격하는 공)가 큐팁을 두 번 맞힐 때 쓰는 용어로 공이 가까이 있을 때 흔히 발생하며 니꾸를 하면 벌점을 먹는다. 히끼는 수구의 하단을 쳐 다시 돌아 오도록 하는 것으로 빽십기라고도 하고 끌어치기 라고도 한다.

수구 상단을 쳐 일직선으로 가는 오시는 밀어치기의 다른 이름이며 공과 공이 붙은 것은 떡이고 아주 미세하게 떨어져 있는 경우를 스위치라고 한다.

이밖에도 우라, 오마오시, 학꾸, 짱꼴라, 레지, 다데, 가락, 가야시(모으기) 아도, 시다, 황오시, 구멍, 뒷구멍 ,딸딸이, 접시, 쪼당  등의 숱한 당구용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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