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방 '제2의 전면전' 가능성 높아

내부적으로 22개 '네거티브' 홍보주제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자료수집 및 홍보방법 등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초구 보건소가 'K한방병원의 CT사용 업무정지 취소'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접수한 12일 오후 이같은 역공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날 오후 의협 2층 회의실에서 개최된 'CT관련 실무자대책회의'에서 22개 홍보주제와 7개 자료수집 방법, 4개 홍보방법 등 구체적인 전략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약 먹고 죽을 수도 있다' - 22개 네거티브 전략 선정
의협이 논의 중인 22개 '네거티브' 홍보주제는 크게 세 가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의학의 비과학성 및 부정적인 측면의 부각,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리 마련 등이 그것이다.
한의학의 부정적인 측면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여론을 환기하는 동시에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리 강화로 한의계를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의학의 비과학성과 관련된 주제로는 ▲500년전 교과서 ▲한의학, 보완요법에 불과 ▲1인 4가지 체질 ▲'표준화되지 못한 한약재들(비방 위주)' → 국내 한약재 검사도 안한다 ▲'근거없는 신비주의…(허준)' ▲허준이 한의학의 조상인가 ▲측정할 수 없는 기와 혈 ▲한의학 관련 논문 해외인정사례 전문 ▲약인가 식품인가 ▲약침 허가 등이다.
한의학의 부정여론 확산을 위한 주제는 ▲한약 먹고 죽을 수도 있다 ▲한약재의 부작용 사례 수집 미비 ▲중국인도 외면하는 원조한의학 ▲의대교수에 의존하는 한의학 ▲'고발 당한 한의사 →사례' ▲(한방의)스테로이드 남용 ▲원가 대비 진료비 과중 ▲국민의 이중부담 등이다.
특히 CT 판결을 직접 겨냥한 주제에는 ▲한의사들 98%, 양방기기 임상적용 어렵다 ▲'전문의 제도도 없는 한의학(임상 없는 임상의)' ▲'교과서에 없는 요법도 한의사가 하면 의료행위?' ▲선진국은 면허 일원화다 등이 포함돼 있다.
◇'시사매거진 2580' 활용한 홍보전략
의협은 선정된 주제에 대한 자료수집 방법과 효과적인 홍보전략까지 마련하고 있다.
일단 자료수집 및 홍보 과정에서 공중파를 적극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먼저 한의대로부터 방사선학 및 양방과목을 의과와 비교한 자료, 한의학연구원의 연구결과 등을 근거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해 8월25일 방송된 '저질한약재 유통에 대한 KBS의 추적 60분'과 '환자의 체질 검사'와 관련 MBC의 PD수첩 등의 방송자료도 수집할 계획이다.
또 한방병원을 먼저 경유한 사례를 중심으로 독성간염연구자료와 지난 1년간 응급실로 내원한 독성간염 환자 가운데 한약복용 경력이 있는 사례를 집중 채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후송지체로 인한 사망 또는 치료예후와 관련해 뇌졸중과 한방에 대한 연구결과도 자료수집 대상이다.
이같은 사례 수집을 위해 전국대학병원의 내과와 신경외과에 자료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한 홍보방법으로 의협 내부의 'Voice of the KMA'는 물론 각종 광고와 MBC '시사매거진 2580'을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협 "논의된 적 없다" - 언급 회피
의협은 현재 '불법지방흡입술' 보도와 관련 MBC 시사매거진 2580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한의계와의 전면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불법지방흡입술은 단기전인 반면 한의사의 CT 사용 문제는 향후 의협 회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의협 관계자들은 일단 한의계 역공전략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그런 회의는 열린 적도 없고, 논의된 사실도 없다는 것이다.
홍보실 오윤수 실장은 지난 13일 기자의 질문에 "어떻게 알았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곧이어 "그런 건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의협 법무팀 관계자 역시 지난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지 CT 판결과 관련 논리 마련을 위한 회의는 열렸지만, 그런 내용의 회의는 개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대외비라 언급할 수 없다"면서 "내가 코멘트 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세곤 상근부회장은 "의대 본과 과정에 정규 과목으로 침술학을 넣을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의료일원화로 가야하고, 같은 선상에서 한의계 역공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제 겨우 1심 재판이 끝났을 뿐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면서 "복지부 역시 기존의 유권해석을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홍보전략과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양·한방 '전면전 비화' 가능성 커
의협의 이같은 전략은 한의사 CT 사용 합법화 판결과 관련 항소심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최근 '불법지방흡입술'과 관련 MBC의 방송보도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것이 부담이지만, 자칫 여론전에서 밀릴 경우 2심과 3심에서도 재판부가 한의사를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의협의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는 것은 물론 지도부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질 우려도 없지 않다.
자연 양방의 영역도 폭이 좁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경기침체로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진료영역을 한의사와 공유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에서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양·한방의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안재규) 이상운 의무이사는 "(의협이)상대편을 비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겠다"면서 "아마 의협의 비리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맞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의협의 네거티브 전략이 의사의 자존심 회복과 영역 수복을 위한 묘수로 작용할지, 아니면 벌집만 건드리는 역효과를 낼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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