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9 15:39 (월)
감염 단서 없는 ‘경험적 항생제’ 투여 불가
상태바
감염 단서 없는 ‘경험적 항생제’ 투여 불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6.01.18 12: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선제적 사용 주장한 환자 청구 기각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구균) 감염증을 예측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은 의료진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의 판단은 ‘물을 수 없다’ 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그의 가족이 B대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20년 전 고혈압, 당뇨 진단을 받은 A씨는 B대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던 중 지난 2010년 10월 경 명치 통증과 구토증상을 호소하며 B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B대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한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나 C반응성단백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어선 것을 확인하고 A씨의 증상을 위염 또는 당뇨병성 위병증으로 진단한 뒤, 수액 및 구토억제제를 투여했으며 A씨의 증상이 호전되자 퇴원조치 했다.

A씨는 다시 상복부 통증이 발생해 B대병원을 내원해 치료를 받았는데, 오른쪽 눈이 잘 보이지 않은 증상이 나타나 다시 응급실을 찾았다.

B대병원 의료진은 A씨의 백혈구 수치가 정상범위를 넘은 것은 확인했지만 뇌 CT 검사를 통해 뇌 병변이나 시신경염을 의심할 소견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A씨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B대병원을 찾았고, 병원 의료진은 검사를 통해 양쪽 시력이 크게 저하된 것을 확인, 패혈증 및 양안 안내염의 추정적 진단 하에 A씨를 입원조치한 후 원인균 배양을 위한 혈액배양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항생제를 투여했다.

병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했고, 혈액배양검사 결과 A씨에게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구균) 감염과 안내염이 발생했음을 진단하고 항생제 치료를 계속했다.

A씨의 안내염이 악화돼 각막 천공이 발생하고, 다른 부위로의 전염 위험성이 높아지자 의료진은 결국 A씨의 오른쪽 안구를 적출했다. 현재 A씨는 오른쪽에 의안을 착용하고 좌안의 시력도 완전히 상실한 양안 실명 상태이다.

A씨는 “B대병원 의료진은 세차례에 걸쳐 병원에 내원하고 전신 통증,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내인성 안내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로 인해 실명상태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B대병원을 내원했을 때 염증수치가 정상을 넘어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감염증의 초기증상인 발열도 나타나지 않았고 복부 CT에서도 복강 내 감염을 의심할 별다른 소견이 없었다”며 “B대병원 의료진이 A씨의 증상을 MRSA 감염에 의한 전신 패혈증을 진단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다시 B대병원에 내원했을 때도 백혈구수치 등이 정상범위를 초과했으나 체온, 심박수, 호흡수는 전신염증반응증후군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비특이적 상태였다”라고 밝혔다.

종전 복부 CT에 이어 뇌CT 검사에서도 신경학적 이상소견이 발생되지 않아 안과 검사에서도 안내염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전혀 발견되지 않아 의료진이 이를 진단하기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의료진이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했어야 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반적으로 단순한 염증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고 38℃ 이상의 발열을 포함한 전신적인 염증반응의 근거가 있는 경우 비로소 항생제 치료나 감염부위에 대한 수술적 치료가 고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세 차례 진료를 통해 MRSA 감염 여부나 부위에 관한 뚜렷한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A씨에 대해 경험적 항생제를 투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B대병원 의료진은 A씨의 내인성 안내염 소견을 확인하자마자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시작한 것을 살펴보면 의료상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