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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권용진 사회참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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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권용진 사회참여이사
  • 의약뉴스
  • 승인 2005.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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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진 이사(35)는 '청년' 의사다. 젊기 때문에 맡겨지는 일도 많다. 의협의 대외 창구역은 물론 각종 현안들도 챙겨야 한다. 때론 훼손된 의사의 명예를 위해 거친 목소리를 내야하고, 때론 남들이 꺼려하는 소장도 써야 한다.

최근에는 다른 역할이 주어졌다. 지난해 6월 용천의료지원단 실무단장에 이어 이번에는 '쓰나미 긴급의료지원단 단장'을 떠맡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피곤함이 묻어난다. 그래도 의사로서의 의무는 소홀히 할 수 없다.

◇폐허의 땅, 반다아체로 가다

그는 5일 오전 20명의 의료진과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생소한 지명의 반다아체란 곳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그곳엔 지난달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당한 환자들이 있다. 미지의 지역을 방문한다는 것은 호기심과 함께 두려움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번 출국은 여행 목적이 아니다. 가난한 병자들이 있는, 폐허와 절망의 땅으로 인술을 펼치기 위해 찾아가는 것이다.

"이번 재난으로 1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의사로서 이런 사태를 좌시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양심과 윤리를 가진 의사라면 말이다."

출국 전날, 권 이사에게서는 일종의 결연함까지 엿보였다. 9박10일의 봉사일정이지만, 여타 지역보다는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지난해 용천의료지원단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반다아체는 식수나 전기, 통신 등이 완전 두절된 상태다. 현지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료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아체반군 지역이다. 자칫 생명의 위협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최대의 적은 수인성 전염병"

반다아체 지역의 의료진은 쓰나미로 모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주민들은 일상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재해지역에는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권 이사는 지적했다. 봉사활동을 벌이는 의료진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지 주민은 엄청난 정신적 패닉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게 일상적인 진료를 제공할 것이다. 내과, 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질환을 주로 다룰 것이다. 다만 진료활동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악조건이다. 현지인들이 전염병에 노출된다면 의료진도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다. 현재로선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적극적인 진료활동을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용천의 경우 같은 민족인 만큼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반다아체 지역은 전혀 다르다. 권 이사는 현지인 2명과 한국인 2명으로 구성된 통역팀을 꾸렸다고 전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의사협회와의 합동진료를 통해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료봉사는 그 자체로 순수하다"

의협은 의료지원 계획을 2∼3주로 잡고 있다. 21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오는 13일 귀국한다. 의사와 간호사, 의대생, 행정담당자들이 포함됐다. 2진은 11일 출국할 예정이다. 2진을 구성할 때는 복지부는 물론 다른 의료계 단체와 함께 봉사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권 이사는 전했다.

"의협은 국내외 재난 문제에 관해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용천의료지원단을 구성하고 운영한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지진해일 사태 역시 세계적 재앙이다. 이번에도 의협이 주도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할 것이다."

제약사들은 의협의 봉사활동을 위해 6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기부했다. 의협도 자체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족한 의약품과 소모품을 충당하기 위해서다. 목표금액은 1억5천만원이다.

권 이사는 의협이 재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의사의 양심과 윤리에 관한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진료활동이 단순히 대외적인 이미지를 의식한 행위로 비쳐진다면 본질이 호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행위보다 진료는 그 자체로 순수하다." 그가 출국전 입술을 앙다문 것도 그런 이유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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