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둔 병원에 건보공단이 내린 환수처분을 두고 1심에서는 건보공단의 패소를 결정했지만, 2심 재판부가 원심을 뒤집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비슷한 시기에 내려진 같은 심급의 판결과는 정반대의 선고가 내려져 당시 화제가 됐었는데 이번 2심에서는 원심이 뒤집혀 또 다시 주목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는 최근 의사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비 환수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전산화단층 촬영장비(Computed Tomography, CT)를 설치한 뒤 영상의학과 전문의 B씨를 비전속으로 특수의료장비 운용인력으로 신청했다.
운영규칙과 지침에 따르면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1명 이상 둬야하고, 비전속이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최소 주1회 이상 의료기관에서 근무해야하는데 B씨는 A씨의 병원에 전혀 근무하지 않고 다른 의료기관 등에서 필름을 송부받아 판독했다는 것.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내려지자 A씨는 “운영규칙에 따르면 CT의 운영인력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방사선사를 둬야하는데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전속 또는 비전속으로 1명 이상 둬야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비전속에 대해 정의하고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이어 “운영지침은 의료법 등 관련 규정의 위임없이 제정된 행정규칙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운영지침을 위반했음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운영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전속이란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것’을 말하므로 의료기관과 의사 사이의 구속력에 차이가 있을 뿐 문언상 출근 등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인 경우에도 등록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는 취업계약한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도 촬영된 파일을 받아 운영규칙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영상의학과 의사가 반드시 출근을 해야 했다면 ‘상근의사’ 등과 같이 고시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운영지침에 ‘비전속 의사’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최소 주 1회 근무를 해야 한다는 운영지침 내용은 비전속 의사를 인정하는 운영규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 재판부의 생각은 1심 재판부와 완전히 달랐다.
재판부는 “비전속 전문의가 주1회 등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해당병원에서 근무할 필요는 없더라도 최소한 해당 의료기관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를 총괄, 감독하고 임상 영상을 판독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2년 6개월 동안 35건에 불과한 영상자료를 검토했고, 매월 30만원의 소액만 받았다”며 “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이 내려지자 ‘CT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 및 운영을 위해서는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 1명 이상을 둬야 한다’는 내용의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의 취지를 제대로 살렸다는 의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선임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판결은 특수의료장비를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하여금 운용하고자하는 제도의 취지를 분명하게 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용을 살펴보면 CT장비의 적정한 운용을 통해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진료의 적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비전속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하여금 CT장비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면서 활용의 적정성을 도모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매주 정기적인 간격을 두고 병원에 근무할 필요는 없더라도 최소한 CT가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과 관계를 맺고 지속적으로 의료영상의 품질영상을 총괄하거나 감독하고 영상화질을 평가하는 등 의료 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감독 업무를 수행해야한다고 판시해 특수의료장비에 대한 중요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