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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에 주사놓게 한 군의관 면허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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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에 주사놓게 한 군의관 면허정지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2.15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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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묵인 군대내 무면허의료행위...개선 기대

창군 이래 60여년간 묵인됐던 군대 내의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불법이라고 판단해 향후 군 의료체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12월 경, 제50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A씨가 저지른 범죄는 진료기록부 미작성과 의료법위반교사이다.

군사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4월경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동안 의무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뒤 국방의료관리체계(e-DEMIS) 사용이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여기에 A씨는 당시 의무실에서 의료인이 아닌 의무병 B, C씨에게 약의 종류, 성분, 기능을 기재한 약 리스트를 외우게 하거나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방법을 가르치고 간단한 환자의 경우, 자신에게 묻지 말고 약을 주라고 하는 등 의무병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A씨는 의무병들로 하여금 병사 D씨에게 주사를 놓게 하는 등 총 61회에 걸쳐 의무병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했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진료기록부 등을 기록하지 않고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3개월 7일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재판부는 “군의관이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의 의료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거나 이런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복지부의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A씨가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거나 그런 신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군 의료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

난 2013년 감사원에서 2012년 5~6월 사이 국군의무사령부 및 예하 군병원 등을 대상으로 군 의료체계 개선 관련 업무에 대해 감사를 실시해 ‘군 의료체계 개선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사단급 의무대에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자격을 소지한 부사관이 부족해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월 기준으로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자격 소지 의무부사관 확보율은 각각 15.4~33.4%, 7.7~50.0%에 그쳐 편제보다 각각 44명과 36명이 부족했고 육·해·공군 38개 사단급 의무부대의 무자격자 의료행위가 총 29만 9000건(임상검사 8만 2000건, 방사선 촬영 21만 7000건)에 달했다.

군대 내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적한 사법부의 판결이 내려지자 의료계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현 의료제도와는 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 유화진 법제이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해서 면허가 정지됐다는 법리해석에는 이의가 없다”며 “그러나 법원의 판단과 의료제도 현실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정부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이번 판결은 군 의료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이번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창군 이래 60여 년 동안 인력과 비용 문제 등으로 묵인되고, 방조해 왔던 무면허 의료 행위가 대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공식적으로 불법임이 사법부에 의해서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60여 년의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각에도 일선 군부대 및 군병원에서는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없는 의무병이 주사를 놓거나 혈압을 재고, 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없는 의무병이 채혈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또한 전의총은 “모든 무자격자에 의한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의사만 지고 처벌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라며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 행위를 지시하는 것은 의료법상 불법이라는 이번 판결은 모든 군 의료를 마비시킬 수도 있고, 모든 군의관과 의무병을 범법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의총은 “국방부는 즉각적으로 군 예산을 총 동원해 대대의무실부터 3차 군병원까지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자격증이 있는 인원이 의무병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야간 당직업무 역시 적법한 노동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분한 인력을 확보해 더 이상 불법적인 무자격자 의료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 “복지부는 국방부와 협조해 군 의료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준에 맞지 않는 군 의료기관에 대해 처벌하고 처벌 내용을 공개해 처벌의 형평성을 확보해야한다”며 “현재 군 내부에 만연해 있는 불법적인 무자격자 의료행위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된 언론보도가 이어지자 이를 접한 의료계 인사들도 이제까지 무면허의료행위를 방조한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감사원은 군대의 의료지원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옳게 한 것이고, 지적받고도 개선하지 않은 군당국과 관련법안 정비를 소홀히 한 보건복지부에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료계 인사는 “예전부터 생각한 것인데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가는 게 바보”라며 “예과때 군의관 신검 받지 마시고, 현역으로 가는 게 낫다”라고 전했다.

자신을 군의관이라고 밝힌 한 의료계 인사는 “군의학교에서 교육받을 때 동기생중 누군가가 ‘의무병이 비의료인인데 의무병이 주사, 약 조제, 상처소독 등의 업무를 하는 게 의료법 위반 아닌가요?’라고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교육 담당이었던 군의학교 고위장교가 복지부도 군의 실상을 알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고, 현재까지 몇 십년동안 단 한건의 문제도 발생한 적 없으니 걱정 말라는 호언장담을 했었다”며 “결론적으로 이건 국방부와 복지부가 불법행위를 방조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문제 투성이의 군 의료체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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