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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의무병에 주사 맡겼다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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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의무병에 주사 맡겼다 ‘철퇴’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2.1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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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면허자격정지취소청구 기각

의무병에게 주사를 놓게 하고 약을 처방하게 하는 등 ‘의료행위’를 시킨 군의관에게 내려진 면허정지처분이 합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지난해 12월 경, 제50보병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벌금 700만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는데 A씨가 저지른 범죄는 진료기록부 미작성과 의료법위반교사이다.

군사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3년 4월경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동안 의무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뒤 국방의료관리체계(e-DEMIS) 사용이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았다.

 
여기에 A씨는 당시 의무실에서 의료인이 아닌 의무병 B, C씨에게 약의 종류, 성분, 기능을 기재한 약 리스트를 외우게 하거나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방법을 가르치고 간단한 환자의 경우, 자신에게 묻지 말고 약을 주라고 하는 등 의무병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

그리하여 A씨는 의무병들로 하여금 병사 D씨에게 주사를 놓게 하는 등 총 61회에 걸쳐 의무병들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했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진료기록부 등을 기록하지 않고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이유로 3개월 7일간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복지부의 처분이 내려지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대한민국 국군은 창군 이래 자격을 갖춘 군의관, 간호장교 외에도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 의료 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도 군내 의료를 담당하게 했고, 이에 따라 군대 내에서는 60년 이상 무자격자인 의무병에 의한 의료행위, 의료보조행위가 이뤄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것에 대해 어떤 행정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기 때문에 복지부의 처분은 신뢰보호원칙 또는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3개월 7일간 면허를 정지하는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해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먼저 재판부는 신뢰보호원칙에 대해 대법원 판결을 인용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행정청의 행위에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행정청이 개인에 대해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해야하고,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것에 대해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

개인이 견해표명을 신뢰해 이를 기초로 어떤 행위를 했어야하고 행정청이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해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례이다.

또 재판부는 실효의 법리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준용했다.

재판부는 “실권, 실효의 법리는 권리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것ㅇ로 믿을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게 되거나, 행사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됐을 때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 법리를 토대로 사건을 살펴보면 A씨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군의관이 간호조무사, 간호사 등의 의료관련 자격이 없는 의무병에게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거나 이런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복지부의 공적인 견해표명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A씨가 행정처분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갖게 됐거나 그런 신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사유에 관한 A씨의 의료법위반행위는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춰 위법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A씨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공익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어 A씨에게 내려진 처분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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