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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치료 중 발생한 뇌출혈도 병원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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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치료 중 발생한 뇌출혈도 병원 책임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2.11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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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확정판결..."다른 원인 입증못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던 도중 환자에게 뇌출혈이 발생해 장애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병원 측의 책임이 인정됐다.

수술상 잘못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주된 논리다.

대법원 제3부는 최근 환자 A씨와 가족들이 B의료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04년경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B의료재단이 운영하는 B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009년 4월경 B병원에 내원했다. B병원은 A씨에게 뇌 MRI 촬영을 실시했고, 그 결과 ‘광범위한 뇌 위축’ 등의 소견이 보였다.

이후 A씨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B병원 의료진으로부터 뇌심부자극술(윤, Deep Brain Stimulation, 파킨슨병의 치료법 중 하나로, 특별히 고안된 자극기를 뇌 속에 설치하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병원에 입원했다.

B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뇌심부자극술을 실시하기로 하고 A씨의 마리에 렉셀(Leksell, 환자의 두개골에 장착하는 도구로 이마와 뒷머리에 각 2곳씩 4개의 금속나사못을 환자의 피부를 뚫고 두개골에 흠이 생길 때까지 깊이 받는 의료기구)을 장착했다.

렉셀이 장착된 머리를 프레임(Frame, 렉셀을 착용한 환자에 대해 뇌 MRI 촬영을 하기 위해선 머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시켜야하는데 이를 위한 고정틀)에 고정한 다음 뇌 MRI 촬영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했고, A씨의 뇌에 전극선을 삽입하던 때, A씨에게 불량한 구강반응, 우측 운동력 저하 증상 등이 나타났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게 전극선이 삽입된 상태로 응급 뇌 CT 촬영을 실시했는데 전극선 주위인 좌측 뇌기저핵 부위에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진단됐다.

B병원 의료진은 뇌심부자극술을 중단했고 A씨에게 발생한 뇌출혈에 대해서는 출혈량 등을 비춰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A씨를 중환자실로 이송, 경과를 관찰했다.

의료진은 다시 A씨에게 뇌 CT 촬영을 실시했는데 출혈량이 증가하는 등, 뇌출혈이 악화됐다고 진단됐다. 이에 의료진은 A씨에 대해 개두술 및 혈종제거술을 시행했는데 수술 결과, 뇌 소동맥에서 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 이후 A씨는 의식이 혼미하고 강한 자극에도 눈을 뜨지 않으며, 통증에만 반응을 보인 상태였고 현재는 사지마비 상태로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이에 A씨의 가족들은 “락셀 장착과 프레임 고정 과정에서 A씨에게 극심한 고통을 줬고, 이에 대해 적절한 처치도 하지 않아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며 “락셀 장착과 프레임 고정 과정에서 진통제를 투약했는데 이로 인해 뇌 혈류 및 혈압이 증가해 뇌혈관이 약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락셀 장착과 프레임 고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뇌 MRI 촬영을 실시했고 이로 인해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할 수술부위의 좌표 설정이 잘못됐다”며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던 중 삽입된 전극선에 의해 뇌 소동맥이 파열, 뇌출혈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A씨의 가족들은 “뇌심부자극술 시행 중 뇌출혈이 발생했으면 즉시 동맥혈관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시행해 출혈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배액도관을 삽입해 출혈부위 혈종을 제거했어야 했다”며 “이를 경미한 정맥성 출혈로만 판단, 뇌출혈이 발생한지 2시간이 지나서야 혈종제거술을 시행해 치료를 지연했다”고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락셀 장착 및 프레임 고정 과정에서 동일한 수술을 받은 다른 환자들과 달리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투약한 진통제로 인해 뇌 혈류 및 혈압이 증가돼 뇌혈관이 약해졌다거나 뇌심부자극술이 좌표설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시행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B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한 뇌심부자극술 시행 중 술기상 잘못으로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뇌출혈 발생 사실을 확인한 즉시 혈종제거 등의 응급수술을 시행했어야 했다고 볼 명백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들의 주장에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B병원에 2억 9580만 817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

2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의 뇌에 전극선을 삽입하던 중 A씨에게 불량한 구간반응, 우측 운동력 저하 증상 등이 나타났고, 응급 뇌 CT 촬영 결과, 전극선 주위인 좌측 뇌기저핵 부위에 뇌출혈이 발생했다”며 A씨의 뇌 소동맥 출혈은 전극선을 삽입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수술 검사 전 A씨의 뇌 부위에 비정상적 혈관에 대한 소견은 없었고, 수술 과정에서 A씨에게 신체적 침습이 가하면서 뇌에 삽입중이던 전극선 이외에 뇌 소동맥 출혈을 유발할만한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뇌심부자극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뇌출혈 발생률이 0.5~1.7%라는 보고만으로는 뇌출혈 발생률이 주의의무 위반이나 불가항력적 사고에 기인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뇌출혈 발생률이 매우 낮은 점에 비춰 전극선 삽입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2심 재판부는 “B병원 의료진이 A씨에 대한 수술 과정에서 심부 뇌좌표 설정과 관련한 기구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않았거나 전극선 삽입과정에서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뇌 소동맥을 파열시켰다고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B병원은 A씨의 현 증상이 이 사건 수술상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다하지 못하는 이상,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엎치락뒤치락한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대법원은 상고를 모두 기각해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B병원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로 인해 A씨에게 뇌출혈을 발생시켰다고 인정하면서 A씨의 현 증상이 수술 상 잘못이 아닌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점을 B병원이 증명하지 못한 이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다소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수술 과정에서 의료진에게 과실이 있음을 전제로 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며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료사고에 있어 과실 및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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