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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현지조사 ‘자료없다’ 안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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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기관 현지조사 ‘자료없다’ 안 통한다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2.1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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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자료 제출 거부 약국에...업무정지 처분 정당 판결

보건복지부가 요양기관에 대해 현지조사를 실시할 때 가장 먼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요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진료기록부, 조제기록부 등 각종 관련서류들이다.

대다수의 요양기관들은 복지부의 자료제출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만 일부 요양기관들은 서류를 분실했다거나 처음부터 구비하지 않았다는 갖은 핑계를 대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지조사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복지부는 업무정지처분을 내렸고, 이같은 처분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되면 요양기관들에서는 ‘자료를 분실했다’, ‘처음부터 자료를 만들지도 않았다’라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실제로 복지부와 자료제출요구로 인한 소송에서 어느 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현지조사 대상기간 동안 조제기록부 등 요양급여 비용청구와 관련된 일체의 서류를 작성·보관하지 않았다”며 “애초에 관계서류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이상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해서 이를 서류제출명령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어느 한의사의 경우도 자료제출 관련 소송에서 “관련 형사사건으로 27일동안 구속되고 이후 휴·폐업을 하면서 전산기록 이외의 자료 일체를 수사기관에 압수당했거나 가환부 받은 것들을 잃어버렸다”며 “복지부는 A씨가 이 시간 저료를 보관하고 있음을 전제로 처분을 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 이 같은 현지조사 시 자료제출 요구에 ‘잃어버렸다’, ‘작성하지 않았다’라는 요양기관 측 주장이 더 이상 법원에 통하지 않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흥미를 끌고 있다.

관련 판결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내려진, 약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 처분취소 소송.

이 소송에서 재판부는 복지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해당 판결을 살펴보면 A씨가 운영하고 있는 약국에 대해 현지조사를 나온 복지부는 A씨에게 조제기록부, 본인부담금 수납대장(약제비 계산서) 및 접수대장, 비급여 항목 및 수진자별 비급여 징수대장, 의약품 및 진료용 재료의 구입에 관한 서류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A씨는 조제기록부 일부만 제출하고 나머지는 제출하지 않았고 복지부는 A씨에게 업무정지 1년의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제출 대상 서류 중 실제로 제출한 조제기록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들은 애초부터 작성하지 않았다”며 “복지부가 작성하지도 않은 서류들을 제출하지 못한 것을 제출 명령 위반행위로 보아 이 사건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의료급여기관이나 요양기관에 대해 업무정지라는 침익적 처분을 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조항은 엄격하게 해석해야한다”며 “‘제출’이라는 행위는 제출대상이 되는 물건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데 문서의 제출 의무나 제출 명령을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해석에서도 대상 문서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이러한 의무 또는 명령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의 주장을 일관한다면 복지부는 의료급여기관이나 요양기관이 필수적으로 작성·보존하지 않아도 되는 서류를 작성하지 않거나 보존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 같은 제출명령을 하고 제출하지 못할 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1심 재판부는 “A씨가 제출 대상 서류 중 복지부에 제출한 조제기록부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서류들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복지부가 A씨에게 제출하라고 명한 서류들은 제출 명령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서류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복지부는 항소를 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업무정지 처분이 합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현지조사 당시에는 급여비용 청구가 선택인 줄 알고 관계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가 이 사건 소장에서는 자신의 약국이 의약분업 예외지역이라 급여비용 청구가 불가능한 줄 알고 관계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을 변경했다”며 “A씨의 주장은 그 자체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해당기간 동안 4302만 811원의 의약품을 공급받았고, 이 중 급여 의약품의 총액이 2937만 425원이 이르렀으므로 A씨가 급여비용을 청구했을 경우 상당한 급여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청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2심 재판부는 “A씨의 약국에는 총 3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의약품 공급 규모도 상당했으며 대상기간 동안 일체의 급여비 청구 없이 약제비 전액을 환자로부터 지급받았다면 관계 서류를 작성해 소득과 지출을 관리할 필요성이 컸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어떤 서류도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변호사는 ‘매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이 판결은 현재조사를 받는 요양기관에서 실제로 서류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자료제출 명령을 받고 제출을 하지 않은 것은 서류 제출 위반에 해당된다고 본 판결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서류가 보전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자료제출 명령을 회피할 수 없다의 취지 판결이다”며 “서류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법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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