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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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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본인에게 설명하지 않으면 ‘의무 위반’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12.0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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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2000만원 배상 판결

의료진이 환자 본인이 아닌 환자 가족에게 설명했고 환자 가족이 이를 환자에게 전해줬다는 증거가 없으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는 최근 환자 A씨의 유족들이 B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C의원에서 사경증(머리가 환측의 어깨 쪽으로 기울고, 목이 회전하면서 얼굴과 턱은 반대편 어깨 쪽으로 편향되는 변형)이 의심된다는 진료의뢰서를 받아 지난 2012년 2월경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B병원에 내원해 신경외과 전문의 D씨에게 진료를 받았다.

 
D씨는 A씨의 사경증이 뇌병변으로 인한 증상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뇌 MRI 검사를 했으나 뇌내에는 특별한 병변이 발견되지 않아 혈관압박에 의한 연축성 사경증으로 진한하고 이 치료를 위한 미세혈관 감압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D씨의 집도로 미세혈관 감암수술을 받았는데 당시 A씨의 제 Ⅺ 뇌신경인 척수 더부신경과 좌측 후하소뇌동맥이 섬유화 조직에 의해 심하게 유착된 상태였다.

수술이 끝난 후 A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회복치료를 받다가 일반병실로 옮겼다. 이후 병원 측은 수술 후 감염을 우려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뇌 수술로 인한 부신기능의 저하 등을 목적으로 스테로이드제도 투여했으며, A씨가 오심과 두통을 호소하자 만니톨을 소량 투여해 뇌부종 발생에 대응했다.

A씨에게 발열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소변을 채취해 세균배양검사를 했는데 어떤 균도 발견되지 않았고 이제까지 투여하던 항생제 투약을 중단하고 더 강한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을 투약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A씨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

유족들은 “수술 당시 A씨의 출혈량이 과다했고 수술 이후 투약했던 만니톨 등을 제대로 투약하지 않았다”며 “뇌척수액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뇌막 재봉합술을 실시하지 않았고 반코마이신이 효과가 없었음에도 이를 다른 항생제로 대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 이후에야 뇌CT촬영을 하는 바람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수술 당시 출혈량인 1000cc는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출혈량에 불과해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투약하기로 한 만니톨은 다른 환자에게 투약이 됐지만 이후 간호사가 전담의사의 지시에 따라 A씨에게 투약을 했고 만니톨은 이 사건 수술과 같은 두개골 절제수술 후에 반드시 처방해야하는 약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의료진은 A씨의 뇌막이 감염돼 정상적인 뇌막보다 매우 약화된 상태임을 고려해 뇌막 재봉합술보다는 뇌척수액 배액술을 시행하면서 감염증에 대응한 항생제 투여를 계속했다”며 “세균배양검사를 하면서 원인균이 밝혀지지 않아 감염내과와의 협진 하에 경험적 항생제요법에 따라 반코마이신을 투여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1심 재판부는 “일반적인 CT촬영은 뇌병변을 시사하는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 실시하는데 A씨는 뇌CT촬영을 하기 전까진 의식이 명료하고 특별히 뇌CT촬영을 필요로 하는 증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불복한 유족들은 항소심을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같은 판단을 하면서도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유족들에 의하면 의료진은 A씨와 유족들에게 연축성 사경증의 비수술적 방법인 약물요법 등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오로지 수술적 치료방법만을 설명했고, 수술적 치료방법 중에도 기능적 정위수술, 척추자극술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은 채 오로지 미세혈관 감암술에 대해서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이 사건 수술에 관한 설명 및 동의를 A씨가 아닌 유족들에게만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수술 당시 A씨는 만 31세의 성인으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며 “A씨가 의사로부터 설명을 듣거나 유족들에게 전해 듣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상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A씨는 의료진의 설명 결여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할 것으로 피고는 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며 “A씨의 나이, 수술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해 위자료를 2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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