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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거두자, 제약사 총력 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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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의 미 거두자, 제약사 총력 영업
  • 의약뉴스
  • 승인 2004.12.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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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3년차 한 중견제약사 주임의 하루
이제 365일 가운데 단 하루의 영업시간만 남았다.

31일 오후 늦게 종무식을 거행하는 제약사들은 연 목표를 채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한 중견제약사의 3년차된 박 모 주임의 하루를 담당 소장의 입을 통해 재구성 해봤다.

8시 10분. 회사에 출근한 박 주임은 오늘 하루 일과를 점검해 봤다. 가봐야 할 약국 20여곳을 체크 해 놓고 달력 등 판촉물도 챙겼다. 소장의 "오늘 하루 만이라도 최선을 다하자"는 말과 함께 영업지침을 듣고 회사문을 열고 나온 시간은 9시 30분.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왔다. 그만큼 돌아야 될 영업처가 벅차기 때문이다. 비교적 친분이 좋은 약국부터 들렀다. 늘 하던대로 약국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부터 회사 제품을 챙겼다. 수량은 넉넉한지, 잘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는지 순식간에 확인했다.

약사는 이른 아침 영업사원을 첫 손님으로 맞았으나 싫은 기색대신 "오늘 하루 고생좀 해야겠네!" 하고 덕담을 건넨다. 분위기가 잘 풀릴 것 같다. 그래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 매출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고 사정이야기를 했다. 영양제 10만원 어치 주문을 받았다.

20분만에 약국을 나선 박 주임은 인근의 또다른 약국에 들렀다. 기대한 만큼의 수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문을 받았다는데 기분이 좋았다. 두번째 약국에서는 벌써 처방전을 든 조제환자들이 눈에 띄었다.

바쁜 약사는 "신년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조제실로 들어갔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는 이곳에서는 틀렸구나 생각하고 바로 약국문을 나섰다. 오전에 6군데의 약국을 돌았다.

12시 40분 쯤 늦은 점심을 먹었다. 혼자 먹는 것이 습관이 되기도 했으려만 오늘 따라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식당을 나와 다시 거래처로 향했다. 소장이 " 오늘 하루만이라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비장한 목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었다. 사실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영업을 게을리하고 한 눈 판적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부지런 했다면 연목표에 근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약국근처 편의점에 들러 한국의 미래를 진단한 책 한권을 샀다. 소액 판촉을 하기 위해서다. 책 한권, 식사 한끼로 오늘 받은 일비 2만원이 다날라갔다. 6-7곳의 약국을 돌자 벌써 네온사인이 들어오고 완연한 저녁이다.

이제 겨우 12곳의 약국을 방문했을 뿐이다. 나머지 거래처를 다 돌아야 한다. 소장은 아침에 "오늘 아마도 11시 이후에나 퇴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의 영업사원들도 모두 늦은 저녁 시간까지 영업할 것이다. 그는 서둘러 3곳을 더 돌았다.

하루 주문 받은 수량이 금액으로 50만원 어치다. 7군데의 약국에서 받은 수량이다. 그는 그나마 한 곳이 아니고 여러 곳에서 분산 주문을 받은 것에 만족감을 느꼈다. 저녁 9시 20분 사무실에 도착했다.

피곤이 몰려왔다. 어제 동창회에서 마신 숙취로 아직도 머리가 지근 거린다. 소장의 얼굴이 어둡다. 전화를 통해 주문량을 어느정도 파악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 소장은 " 영업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고 잘라 말했다. 그는 " 평소에 부지런히 다니고 거래처와 인관관계를 잦 맺어놔야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서 " 아침 회의 시간에 강하게 이야기 하라고 주문했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털어놨다.

그는 " 약국이나 병원에서 주문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 며" 수량을 채우기는 도매가 최고" 라고 둘러댔다. 오늘 하루 소장이 도매상에 보낸 물량이 3천만원 어치나 된다는 것.

소장은 영업소 직원들의 표정을 한 번 훓어 봤다. 표정만 봐도 누가 열심히 했는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오늘은 꾸중 대신 최선을 다했을 7명의 지점 사원들에게 한해 동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 소장은 31일 마지막 날 저녁 10시경 종무식이 있다고 알려줬다.

의약뉴스 이병구 기자(bgusp@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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