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제왕절개수술 권유에도 산모가 자연주의 분만을 고집하다가 아기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법원은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산모 A씨와 그의 가족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7월 인공수정으로 쌍태아를 임심하고 2012년 8월부터 B씨로부터 자연주의 분만(무통주사, 분만촉진제와 같은 처치나 제모, 내진, 회음절개술 없이 질식분만을 시행하는 분만법)에 대한 상담을 받고 산전진찰을 받아왔다.
이에 B씨는 제왕절개 수술이 필요하다며 A씨를 제왕절개와 신생아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C병원으로 전원하기로 했는데, 얼마 후 A씨는 B씨의 의원에 다시 내원해 자연주의 분만법으로 출산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B씨는 자연주의 분만을 위해서는 쌍태아 모두 2.5㎏이 넘어야하는데 첫째 아이는 둔위에 예상체중 2.29㎏, 둘째 아이는 횡위에 예상체중 2.15㎏임을 설명하며 제왕절개 수술이 보다 적합한 방법임을 전달했지만 A씨는 계속해서 자연주의 분만법을 고집했다.
이후 A씨는 양막이 파열돼 B씨의 의원에 내원했다 자연주의 분만법으로 아기를 출산했는데, 출산 과정에서 역시 아기는 엉덩이부터 나오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출산 후에도 아기의 심박 수가 떨어지고 무호흡 증상이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
B씨는 기도삽관과 앱부배깅을 통해 응급처치를 하고 아기를 상급병원으로 전원했지만 아기는 치료를 받다 허혈성 뇌병증 후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대해 A씨 측은 “B씨가 태아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자연주의 분만법이 최고의 분만법이라 현혹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기를 출산한 뒤 B씨가 아이를 즉각적으로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은 과실이 있다”며 “제왕절개 필요성과 적응증에 대한 설명의무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A씨에게 특정 병원을 지정하면서까지 전원하기를 권유하며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주는 등 A씨 측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것을 권유했지만 자연주의 분만을 고집한 것은 A씨 측”이라며 “자연주의 분만과정에서 B씨가 취한 조치들도 적절한 것으로 보이며 B씨가 자연분만을 고집했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아기에 대한 응급조치 후 신속한 전원이 필요함을 설명했으나 아기의 부친은 둘째 아이 분만에 참여하길 원했고, 전원도 진료협약이 이뤄지지 않은 병원으로 이송했다”며 “여기에 B씨는 A씨에게 산전진찰 과정에서 제왕절개 필요성과 적응증, 제왕절개를 택하지 않을 시 합병증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