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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신기술평가개발단 이상무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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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신기술평가개발단 이상무 단장
  • 의약뉴스
  • 승인 2004.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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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무(44) 단장은 천상 의사다. 능수 능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가의 이미지는 아니다. 토론회나 세미나 자리에서도 이 단장은 너무나 순진(?)하다. 자신의 속내를 감출줄 모른다. 그렇다고 허점에 대한 공격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의료기술평가제도는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검증된 진료를 원한다"

이 단장은 원래 내과의사였다. 동네 병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의사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신언항)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002년 8월. 내과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면서부터다. 그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둘러보기 위해 지난해 5월 복지부 및 심평원 관계자들과 함께 호주를 방문한 것이 신기술평가개발단장으로 눌러앉게 된 이유다.

복지부가 지난해 7월부터 추진해온 의료기술평가란 보건의료 분야에서 기존의 연구자료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특정 의료기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분야의 정책 결정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연하면 새로운 의료기술이 확산되기 전 단계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자는 취지다.

"환자는 누구나 검증된 의료기술로 진료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부지불식간에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의 임상시험 대상이 된다면 얼마나 불쾌하고, 위험하겠는가. 의료기술평가는 그런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의료기술평가는 모두를 위한 것"

진행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여러 오해들이 병존하고 있는 탓이다. 의료계에서는 '또 다른 족쇄'라며 벌써부터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복지부 역시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실제로 의료기술평가를 실시해본 결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신기술평가개발단은 지난 4월부터 12월까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항목은 비급여대상으로 '간암에 대한 고주파 열치료'였고, 평가방법 은 '체계적 문헌고찰'이었다. 신기술개발평가단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간암을 세부 전공한 임상전문가로 'RFA 세부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내외 35개의 문헌을 검토·연구한 결과는 고주파 열치료가 여타 기술에 비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세부전문위원으로 위촉된 자문 교수들조차 처음엔 '또 하나의 억제책'이 아니냐며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평가 후에는 '설혹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시범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했다."

이 단장은 이같은 의료기술평가가 소비자와 의료계, 정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공통분모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향후 의료기술평가가 본격화될 경우 의료기술의 지침과 임상시험의 근거, 급여결정의 근거, 문헌정보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강한 의지표명 아쉬워"

제도가 도입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정부 입법을 통해 의료법이 개정돼야 한다. 의료법에 '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칭)의 설립 근거와 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단장은 이에 대한 복지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의사의 본업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이다. 나 역시 의사다. 양심 있는 의사라면 의료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물론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도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면 단계적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 단장은 인력지원 부분도 아쉬워했다. 적어도 석사 이상의 고급인력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어, 일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이었으면 한다고 이 단장은 덧붙였다. 특히 문헌조사를 통한 연구가 주를 이루는 만큼 외국어에 능통한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영어 논문이 인정받는 추세였지만, 최근에는 제3의 언어로 된 자료도 질이 높다는 평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와 의료기술에 대한 근거를 살펴보기 위해서도 인력은 보강돼야 한다. 의료기술평가가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면 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실미도라고 부른다"

'존재하나 나타나지 않는……실미도.'
이 단장은 신기술평가개발단을 그렇게 불렀다. 심평원 소속이지만 복지부의 업무를 지원하는, 어쩌면 섬 같은 부서라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신의료기술평가시범사업'이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피곤(?)한 업무라는 뜻이다. 그간 신기술평가개발단의 인원도 7명에서 8명으로, 다시 6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래도 이 단장은 제도에 대한 분명한 신념이 있다. 국민이나 의료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돌부리에 채일 때마다 '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을 가슴에 새기는 것도 그 이유다.

의약뉴스 홍대업 기자(hongup7@news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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