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정 등 천연물신약에 대한 처방권은 한의사에게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사 A, B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약제 요양급여 결정처분 취소 청구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한의협과 한의사들은 레일라정이 복지부 고시를 통해 요양급여 대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에 복지부는 한의협과 한의사들에 대한 ‘원고적격 부존재’에 대해 따지고 든 것이다.
복지부는 “이 사건 고시는 의사와 한의사의 처방권에 관한 것이 아니고 레일라정은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된 생약제제로 약사법에 따른 품목허가가 되어 있으므로 한의사들은 이 사건 고시 취소 여부와 관계없이 약품을 처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고시는 레일라정을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대상으로 포함시킬지에 관한 것인데 한의사인 원고들에게 이에 관한 아무런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복지부의 원고적격 부존재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한의사는 한방원리에 따라 생약을 이용해 제조된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한약제제로서의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만을 처방할 수 있다”며 “서양의학적 원리에 따라 제조됐거나 한방원리에 따라 제조됐다고 하더라도 생약제제로서의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처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일라정이 생약을 배합해 제조된 것임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제약사는 레일라정에 관한 품목허가를 신청하면서 이 약품이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제조된 생약제제에 해당함을 전제로 식약처장에 자료를 제출했다”며 “식약처장운 생약제제에 적용되는 심사기준인 품목허가 고시에 따라 안전성 및 유효성을 심사해 품목허가를 했다”고 전했다.
또 재판부는 “이 같은 법리에 의할 때 레일라정은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레일라정이 서양의학적 원리에 의해 생약을 이용해 제조된 의약품임을 전제로 한 품목허가 신청 및 품목허가가 이뤄진 이상 한의사들로서는 본래부터 레일라정을 처방할 수 없고, 이 사건 고시로 인해 처방할 수 없게 됐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선고에 대해 의료계와 한의계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의협은 올바른 법리해석이라고 한 것에 비해 한의협은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 아니라고 본 것.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천연물신약은 원료가 천연물이라고 하더라도 제조과정이 현대과학적인 방법으로 해서 약으로 나오는 것”이라며 “기존 판례에서 꾸준히 나온 것이고 이와 일맥상통하는 근거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의가 없고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천연물신약 고시도 없어진다고 하고 있고 한의사들이 감사청구를 한 것도 그렇고 현재 정책이 한의사들이 바라는 대로 가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지금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끌어내거나 한의사들의 염원이 담겨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