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격자 검진 또는 의료행위를 조사할 권한이 없는 건보공단이 의원을 상대로 불법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졌다면 해당 처분을 취소해야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의사 A씨가 보건소를 상대로 청구한 의료업정지 등 처분취소소송에서 원심을 취소하고 A씨에게 내려진 의료업 업무정지 30일 및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업무정지 2개월의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3년 6월경 A씨가 운영하는 B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시행하면서 B병원에 등록된 의사가 모두 남성인 점에 착안, 2010년 9월 24일부터 2013년 6월 15일까지 B병원에서 자궁경부암 검진을 실시한 2196명 중 302명에 대해 유선조사로 확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통화자 전원이 의사가 아닌 여성으로부터 자궁경부암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실을 해당 보건소에 통보했다.
이에 보건소는 2013년 9월 A씨에게 “자궁경부암검진(검체채취)을 해당 검진기관의 의사가 아닌 무자격자가 실시했다는 이유로 의료업 업무정지 3개월 및 건강검진(자궁경부암) 업무정지 6개월의 사전통지를 했다.
A씨는 보건소에 무자격자에게 검체채취를 하도록 한 사실이 없으며,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라도 법원의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유보해달라고 의견제출서를 제출했고 보건소는 사법기관 최종판결 시까지 행정처분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듬해인 2014년 2월 A씨가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한 의료법위반의 점에 대해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받자 A씨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이유로 45일간 의료업 업무를 정지하고 3개월간 건강검진 업무를 정지한다는 내용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해당지역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사건 위반행위가 A씨의 인식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이며, 남성 의사가 직접 검사할 경우 여성인 피검사자의 심적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이유로 업무정지기간을 30일로, 건강검진 업무정지기간은 2개월로 변경하는 내용의 재결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A씨의 주장은 건보공단은 아무런 권한없이 이 사건 현지조사를 시행했고, 이러한 건보공단의 현지조사 결과 통보에 따라 보건소가 이 사건 처분을 내렸기 때문에 이는 권한 없는 자의 조사 결과에 기초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
또 A씨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보건소는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거나 청문절차를 거친 사실이 없고 의견제출 및 청문에 대비하기 위해 문서 열람 및 복사를 신청했느아 이에 대한 어떤 회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관계법령 등을 문리적으로 해석해보면 무자격자의 검진 또는 의료행위를 조사할 권한은 의료법 등의 위임을 받은 보건소에 있을 뿐, 건보공단은 이와 관련해 독자적인 권한을 갖지 않고, 단지 보건소의 의뢰가 있는 경우에 한해 무자격자의 검진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소는 이 사건 처분에 앞서 B병원의 무자격자 검진 여부 등에 관해 건보공단에 조사를 의뢰한 사실이 없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건보공단은 B병원의 무자격자 검진여부 등을 조사할 권한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라며 “이 사건 현지조사는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 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 제7항의 위임에 따른 건강검진실시기준 제15조 제1항에 의하면 건보공단은 검진기관의 지정취소 등의 사유 및 위 기준에서 정한 사항을 위반해 부당한 방법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하거나 실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검진기관 등 현장을 방문해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조항은 행정규칙으로서 국민건강기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은 국민건강기본법 및 시행령과 결합해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며 “이 사건 현지조사 당시 건보공단은 이 조항에 근거해 적법한 조사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행정규칙인 이 조항은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지는 것은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이 아니라 행정기관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법령 규정의 효력에 근거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라며 “이 사건 조항은 건보공단이 이 사건 현지조사와 관련해 조사권한을 갖는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