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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대금지급 6개월 기한 합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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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대금지급 6개월 기한 합당한가
  • 의약뉴스
  • 승인 2015.10.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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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업계의 갑은 의사와 약사, 병원과 약국이다. 을은 제약사와 의약품유통업계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안다.

의약업계의 대표적 ‘을 보호법’으로 여겨졌던 약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2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 약사법의 골자는 ‘의약품 대금 지급 의무’에 관한 규정으로, 구체적으로는 약국이나 의료기관이 제약사나 도매상에게 의약품 대금을 6개월 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연 20% 이내의 이자를 물리도록 하는‘ 것이다.

시정되지 않으면 해당 의료기관을 폐쇄하도록 규정했다. 20%라는 사채 수준의 연체이자를 물리고 병원을 폐쇄까지 한다니 아주 엄격하다.

업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내용을 보면 약간 당황할 것이다. 법안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약을 가져가고 6개월 동안 대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상거래는 대개 속된 말로 그 자리에서 물건과 돈이 오고 가는 현'금 박치기'인데 (물론 어음 거래도 많다.) 그동안 제약사나 의약품도매상은 병원과 약국에 약을 주고도 제 때 돈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까닭이다.

그리고 그 개월 수가 6개월이라니 그렇다면 실제로 지급 받는 기간은 이 보다 더 훨씬 길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업계는 대금결재 기간이 1년도 아니고 2년 이상을 넘기는 대형병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따라서 제약사와 유통업계는 이 법안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2012년 당시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 시절 나왔던 것이 비록 3년여가 흐른 지금 처리된 만시지탄이 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병원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병원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병원협회는 법사위 제2소위원회가 산회를 선언한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사적자치의 원칙과 본질을 훼손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개정안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해당 법안은 규제당사자인 병원계와 충분한 논의 및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고 사적자치의 본질을 침해함은 물론 위헌성마저 내포하고 있다는 것.

또 우월적 지위관계에 있다는 전제 하에 ‘예외조건’만을 논의하고 있는데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하에서는 구입한 약값만을 국가로부터 돌려받기 때문에 의약품 구입에 따른 마진이 전혀 없는 병원은 우월적 지위가 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마디로 제약사나 약 도매상에 비해 갑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일부 대금지급 지연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원천적 저수가 하에서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이기 때문에 병원을 몰아붙이기에 앞서, 규제중심의 의료정책과 의료의 공공성유지라는 틀 속에서 과연 원활한 대금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그 원인을 살펴보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금지급일의 합의는 ‘사적자치의 본질적 내용’”임을 재확인한 병협은 “이미 병원과 의약품공급자는 계약시점에 대금지급일을 합의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금지급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도 상기했다.

그리고 병원계가 약품비 조기상환을 자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관련단체와 꾸준한 논의를 진행해 온 사실도 강조하면서 법으로 대금지급일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가 우월적 지위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준사법적 판단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협은 “약사법·의료법 개정은 즉각 철회돼야 하고 중립적이고 공정한 위치에서 병원계와 의약품 도매업계 간 자율중재를 실시해 합리적 개선안을 마련하고 규제 중심의 법률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상호 이해와 협의를 바탕으로 한 정책수립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병원협회의 이 같은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특히 요즘처럼 병원경영이 어려워 일부 극소수이지만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어기면서까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는 병원들이 있는 상황에서 결재대금 단축은 개원가 경영악화의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을의 입장에 있었던 제약사와 유통업체가 겪었던 수금 애로사항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만으로 잠재해 있었다는 점에서 병원계도 약사법 개정안에 불만을 토로하기 이전에 오죽했으면 법이 나서서 강제조항을 마련했을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약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확정되기 까지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관련 단체와 당사자들 그리고 국회와 정부는 미진한 부분의 세부규정을 마련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 잔고 의약품의 처리 기준과 6개월이라는 지급 기간이 긴지 짧은지 그리고 이 기간동안 발생하는 금융비용의 손실 부분까지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약품 공급자와 의료기관 모두 만족하는 윈-윈의 결과가 나오기를 개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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