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6975 2077203
최종편집 2024-04-26 12:11 (금)
196.갯마을(1965)
상태바
196.갯마을(1965)
  • 의약뉴스
  • 승인 2015.10.27 1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무니 예, 지가 왔습니더. 절 받으시소.
야 야, 성칠아~ 너그 형수 왔데이.”

김수용 감독이 오영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갯마을>의 끝 부문에 나오는 대사다. 형이 죽고 집 떠난 형수가 다시 갯마을로 돌아오는 상황은 막 배를 저어 바다로 나가는 장면과 어울리면서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무리가 불어오는 파도처럼 자연스러운 해피 앤딩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실로 험한 꼴을 여러 번 겪어야 한다. 해순( 고은아)은 청상과부다.

해순과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배타는 것도 늑장을 부리던 새신랑 성구( 조용수)가 장가들어 그리도 좋아하더니 열흘도 못돼 시체 없는 죽음으로 돌아온 것이다. 돌담에 기대 손 흔들던 해순을 훔쳐보며 흠모하던 근육질의 사내만 신났다.

성황당도, 용왕님도 무심하지, 인물 잘나고 마음씨 고운 새댁이 앞으로 어찌 살라고 이런 날벼락을 내렸단 말인가. 하지만 무심한 것은 세월이다.

제삿날이 돌아오기도 전에 상수(신영균)는 해순을 넘본다. 다 같이 모여 멸치 후리질을 하고 남은 잡어를 나눠 줄 때 해순의 그릇은 가득 찬다.

상수의 인심이 후한 것은 후리꾼들이 지네발처럼 달려들어 그 물질 할 때 억센 손으로 해순의 손을 꽉 잡고 해순이 자리를 피할 때까지 허리를 우악스럽게 잡은  흑심 때문이다.

하지만 상수는 여자를 거칠게 대할 뿐 무드에느는 약해 해순을 쉽게 차지 하지 못한다. 치마 입은 채로 뒷물을 하던 해순을 뒤따라온 성구의 첫 번째 겁탈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기억에 남을 명장면인 시퍼런 낫 들고 설치던 해순을 해순아, 내깡 살자고 꼬드기던 헛간에서의 두 번째 기회도 여지 없이 사라진다.

열불이 난 상수는 드디어 삼세번 만에 임자 없는 몸뚱아리, 해순을 내 것으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항상 문을 걸고 자라고 다짐하던 옆방의 시어머니( 황정순)가 잠결에 깨어 방에 누가 들었느냐고 묻자 뒷간에 가려고 그런다고 얼버무리는 해순의 눈은 눈물이 그득하다.

해순은 남편과 함께 덮던 바로 그 이불 속에서 상수를 마지못한 듯이 받아들인다. 이후 두 사람은 한 번 난 길을 틈만 나면 함께 걷는다. 해순은 말한다. 누구에게도 소문내지 말고 나를 알은체 하지 말라고.

 

하지만 상수는 자랑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다. (소문을 퍼트려 확실히 해순을 차지하려는 의도도 있다. ) 그는 마침내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더니 이렇게 주접을 떤다.

이불속에서 해순이와 재미 봤다. 갓 처녀랑 똑 같드라. 그 소리를 시동생 성칠( 이낙훈)이 들었다. 멸치를 10부대 팔아도 쌀이 한 말이 안 되는 궁색한 처지인데도 형수주려고 신발을 사온 착한 시동생 아닌가.

참지 못하고 바다로 끌고 들어가 주먹 한 방 날린다.  말로 하라 말로, 상수는 여유를 부린다.

집에 돌아온 성칠은 어머니께 상수가 형수를 끔찍이 생각한다며 둘이 떠나도록 허락해 달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짐을 싼다. 보퉁이 하나 달랑 메고 안개 낀 해송사이를 헤치며 먹을 것 찾아 공사판으로 떠난다.

형수가 간 데이. 성칠은 가슴을 쥐어뜯는다.

상수는 돌을 깨고 해순을 깬 돌을 광주리로 이고 나르는데 노가다들이 젊은 해순을 노린다. 보다 못한 상수는 해순을 주막집에서 부엌일 하는데로 보낸다.

하지만 주막집은 더하다. 거친 사내들은 개다리 만진 더러운 손으로 해순의 팔을 잡는다. 술판은 피가 튀는 난장판이 된다.

두 사람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젊은 두 남녀, 산속에서 즐겁지 아니한가. 하지만 그 짓도 하루 이틀이지 도끼차고 원시인처럼 감자만 먹고 사는 것이 어딘가 허하다.

어느 날 깊은 계곡에서 선녀처럼 목욕을 하던 해순은 그를 보고 노리는 사냥꾼 중 한 명으로부터 위기에 처한다.

그 때 상수가 나타나 놈을 때려눕히고 해순을 다그친다. 목을 조르던 상수는 해순이 죽은 줄로만 알고 약을 사러 읍내로 내달린다.

한 참 후 깨어난 해순은 상수를 찾아 산속을 헤메고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상수는 반가운 나머지 달려가다 발을 헛디뎌 바위에서 떨어져 죽는다. 손에는 약병이 들려있다.

해순은 고향으로 돌아온다. 낡은 삿갓 모양을 하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를 발견하자 해순의 발걸음은 날듯이 가볍다.

집에 돌아와 잠수할 때 쓰던 물건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서방을 끌어안듯 어구를 가슴에 안고 기쁨에 충만하다. 혜순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시어머니는 죽은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신이 났고 늙은 어미를 홀로 모시던 성칠은 형수가 오자 입이 귀에 걸린다. 야 야~ 성칠아, 너그 형수가 왔데이.

국가: 한국
감독: 김수용
출연: 고은아, 신영균, 황정순, 이낙훈
평점:

 

 

 

팁: 이런 영화를 보면 맛있는 음식을 제 돈 주고 먹었을 때처럼 흡족하다. 한동안 입가의 미소는 그치지 않고 어린 시절 새 옷을 입을 명절날 이브처럼 설렌다. <갯마을>은 한국 영화 가운데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한 영화다.

60년대를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부른다면 이 영화가 큰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벽한 짜임새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 잡을데 없을 만큼 일품이다.

상수를 연기한 신영균은 뜨내기 잡놈이지만 능글능글한 수완으로 해순을 후리는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이글거리는 욕망의 눈빛 연기가 압권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고은아는 이름에 어울리게 살결이 아주 곱다. 요염한 은아의 벗은 몸은 달빛을 받아 빛나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포구의 잔물결처럼 일렁이는데 상수는 물론 과부들도 탐낼만하다.

노골적인 동성애적 코드를, 원작에 있다고는 하지만 그 때 그 시절에 그려 냈다니 감독의 용기가 대단하다.
과부댁들의 거침없는 음담패설(지금은 성희롱이라고 처벌된다.)은 노골적이다. 한국문예 영화의 효시로 평가되고 있다.

호러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시간이 없더라도 이 영화만큼은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원작에는 상수가 징용에 끌려가나 영화에서는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는다.

원작과 영화가 다른 부분이 군데군데 있는데 오히려 원작에 충실하기보다 나름대로 각색(신봉승)한 부분이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 듯하다.

영화 도입부에 목청 좋은 스님의 독경소리처럼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창 타령 또한 장면 장면과 기막히게 어울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