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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고소 한의협, 강경대응이 최선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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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고소 한의협, 강경대응이 최선이었나
  • 의약뉴스
  • 승인 2015.09.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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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할 수 있을까.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해보는 것은 최근 들어 자주 인터넷 상에 올린 글들에 대한 법적조치가 여론에 회자되기 때문이다.

주로 정치성이나 이념적인 글들이 그 대상이 되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적은 업계 현안에 대한 내용도 간혹 문제가 되곤 한다.

최근에는 한의사협회가 네티즌을 형사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의사협회로부터 고소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졌다.

내용은 간단하다. 한약이 보름치가 30만원이고 기본이 50만원인데 꼭 먹어야 하느냐에 대한 게시물에 리플을 단 것이 화근이 됐다.

고소당한 네티즌에 따르면 그는 세 가지로 자신의 의견을 적었다. 한약이 무슨 성분인지는 한의사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동종 업계 사람들도 모를 것이고 나라면 저 가격에 절대 안 사먹는다는 것이 마지막 내용이었다.

그는 이 정도 글도 고소를 당했는데 무차별적인 고소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사과대신 끝까지 갈 것이며 형량이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말한 문장에 대해 법적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무차별적인 입막음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반드시 증명해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글은 해당 커뮤니티에서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네티즌들은 “이럴수록 반감만 들 뿐인데 대놓고 법을 휘둘러서 힘없는 일반인들 입을 막으려 드느냐”, “이 정도로 고소하면 한의사협회에 반발심이 많아질 것”, “악질적인 사람들 고소하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이건 지나치다”며 해당 네티즌을 옹호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국의사총연합이 네티즌을 거들면서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전의총은 성명서를 통해 ‘한의학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무차별 고발하겠다는 한의사들은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의협이 네티즌을 고소한 이유는 막연한 불편감과 공포감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한의계로서는 이 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이 당혹스럽고, 전의총이 이처럼 갑작스럽게 끼어들어 공포감을 주려는 의도라 단정지은 것 또한 달가울 리 없겠지만, 사실 한의협이 고소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도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이 네티즌의 글이 자신들의 직역에 대한 모욕이나, 한의학에 대한 불신을 유발하는 행위라 판단했을 수도 있겠지만, 고소 대신 논리적인 대응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테면 한약을 먹고 좋아진 환자의 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동의보감'의 처방에 대한 신뢰성을 강조하거나, 양약이 들어오기 수 천년부터 한약을 사용해서 질병을 치료해 왔다는 사실, 혹은 지금도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한약이나 약초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불신을 가진 상대에게 강경책은 반감만 더욱 키울 뿐이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대를 이해시켜야 불신을 거둘 수 있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한의협은 차제에 한의약의 과학적 근거를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은 근거를 확보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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