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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장관의 미숙한 국감, 이후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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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장관의 미숙한 국감, 이후가 더 중요하다
  • 의약뉴스
  • 승인 2015.09.1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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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취임한지 2주가 지났다.

그리고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인 국정감사를 만났다. 그가 언제나 보건복지 쪽에 관심이 있는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였고 병원장이었지만 보름 만에 방대한 보건복지 업무를 파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다.

따라서 의원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을 바라는 것은 애초에 벅찬 기대였다.

초보 장관이 직원들 얼굴을 익히기도 전에 국정감사에 임하기 위해 밤낮 노심초사 했다는 것은 보지 않아도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렇게 준비했음에도 10일 복지부 국감 첫날 장관은 한마디로 어리바리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것은 장관의 무능이나 준비부족이라고 탓할 수만은 없다. 의원들은 1년 내내 준비해서 공격했고 장관은 고작 2주 동안 방어책을 마련했으니 공격은 날카롭고 방어는 허술하고 미숙하다. 이해가 된다.

같은 편이라고 여기는 새누리당의 김정록 의원도 오죽하면 도대체 장관이 아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힐난했겠는가. ( 김의원은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은 의료기술들이 사용된 것에 대해 질의했고 장관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장관을 몰아부쳤다.

김의원은 기획재정부가 2014년 말, 2015년 담배소비량을 28억 6000갑으로 계산해 올해 예산안을 편성했고, 내년 예산은 21% 증가한 34억 6000갑이 소비될 것으로 추계해 예산 편성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추계에 대해 복지부와 협의가 있었는지, 기재부의 추계 예산에 동의하는지 정진엽 장관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장관은 사전 지식이 없었는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급기야 담당국장이 대신 답변했다.

이에 김의원은 장관이 업무파악을 못하는 것을 질타하면서 예산 심의를 해야 하는데 주무장관이 이를 모르고 있으면 안된다고 훈계했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도 지난 인사청문회 때 ‘장관되기 참 쉽죠잉’이라고 표현을 했던 사실을 상기하면서 오늘 국정감사를 보니 ‘장관하기 참 힘들죠잉’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한탄했다. 그는 참 답답함을 느낀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남인순 의원은 원칙적인 내용으로 장관을 나무랐다. 행정부가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부터 배우지 말라는 것.

남 의원은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국가감염병 관리체계 개선 촉구결의’의 정책제언을 외면한 처사”라며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잊은 채 관료주의의 한계를 드러낸 졸속 개편안으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관은 진땀을 흘렸다.

그는 전임 문형표 장관과 비슷하게 민감하거나 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회피하거나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을 내놓았던 것이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주무부서 장관으로서 강력히 추진해나가겠느냐고 묻자 “직역별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한 결과를 보고 각 의료단체들과 이야기를 하고, 적극 중재 하도록 하겠다” 고 교과서적으로 대답했다.

이런 국감 태도에 대해 집권당인 새누리당 조차 기분 나빠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이제 막 취임을 해서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업무 파악이 제대로 안되면 차관에게라도 답변을 하도록 해라”며 “오늘부터 집에 가지 말고 업무 파악에 힘써달라. 장관의 답변 태도가 매우 안 좋아 심의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허탈해 했다.

초보 장관과 의원들의 답변과 질문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 것이다. 하지만 초보장관의 꼬리표는 여기까지다. 언제까지 초보일 수 없는 것이고 초보라고 해서  교통위반에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업무파악이 미숙하고 정책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하다 해도 장관으로서 좀 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관의 위축되고 소신없는 모습은 많은 소속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릴 수 있다.

무턱대고 의원들의 질의에 토를 달고 비아냥 거리면서 국회를 우습게 아는 태도는 버려야 하지만 주무 장관으로서 가져야 할 당찬 모습은 보여주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다.

국감이야 끝나겠지만 장관의 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하는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좀 더 자신감있게 정책을 추진하고 한 부서의 장으로서 인상깊은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보건복지부에 바라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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