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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좋은 친구들(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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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좋은 친구들( 1990)
  • 의약뉴스
  • 승인 2015.08.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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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질과 칼질은 누구에게 하느냐에 따라 위대한 총질일 수 있고 역사에 남을 칼질일 수 있다.

가령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적의 수뇌부로 총구가 겨눠지면 그것은 거대한 저격일 수 있고 뛰어난 칼질 일 수 있다.

광복 70주년이 되는 8월 15일 기념이라도 하 듯 천만을 돌파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총구가 친일파와 일제를 겨누고 있다. 그야말로 대단한 총질이다.

하지만 대의 보다는 자신을 위해 기껏해야 조직의 보스를 위해 하는 총질과 칼질도 있다. 이런 경우 비열한 살인행위에 다름 아니다.

언제나 ‘죽이는’ 영화만 만드는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Good Fellas)은 위대한 암살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은 숱한 총질과 칼질로 무수한 사람을 죽이지만 심심풀이로 ,화가 나서 혹은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그도 아니면 사익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

 

주인공인 나 헨리( 레이 리요타)는 아주 어릴 적부터 갱이 되고 싶었다.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폭력단원의 일원이 되기를 소망했다.

싹수부터가 노랗다. 이런 경우 빨리 베어버려 성장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아예 고사 시켜야 하는데 주인공이니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감옥에서 호사스럽게 지내다 풀려나온 그가 할 일은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총질과 칼질 말고 다른 무엇이 있겠나. 더구나 그는 그짓을 너무나 좋아한다.

그에게는 그 좋은 일을 함께하고 도와줄 정말로 ‘좋은 친구들’이 있다.

지미( 로버트 드 니로)와 토미( 조 페시)는 늘 나와 같이 다니면서 때로는 같이 죽이고 어떤 때는 홀로 죽인다. (지미가 말을 조심하면서 행동에 신중한 반면 토미는 깐죽거리기 대장이다. 예측 불가능하고 폭력도 우발적이다. 웃기지 않은 일에 웃고 쉬지 않고 떠들어 대는 것이 같은 감독의 <비열한 거리>(1973)에서 떠버리로 나오는 로버트 드니로를 연상시킨다. 여기서 로버트 드 니로는 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중한 캐릭터이면서 대장 격이다. )

이들은 총질하고 칼질해서 돈을 번다. 그 돈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맛있는 것을 먹고 명품을 구매한다.

헨리의 예쁜 아내 카렌( 로레인 브라코)은 그런 헨리가 부끄럽기 보다는 자랑스럽다. 나이트클럽을 가도 길게 줄을 설 필요가 없다. 아무데나 차를 세워 놓아도 되고 시끄럽게 밤새 카드를 쳐도 누구하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길 건너 사람들은 그가 갱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건드리면 총을 맞고 칼에 찔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들 쉬쉬한다.

하지만 즐거움이 있으면 슬픔도 있는 법. 헨리는 카렌 대신 다른 여자와 놀아나는 것을 개의치 않고 그걸 안 카렌은 눈이 뒤집혀 헨리의 배에 올라타 권총을 겨누기도 한다.

이들의 나쁜 짓은 죽어야 멈추겠지만 주인공이니 잘 죽지 않는다. 은행을 털거나 항공사 수화물을 훔쳐도 죽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원 중 토미가 마피아에 정식 가입하는 경사를 맞기도 한다. 갱보다 한 수 위인 마피아 조직원이니 그렇지 않아도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그들은 이제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가진다.

저항하거나 반대하면 마구 때린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총질하거나 칼질 하면 된다. 미안해하거나 죄책감은 하나도 없다. 그들에게 양심은 없다.

냉동 창고에 매달린 시체, 쓰레기 분쇄기에서 갈아지는 시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시체, 차 트렁크 속의 유혈이 낭자한 시체. 이런 시체들은 다 ‘좋은 친구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았기 때문에 자초한 일이다.

최동훈 감독의 <암살>은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한을 푼다. 영화에서나마 정의를 실현한 것이다.

독립군을 배신한 자에 대한 복수가 멋지다. 광복 70주년을 맞는 한국 관객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좋은 친구들>은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좋은 영화가 아니다. 친구들 역시 좋은 친구가 아니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영화인 것은 분명하다.

국가: 미국
감독: 마틴 스코세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레이 리요타, 조 페시
평점:

 

팁: 1970년대 뉴욕이 시공간이다. 건달이 되고 싶고 그래서 건달이 된 나의 이야기가 1인칭 시점에서 실화로 소개된다.

11살 때 감옥에 가고 16살 때 마피아를 죽인 지미가 보스 겸 친구다. 나는 훔치는 전문가, 트럭강탈 전문가인 그를 무척 좋아한다.

그에게서 나는 남자가 지켜야 할 두 가지, 친구를 배신하지 않고 입은 항상 무겁게 하라는 교훈을 배운다.

성장해서 본격 갱이 된 나는 보통사람들의 인생을 바보같이 보고 지하철 타고 엿 같은 직장에서 생계를 꾸리는 일상을 비웃는다.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한 총질과 칼질을 일삼았지만 단 한 번도 위대한 총질과 칼질을 하지 못한 좀생이다. 좋은 친구들의 삶은 한마디로 비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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