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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위대한 유산(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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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위대한 유산(1946)
  • 의약뉴스
  • 승인 2015.07.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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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나 심장을 뺏길지 모른다는 공포감은 오래전의 일이다. 몹쓸 병에 걸린 사람이 어린애들의 내장을 파먹으면 병이 낫기 때문에 아이들이 공격대상이라고 했다.

홀로 숲길을 달려 학교에 갈 때 느닷없이 긴 낫을 들고 나타나 마구 찔러 대는 흉측한 몰골의 병자가 그 시절 나를 한동안 괴롭혔다.

내 친구가 아닌 내가 뜯어 먹히는 상상을 하면서 새우잠을 잤던 기억이 오싹하다. 잊었던 추억이랄 것도 없는 그 시절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 것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친 죄수가 목을 따버리거나 아니면 심장이나 간을 꺼내버리겠다고 아이를 협박하는 장면에서였다.

짧고 굵은 목을 가진 거구의 맥 위치( 핀레이 커리)는 핍( 어린 핍 -토니 웨이저, 어른 핍- 존 밀스) 을 거꾸로 들어 올리면서 금방이라도 목을 딸 듯이 으르렁거렸다. ( 영국이나 한국이나 그 시절에는 어린애들을 그렇게 괴롭혔다. 기이한 공통점이다. )

장소 또한 스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늪지대 묘지가 아닌가. 어린 핍이 느꼈을 공포는 내가 수 킬로미터의 초등학교 산 속을 다닐 때 느꼈던 그 공포 못지않았을 것이다.

 

겨우 풀려한 핍은 뒤돌아 볼 새도 없이 제방의 긴 들판을 들입다 달린다. 마치 황토 언덕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두 개의 묘지부근에서 더 세게 달려 나갔던 나처럼.

그리고 누나의 집에서 죄수가 말한 것들을 훔친다. 브랜디와 빵과 발의 수갑을 풀 수 있는 연장이다. 죄수의 눈이 잠깐 동안 핍을 쳐다본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이런 호의를 베푼 핍에 죄수는 순간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을까.)

핍이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다시 온 것은 간을 지키기 위한 마음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죄수는 안다. (고아로 자라 성깔 있는 누나 집에 얹혀사는 핍이 베푼 선행은 동병상린의 정으로 봐야할까.)

어린 핍에게 죄수는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불쌍하고 구해주고 싶은 마음, 그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을 했을 법하다.

하지만 핍의 이런 기대와는 달리 총소리가 들리고 경찰의 수색이 시작된다. 탈옥수는 1명이 아닌 두 명이다. 죄수는 결국 잡혀 감옥선에 다시 갇힌다.

그는 이번 탈옥을 기리기 위해 한마디 하겠다며 나 때문에 어떤 사람이 의심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빵과 브랜디를 자신이 훔쳤다고 경찰에 진술한다. ( 이쯤 되면 핍의 동정을 구할 만한 죄수의 자격은 있는 거 아닌가.)

어쨌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핍은 이상하기는 하지만 미치지는 않은 휠체어를 타는 어떤 부인이 사는 대저택으로 초대된다. 부인과 놀아주는 대가로 동전을 얻어 오기도 하는데 거기서 핍은 아름다운 에스텔라(  어린 에스텔라- 진 시몬즈, 어른 에스텔라 - 발레리 홉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부인은 결혼식 날을 위해 엄청나게 큰 케이크를 준비했으나 신랑이 나타나지 않아 버림받은 몸으로 25년 간이나 빛을 보지 않은 여자다.

놀러 오는 핍에게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 에스텔라와 함께 놀도록 하기도 한다. 에스텔라는 핍이 평민인 것에 불만에 품고 함부로 험한 말을 하고 따귀를 때리는 등 무시하지만 그에게 볼 키스를 하라고 하는 등 호감을 표시한다.

핍은 거기서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는 친구 포켓( 알렉 기네스)과 우정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병에 걸린 누나는 죽고 14살이 된 핍은 대장장이 수업을 받으면서 매형의 보조로 6년의 시간을 보낸다.

금요일 저녁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뚱보이면서 쉬지 않고 조잘대는 변호사가 핍을 찾는다. 그리고 이름 밝히기를 원할 때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사람의 위대한 유산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알린다.

핍은 대장장이 일을 그만두고 신사수업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떠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돈은 사람을 바꾼다.

핍은 가죽구두, 세련된 옷, 보기 좋은 모자를 쓰고 지팡이를 든 멋진 신사가 돼 돈 많은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거만하고 가난을 혐오해 오랜만에 런던으로 찾아온 매형을 돈을 줘서 내쫓을 수 만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는 돈 맛을 아는 어중이떠중이로 변했다.

핍은 자신에게 엄청난 유산을 물려준 후견인이 대저택의 부인이라고 생각한다. 런던에서 핍은 더 예뻐진 에스텔라를 만난다.

그리고 재산이 모이기만 하면 반드시 한사람을 신사로 만들어주겠다고 그래서 그가 아름다운 세상만 바라보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그것을 실천한 애꾸눈의 죄수도 만난다.

핍의 후견인은 부인이 아닌 애꾸눈의 죄수였던 것이다. ( 죄수가 후견인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핍은 이후로 속물 근성에서 조금 벗어난다.)

죄수는 또 쫒기고 있다. 핍은 친구 포켓과 함께 그를 도피시키려하지만 죄수는 다시 잡혀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사형선고를 기다린다.

부인은 장작더미 불에 타 죽고 에스텔라는 결혼해 파리로 가나 출생의 비밀을 안 남편에게 버림받는데 그런 에스텔라에게 핍은 한시도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데이비드 린 감독은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을 통해 한 아이의 불행과 공포와 성공과 좌절과 희망을 보여준다. <위대한 유산>을 통해 감독은 세계 영화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겨 놓는데 성공했다.

국가: 영국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토니 웨이저, 존 밀스, 진 시몬즈, 발레리 홉스
평점:

 

팁: 그 옛날 한국에서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영국에서는 어린애들을 위협하기 위해 간을 꺼내 먹는다고 했다. 못난 어른들은 세계 도처에 있듯이 영국도 별 수 없다는 생각에 내 어린 시절의 큰 상처가 조금은 위로를 받는다.
셰익스피어에 맞먹을 만큼 영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찰스 디킨스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니 영화는 짜임새가 있고 보고나면 책을 읽고 난 후처럼 밀려오는 감동이 크다.
우연히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거나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대상이 알고 보니 재벌이었고 그래서 엄청난 후원금을 받아 팔자를 고쳤다는 상상을 하지도 않고 거액의 유산을 받게 된 핍은 비록 고아였지만 엄청난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역자는 꺾쇠를 치고 [새 지저귀는 소리] [바람소리] [외침소리] [나뭇가지 삐걱 이는 소리] [숨 내쉬는 소리]등의 자막을 넣었는데 무성영화도 아니고 이런 자막을 왜 넣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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