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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빅히트(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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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빅히트( 1953)
  • 의약뉴스
  • 승인 2015.07.1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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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있다. 이는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다. 권력과 부패는 태초에 인간이 있은 후에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지속된다.

슬프지만 진리다. 이것이 인간이 사는 세상이다. 흐리고 비 오는 오후처럼 우울하게 시작하는 것은 프리츠 랑 감독의 빅히트( The Big Heat)를 보면서 인간 종에 대한 원초적인 불신이 여름날의 중형급 태풍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잔뜩 비를 머금은 태풍은 아름드리 가로수를 뿌리 뽑고서야 비로소 멈추지만 태풍은 해마다 되풀이된다.

책상 앞에서 등을 보이는 남자가 총신이 짧은 권총을 들고 자신에게 쏜다.

총 맞은 사람이 으레 그렇듯이 그 역시 즉시 앞으로 고꾸라진다. 총 소리를 듣고 2층 계단을 타고 내려온 여자는 언뜻 하녀처럼 보이지만 죽은 자의 아내다.

사건 현장의 최초 발견자인 아내는 지방검사에게 보내는 여러 장의 유서로 보이는 A4 용지를 서둘러 치운다. 자살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때 급히 달려오라고 존재하는 경찰 데이브( 글렌 포드)는 미망인을 통해 그가 평소 건강을 염려했고 특히 최근에는 염려증이 더 심해졌다는 말을 듣는다.

사건은 자살로 처리되고 신문은 건강 때문에 베테랑 경찰 조사부장이 자살했다고 보도한다.

미심쩍은 구석이 있지만 데이브는 그렇게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은 경찰의 애인인 술집 여자를 통해 자살자가 흡혈귀 같은 아내와 이혼하려 했고 건강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는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된다. (처음에 데이브는 여자로부터 같은 경찰편이라고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듣기도 한다.)

나이브한 데이브는 다시 미망인을 찾아가 죽은 경찰의 애인이 했던 말을 미망인에게 들려주면서 사건에 의혹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런데 그 며칠 후 술집여자가 고속도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여자의 시체는 구타와 고문의 흔적을 남겼다. (데이브가 바로 미망인을 찾아가지 않고 좀 더 세련된 수사방법을 동원했다면 여자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앞서 데이브를 나이브하다고 설명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데이브는 자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윗선은 여기서 수사를 마무리 하고 더 이상 들쑤시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집에 돌아온 데이브에게 낮선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은 아내에게는 상스러운 욕을 하고 데이브에게는 살고 싶으면 딴 사람 일에 신경을 꺼라, 높은 분이 불편해 하신다는 협박을 한다.

그런다고 풀이 죽을 데이브가 아니다. 오히려 더 용기가 솟는다. 배후로 지목한 거물 정치인의 대저택에 쳐들어가 20년간 온갖 부패와 살인으로 이루어진 집이라고 헐뜯고 그의 경찰 경호원을 때려눕힌다. 상관은 그에게 해고를 암시하고 어느날 아내는 자동차 폭탄테러로 죽는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기 위해 설치한 폭탄에 아내가 죽은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불행한 주인공은 언제나 아내를 끔찍이 사랑한다. 여기에서 두 사람의 결혼은 그야말로 퍼펙트한 것으로 나온다. 그래야 더 애처롭다. )는 어린 딸을 남겨 두고 저세상으로 갔으니 홀로 남은 데이브가 할 일은 복수 말고는 다른 게 있을 수 없다.

경찰 간부의 자살 이후 벌써 두 명이 죽었다.  하지만 영화는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 데이브의 복수극은 시작도 안됐다. 그러니 앞으로 몇 명이 더 죽을지 모른다.

데이브가 범죄 현장으로 다가갈수록 거대한 배후조직에 정치권력이 있고 그의 하수인이 경찰고위직이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갈 길이 먼 데이브에게 경찰국장은 업무정지 명령을 내린다.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이런 일들은 이 영화가 나온 60년 후에도 여전히 현실에서 적용된다. 그러니 영화를 보면서 괜히 치를 떨다 감상의 질까지 떨어트릴 필요는 없다.

그러려니 하고 (이미 사건의 전말은 거의 드러났지만) 데이브가 어떻게 복수하는지 결말을 차분히 따라가는 것이 좋다. 거물 정치인의 하수인이며 살인사건의 용의자인 빈스(리 마빈)는 허영에 들떠 일주일에 6일은 쇼핑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육감적이고 예쁜 애인 데비( 그리리아 그레이엄)를 장난감처럼 데리고 산다.

그런 어느 날 데비는 빈스에게 모욕을 안긴 데이브를 따라 호텔까지 간다. 가서 하이힐도 벗지 않고 침대에 걸터앉아 스카치를 얻어먹는다.(침대에 들어갈 때는 제발 신발을 벗자. 신발 밑창에 어마어마한 세균이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없다. 서양 영화를 보다 화가 나는 것은 신발을 신고 침대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빈스 때문에 모피를 입고 호화생활을 하는 데비는 그의 적인 데이브에 호감을 갖고 있다. 자신을 보내려는 데이브에게 데비는 애타는 눈초리로 내가 정말 가기를 바라나? 하고 묻는다. (데이브가 잡았다면 데비는 그와 잠을 잤을 것이 분명하다. 만약 그랬다면 영화는 삼천포로 빠졌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데이브는 모범생이어야 했다. 죽은 아내의 복수를 원하는데 아내를 죽인 애인과 잠자리를 할 수 는 없을 것이다.)

예상처럼 데이브는 빈스의 손이 닿은 물건은 어떤 것이든 싫다는 독설을 퍼붓고 데비를 돌려보낸다.

빈스는 데비가 데이브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뜨거운 커피를 얼굴에 붓는데 데비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섬뜩하다.( 이 장면은 잔인한 필름 느와르 영화 가운데서도 압도적으로 잔인한 장면으로 기록될만하다.)

데비가 데이브의 편에 선다는 것은 이제 확실해 졌다. 데이브에게 사건 해결의 정보를 준 데비는 미망인을 찾아가 죽인다. 미망인이 죽어야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다고 믿는 데이브의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미망인과 자살한 경찰간부는 자신들이 위험에 처할 것에 대비해 부패의 기록물을 남겨 놓았다.)

그리고 빈스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한다. 데이브는 이모 집에 가 있는 딸이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등의 악조건을 뚫고 마침내 거대한 복수를 완성한다. 그가 다시 강력계로 복귀했음을 물론이다. 사건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리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게 보이는가. 아닌가.

국가: 미국
감독: 프란츠 랑
출연: 글렌 포드, 글로리아 그레이엄
평점:

 

팁: 두목(직장상사나 혹은 키맨)을 싫어하면 성공할 수 없다. 데이브는 이런 사실을 데비가 상기 시키자 나는 성공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런 데이브를 윗선이 싫어하는 것은 말 안 해도 안다.

하지만 데비는 지지 않고 맞받아친다. 호화생활이 뭐가 잘못됐느냐고? 가난뱅이와 부자 둘 다 경험해 봤지만 돈이 최고다, 부자가 훨씬 낫다고 쏘아 붙인다.

데이브는 냉소하듯 대꾸한다. 돈의 출처가 어딘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부정한 돈은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가히 청렴한 경찰의 표본이 아닌가. 이런 경찰을 둔 상사는 자랑스러워 할 까, 목의 가시처럼 여길까.

한편 붕대를 감고 데이브를 찾은 데비는 자신의 흉측한 모습이 부끄러워 제발 불을 꺼달라고 간청한다. 여자는 여자다 라는 감독의 세심한 배려가 허영심과 어울러져 기막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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