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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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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51)
  • 의약뉴스
  • 승인 2015.06.0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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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과거와 허영을 먹고 산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속된말로 개 무시한다.

파국의 결말을 예상해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엘리아 카잔 감독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A streetcar named desire)를 통해 이런 여성과 저런 남성을 그려냈다.

퓰리처상을 받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원작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영화의 성공 여부는 시나리오의 완성도 보다는 등장인물들이 배역을 얼마나 제대로 소화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감독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공주병에 걸린 블랜치( 비비안 리)와 짐승 같은 남자 스텐리(말론 브란도)를 내세워 완벽한 연기대결을 펼쳐 놓았다.

영화를 보면서도 맨 앞자리에 앉아 연극을 보는 것처럼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이 그야말로 불꽃 튀는 그래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을 연출해 냈기 때문이다. (블랜치와 스텐리는 영화사에 남을 가장 인상적인 여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역을 제대로 해냈다.)

영화는 블랜치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덥고 지저분하고 방이 두 개 밖에 없는 구질구질한, 악몽에서 조차 상상 못 할 뉴올리언스에 사는 동생 스텔라( 킴 헌터)의 집에 10년 만에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볼링장에서 첫 만남을 시작한 블랜치와 스텐리는 이후 작은 집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끊임없는 불협화음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활화산처럼 조마조마하다.

 

중간에 낀 스텔라는 언니 편을 들기도 하지만 스텐리의 불같은 성격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결혼식 날 밤에도 슬리퍼로 전등을 깨고 대화중에 밥그릇을 창문에 던지고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밤마다 도박을 하고 늘 술에 절어 사는 스텐리는 폭군이면서 동시에 스텔라를 성적으로 완전히 사로잡았다.

넓은 등판, 이글거리는 눈, 노동으로 단련된 근육 덩어리 육체는 폭력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하다. (스텔라는 스텐리가 하루 밤이라도 집에 돌아오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일주일만 안 돌아오면 미칠 것 같고 돌아오면 아기처럼 그의 무릎에 엎드려서 울곤 한다. )

어느 날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블랜치는 스텔라가 걱정이다. 그런데 스텔라의 표정은 무언가를 완전하게 얻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만족감으로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그런 느낌 블랜치는 이미 16살 때 경험했다. 그러니, 뭐 이런 시답지 않은 말을 할 수 밖에. 그럼 괜찮은 거야?   그렇고 말고, 그이는 뭐든지 부수길 잘해. 난 그러면 흥분돼.

스텐리는 블랜치가 집까지 팔고 거지 신세가 된 것을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빈털터리라고 보기에는 그가 가져온 물건들이 범상치 않다.

길이가 반마일이나 되는 여우털 (빈정대면서), 금박 입힌 드레스, 모피와 깃털장식, 다이아몬드 왕관, 진주 목걸이가 한 다발( 잠수부라도 되나?) 이다.

교장이 휴가를 권한 것이 아니라 해고당했다는 것도 ,마음과 몸이 여리고 순진하지 않고 2류 호텔에서 창녀 짓거리나 한 것도 스텐리는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블랜치가 군대 동료이고 공장 친구인 미치( 칼 말든) 를 꼬드겨 결혼하려는 것도 파토를 낸다. 한마디로 아내의 언니를 아주 우습게 대한다.

하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더운 날엔 술이 제격이지 하면서 마셔대고 편하게 살기가 내 좌우명이라면서 기름에 젖은 옷을 벗어 제끼는 그 였으니. 

블랜치도 지지안고 더운 날씨엔 깔끔하게 보이기가 어렵죠? 라고 대꾸한다. 그 뿐이 아니다. 드레스의 단추를 채워 달라고 스탠리에게 등을 보이고 잘 못하자 동생은 손재주가 없는 남자와 결혼 했다고 비꼰다.

여우털을 목에 두르고는 젊을 적 남자들이 자신을 따랐다고 자랑을 해대는데 마치 몽유병 환자와 같은 환상에 빠져있다.

그런 블랜치를 보는 스텔라의 눈은 한심 그 자체다. 그래서 어쩌라고. 스텐리의 대답은 이것이다. 단순하고 직선적이며 구식이라고 놀림 받는 스텐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잡소리 그만둬’ 를 덧붙이는 것 뿐.

블랜치의 허영은 점점 더 심해진다.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음악을 틀고 춤을 춘다. 스탠리도 지지 않는다. 라디오를 집어 던진다.

너는 미치광이와 결혼했어. 솔직히 말하지. 그는 너무 천해. 그의 천성엔 교양이라곤 없어. 인간이하이고 짐승 같은 버릇을 가졌어. 수 천년 지나도 그는 석기사람이다. 제발 야만인과 있지마. 여기를 떠나자. ( 마지막 순간까지 귀족의 가치관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

스텔라는 언니의 그런 충고를 따를까. 블랜치는 시들어 가고 급기야 미친 여자 취급을 받는다. 스텐리가 생일 선물이라고 주는 것은 돌아갈 버스표.

스텔라가 아이를 낳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블랜치를 능욕하는 스텐리의 고의적인 잔혹함. 정신병동으로 끌려가는 블랜치. 과장된 몸짓, 신파극이나 연극같은 영화의 결말은 이렇다.

국가: 미국
감독: 엘리아 카잔
출연: 비비안 리, 말론 브란도
평점:

 

팁: 남부 귀족 출신의 욕망이 가득찬 얼뜨기 역할을 제대로 해 낸 비비안 리는 그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 말론 브란도는 <아프리카 여왕>에 출연한 험프리 보카트에 밀려 남주 조연상을 수상하는데 만족해야만 했다. 스텔라 역의 킴 헌터는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난폭한 노동자의 거침없고 본능적인 연기는 관객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기 보다는 이해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폴란드 출신이지만 100% 미국인이라고 떠벌이는 다혈질의 이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나.

희곡을 원본으로 했기 때문에 때로는 영화를 보면서도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 들기도 한다.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는 그대로 시가 되고 시는 한 인간의 내밀한 욕정, 고뇌, 허위를 대변하고 있다. “허망한 마음을 채우려면 제가 모르는 분들에게 다정함을 바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는 블랜치의 대사는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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