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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4-04-19 11:48 (금)
175. 정사(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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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정사(1960)
  • 의약뉴스
  • 승인 2015.05.1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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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제로 안토니오 감독의 <정사>(L' awentura)는 늘어지는 영화다. 빠른 숏이 유행인 지금 이 영화를 차분히 본다는 것은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화면은 정지된 상태에서 수 초간 머물기를 예사로 하고 플롯은 결론이 없고 내용은 반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관객들은 하품을 하거나 딴청을 부리면서 ‘뭐, 이런 영화가 있어’ 하고 불만을 터트릴만하다.

실제로 칸 영화제에서 개봉한 영화를 보던 관객들은 큰 실망감으로 야유는 물론 컷을 외치면서 감독을 조롱했다고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관객에 따라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약간의 동감이 가기도 한다.

심오한 예술세계가 녹아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의 행방을 영화가 끝난 뒤에도 속 시원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중간에 그만둬야지 하는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 것으로 보아 뭔가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돈과 지식과 여유를 갖춘 세련된 상류층의 이탈리아인 여럿이 시칠리아 섬에 보트를 대고 12년전에 왔었던 바위섬에 도착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섬에 상륙하기전 여주인공 안나( 레아 마사리) 는 물에 뛰어들고 상어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조금 이상한 행동을 한다. 섬에 도착해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종된다.

일행은 안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행적을 알 수 없다. 높은 절벽에서 아래를 바라다보는 아찔함과 안나를 수색하기 위한 경찰일행의 언행으로 보면 추락사 했을 가능성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트가 섬을 지나는 것으로 보아 안나가 다른 배를 이용해 섬을 빠져 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보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한해 4만명이 실종돼 경기장을 가득 채울만하다는 대화도 나온다. (감독은 이런 대사를 통해 실종이나 추락사가 아닌 자발적 탈출에 대한 복선을 깔아 놓아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어쨌든 일행은 안나를 찾아 나서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각자 일상으로 돌아온다.

안나의 애인 산드로( 가브리엘 페르제티)는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그녀가 어떻게 됐는지 엄청나게 고민하는 것 같지 않고 안나의 친구 클라우디아( 모니카 비티)도 역시 괴로워 하기는 하지만 안나의 행방에 온 정신을 쏟지는 않는다.

안나의 아버지는 신의 존재를 믿는 안나가 자살했을 리가 없고 이는 좋은 징조라고 위안을 삼는다.

다만 클라우디아는 등 뒤로 쏟아지는 산드로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면서 친구의 애인과 애인이 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으로 조심스럽다. ( 안나는 섬에 오기전 클라우디아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대낮에 정사를 벌인적도 있다.)

하지만 안나는 사라지고 없고 눈앞에는 잘 생긴 산드로가 유혹하니 클라우디아는 싫은 척 하면서도 그와 잠자리를 하고 산드로는 청혼까지 한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변심이 가능하냐고 쏘아 부치면서도 클라우디아는 산드로의 사랑을 받아 들인다. (안나의 아버지는 딸에게 산드로가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말을 여행 전에 한다. 이는 클라우디아가 죄책감을 덜 느끼는 이유일 수도 있다. )

아무리 사랑해도 서로 다른 곳에 있으면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인지상정이다.

안나의 유부녀 친구 줄리아는 겨우 17살 이지만 여자들이 얼마나 자기를 과시하려고 하는 지를 아는 잘 생긴 화가와 정사를 나누는데 남편에 대한 배신으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

육체의 향락을 즐기면서 전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데 사업가 남편은 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줄리아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녀의 외도를 정당화하는 장치의 일종이다. ) 

산드로는 클라우디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안나를 배신하고 마지막에는 창녀와 동침해 클라우디아마저 배신한다.

국가: 이탈리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

출연: 레아 마사리, 가브리엘 페르제티, 모니카 비티

평점:

 

팁: 관객들이 야유하자 당시 영향력 있는 평론가와 영화인들이 반박 성명을 냈을 만큼 <정사>는 화제를 모았다. 이후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영화인들은 이 영화에 대해 매우 높은 평점을 주고 있다.

이런 내용을 사전에 알고 영화를 본다면 <정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수준에 대한 평가는 이쯤해서 관객 각자에게 맡기고  출연진들의 복장을 눈여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주연배우 클라우디아의 복장은 세련 그 자체다. 이 영화가 60년대 나온 것을 감안하면 패션은 이미 그 때 다 완성됐다는 느낌이다. 몸에 꼭 맞는 것 같 같으면서도 아니고, 촌스러워 보이는데 도시적이고, 품위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아니고 ,감각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고 억지스러운 것 같은데 자연스럽고 기성품 같은데 맞춤복이고 오래된 것 같은데 어제 나온 옷감 같고 , 화려한 것 같은데 소박하고 뭐, 한 마디로 범상치 않은 패션 감각이 확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놈 코어 룩<Normcore look > (Normal +Hardcore :평범하지만 감각 있고 세련된 패션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원제목은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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