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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레드 리버(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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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레드 리버(1948)
  • 의약뉴스
  • 승인 2015.05.0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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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영화에서 여자가 어느 때 등장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 때나 나와도 된다. 시작하면서 혹은 중간에서 아니면 끝부분에 살짝 비쳐도 된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이 아니라는 말이다. (성차별적인 표현이 아니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고 사람의 몸에 총알을 박아 죽이는 일은 여자와 잘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아예 빠지는 법은 없다.

여자들은 거친 남자들의 편안한 안식처로 곧잘 배치된다. 하워드 혹스 감독의 <레드 리버>(Red  river)에서 첫 번째 여자는 시작과 동시에 등장한다.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의 눈은 보석처럼 빛나고 헤어지기 아쉬워 매달리는 입술은 촉촉이 젖어 있다.  나 같으면 아니 세상의 어떤 남자라도 이런 여자를 떼어 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톰 던슨(존 웨인)이라면 다르다. 그는 여자의 키스는 받아 주지만 결코 같이 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꼴에 남자라고 찾아 올 거지? 라고 어울리지 않는 말을 하는 것은 잊지 않는다. (어머니 거라면 차고 있던 팔찌를 준다.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대열에서 이탈한 던슨은 나이 많은 그루터( 월터 브레먼)를 데리고 캘리포니아가 아닌 텍사스로 떠난다.

사랑하는 여자를 떨쳐 내고 거친 황야로 온 것은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기 위한 남자의 큰 결심 때문이다.

그는 누구도 지금까지 경작해 보지 않은 임자 없는 땅에서 커다란 소목장으로 성공을 꿈꾼다. 일행과 반대편으로 떠났던 던슨은 레드 리버에 도착해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뒤 돌아 보는데 그 때 저 멀리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제가 약해보이나요? 하면서 커다란 가슴을 내밀며 안아보라고 안기는 여자의 죽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던슨은 무덤덤하다.

복수를 위해 추격대를 조직하지도 않고 크게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는 “그녀가 도망쳤어야 할 텐데” 하고 남의 일처럼 유체이탈 화법을 남기고 덤덤히 가던 길을 계속 간다. ( 그의 목적은 여자의 사랑이나 복수에 있지 않다. 그가 준 팔찌는 그가 죽인 인디언의 팔목에 있다. 그녀의 죽음은 확실하다.)

얼마 후 인디언의 습격에서 홀로 살아남은 소년을 만난 던슨은 그를 양아들처럼 키운다. 성인이 된 소년 매트 거스( 몽고메리 크리프트,  그는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배역을 맡아 제 몫을 해냈다.)는 소가 9000마리 정도로 불어나자 소떼를 끌고 미주리로 향하는 대장정에 합류한다.

남북전쟁이후 텍사스의 소 값은 똥값이 되고 던슨은 파산의 위기에 처했다. 유일한 탈출구는 서부로 소를 몰고 가서 비싼 값에 파는 길밖에 없다.

수 백마일을 가야 하는 긴 여정에 다툼과 살인이 없을 수 없다. 정착하기 위해 그 곳 토호들과 부딪히고 무려 7명이나 살해 하면서 일궈온 살인마 던슨의 광기는 날로 더해만 가고 조직을 이탈하거나 대항하는 동료들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묻어 주고 성경을 읽어 주고 다시 살해하고 아멘을 되풀이 한다.

매트는 점차 이런 던슨에 넌더리를 낸다. 그리고 마침내 동료를 교수형에 처하려는 그를 배반하고 무리를 끌고 미주리가 아닌 에블린으로 방향을 돌린다.

거리도 가깝고 철길이 있는데 굳이 먼 미주리까지 돌아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던슨은 당연히 추격대를 조직한다. 1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아들 같은 매트를 추격한다. 반드시 죽이겠다고 이를 간다.

관객들은 여기서 두 사람의 대결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숨죽이며 지켜본다. 던슨이 매트를 죽일지 매트가 던슨을 해치울지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영화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바로 두번째 여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여자는 앞서 등장했던 던슨의 여자가 아닌 매트의 여자다. 말레이(도안 드루)는 인디언의 마수에서 건저 준 매트와 사랑에 빠져있다.

던슨의 추격대는 매트를 죽이기 위해 거리를 좁히고 있다. 뒤에 남은 말레이는 던슨을 기다리고 그에게 매트를 제발 죽이지 말아 달라고 간청한다.

던슨이 그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나이브한 관객이다. 던슨과 매트. 드디어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그런데 싱겁게 끝난다. 그래도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것은 이런 설정도 봐줄만하기 때문이다.
 

국가:  미국
감독:  하워드 혹스
출연:  존웨인, 몽고메리 크리프트
평점:

 

 

팁: 중간에 등장하는 조안 드루와 몽고메리의 사랑은 아주 어색하다. 옥의 티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엉성하다. (그러고 보니 영화에서 여자가 어느 때 등장하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매우 중요할 수 있다.)

차라리 새로운 여자 보다 처음 나왔던 여자가 살아서 나타나는 설정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미모나 연기가 첫 번째 여자가 더 낫기도 하다.) 매트의 라이벌로 체리( 존 아일랜드)가 등장하지만 갈등은 없고 마지막에 던슨에게 어이없이 죽는 것도 조금 아쉽다.

인디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장면은 보기에 거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서부극의 최고봉에 올라 있다. 수천마리의 소떼가 거친 황야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우르르 질주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악당을 추격하는 대신 아들을 쫓는 던슨의 심정은 다른 어떤 서부극보다도 마음이 아리다.

영화에서는 또 이런 명언도 나온다. 남자가 일생에서 달을 보고 소리칠 때가 세 번 있는데 결혼할 때 아이들이 태어날 때 그리고 열중해 있던 일이 끝났을 때. 영화의 모든 장르에서 대가로 칭송받는 하워드 혹스 감독은 이 영화를 끝내고 달을 쳐다보고 크게 소리쳤을 것이 분명하다.

1935년에 나온 프랭크 로이드 감독의 <바운티호의 반란>(1935)을 서부극으로 리메이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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