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나 권리 따위를 돈을 주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넘겨받는 행위를 구매라고 부른다. 이를 행하는 사람은 당연히 구매자가 된다.
서두에 구매와 구매자라는 사전적 설명을 거론한 것은 ‘구매자’라는 표현이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심평원을 소개할 때 ‘연간 56조원 이상의 보건의료서비스 구매자(Quality Based Healthcare Purchasing Organization)’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손명세 원장 역시 창립 14주년 기념식에서 “심평원은 국민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 구매자로서의 기능과 조직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구매자에 방점을 찍은바 있다.
더 나아가 심평원은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이하 INHPO)’ 구축을 추진하며 기관 및 HIRA 시스템의 글로벌화를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구매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건강보험공단이 발끈하고 나섰다.
성상철 이사장은 23일 전문기 기자 간담회에서 “진정한 구매자는 (심평원이나 공단이 아닌) 국민” 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누가 구매자인지, 건보공단인지 심평원인지 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성 이사장은 “보건의료서비스의 구매자라는 용어는 1년 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구매자는 국민”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성 이사장은 “건보공단은 모두 알다시피 법으로 정해져 있는 유일한 보험자로서 가입자인 국민을 대리해 구매자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책정된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며 “심평원이 구매자가 되려면 구매를 할 예산, 재정이 확보돼 있어야하지만 심평원에는 구매를 할 재원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건보공단은 가입자인 국민을 대리해 구매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심평원은 심사와 평가 업무를 진행할 뿐, 구매자로서의 지위나 예산, 재정 등이 없어 보건의료서비스의 구매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와 함께 성 이사장은 “법 규정, 취지에 따라 건보공단은 보험자 역할을 수행하고 심평원은 심사와 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 건강을 돌보는 협력적 관계”라며 “양 기관이 법의 취지와 정해진 바에 따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건강보험제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심평원을 향해 점잖게 꾸짖었다.
건보공단 조동조합은 심평원이 벌이는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성 이사장의 행보에 무게를 실었다.
노조는 세계 보건의료 구매기관 네트워크(이하 INHPO) 는 보험료 낭비’,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난하며 행사를 취소하지 않을 경우 감사청구 등을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사장과 노조의 이런 자신감에 심평원이 어떤 응수를 할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더 이상 구매자 논란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양 기관이 서로 우리가 구매자라고 주장한 들 진정한 구매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구매자는 성 이사장의 표현처럼 국민이다.
공단과 심평원은 국민을 대신해 자신들에게 주어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공단과 심평원은 국민이 구매를 위임한 대리기관이기이기에 국민세금인 예산이 합리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면 된다. 이것이 진정한 구매자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