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과거에도 이 말은 금과옥조처럼 받아 들여졌고 최근 들어 그 가치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더 이상 리베이트 영업이 통하지 않는 제약사의 경우 R&D에 아예 목을 맨다는 표현이 적절한 상황이다.
결실도 나타나고 있다. 연구개발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미약품은 소위 대박을 터트려 주가가 급등하고 자산가치가 늘고 회사 이미지가 급상승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성공확률이 낮아 그 중요성은 인식하지만 여전히 카피 품에 기대고 있는 많은 제약사에 한미약품의 뚝심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 산업 전체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분야는 과거는 물론 현재도 선진국의 독점분야로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가 그 틈새를 겨냥하고 있는 중점분야다.
연 8000조로 추정되는 관련시장을 확보해 차세대 국가사업인 창조경제의 기틀을 다지자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보면 기회를 제대로 살려야 하는 임무는 제약 산업은 물론 보건의료계 전체의 사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구 중심 병원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대로만 된다면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무려 50만개 이상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는 꿈을 잃은 젊은 청년들에게도 보건산업은 더 이상 남의 떡으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진료 위주의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인식하듯 정부는 2013년에는 연구중심병원 소속 연구원을 대상으로 보건복지 시행 연구개발사업비 내 인건비 계상을 허용하도록 하고 지난해에는 5개 병원을 대상으로 100억 원의 R&D예산을 지원했으며 올해 신규로 2개 병원을 추가해 총 7개 병원에 도합 17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일부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분석한 바에 따르면 ▲연구 전담의사는 78명에서 130명으로 1.67배 ▲연구비는 217억 원에서 763억 원으로 1.22배 ▲ SCI 논문은 1만3681건에서 1만4516건으로 1.06배 ▲지식재산권은 745건에서 1631건으로 2.19배 ▲기술이전은 154건에서 267건으로 1.73배 늘어났다.
하지만 연구 중심병원은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도입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중구난방식의 부처별 지원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현재 R&D투자는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수행해 업무 연계가 순조롭지 못하고 분산, 중복 투자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범부처 사업단을 만들어 칸막이 행정의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이외에도 수익성 있는 회사와 연계해 교수들의 연구 실적이 제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마련 그리고 의사들을 연구에 매진하게 할 수 있는 예산지원, 연구 성과가 병원으로 유입될 수 있는 산학연 수익 흐름이 법적으로 명시돼야 하는 등 일부 조건의 충족은 필수적이다.
더구나 연구비의 과감한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데 그런 예산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복지부 배병준 국장에 따르면 건강보험에서 R&D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건보에서 지원받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시민단체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위 빅 5병원을, 병상 수와 환자 진료수익이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정하고 있지만 현재의 평가기준이 잘못됐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환자가 얼마나 다녀갔는지 진료수익이 얼마인지 보다 그 병원이 얼마나 많은 첨단기술을 연구하는지, 환자에 도움이 되는 신약을 개발해 내는지 등의 기준이 척도가 돼야 한다.
이는 앞으로 빅 5병원의 선정기준이 진료 수익 중심에서 연구성과 위주로 재편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매우 의미있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병원도 이제는 진료수가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 기초연구, 임상연구 등 핵심기술이 평가의 새로운 잣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BT와 IT의 연계를 고려해 창조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보건의료산업이 분명한 미래의 먹거리 사업인 만큼 말로만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도출해 차근차근 실천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지난 2년간 정부가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연구비 집행이 제대로 안돼 몇 개월씩 사업이 지연되거나 몇 년째 조사만 하지 문제 해결이 없는 시행착오가 더는 없어야 한다.
투자 없이는 미래가 없다.
앞서 언급한 한미약품의 경우 전년보다 무려 30% 이상 늘어난 15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썼고 이는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성과만 내라고 다그칠게 아니라 적절한 지원을 하면서 결실을 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