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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안전성 논란 해결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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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안전성 논란 해결을 위한 제언
  • 의약뉴스
  • 승인 2015.04.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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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아마도 20여 년 전 쯤의 일인데 여전히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한약재를 감별하던 한 관계자는 대충 이런 말을 했던 것으로 생각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한약재의 90%는 중국산이고 그 90%는 중금속에 오염돼 있다.”

그 말을 했던 사람은 약사였는데 약국에서 한약을 주로 취급했다. 필자가 의아해 하자 그는 경동시장을 한 번 가보라고 했다.

숱한 차들이 쉴 사이 없이 매연을 뿜고 다니는 대로변에 한약재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그대로 길거리에 널려 있지 않느냐면서 저런 한약재를 다려 먹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생약의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보관인데 장기간 보관하기 위해서는 잘 썩지 않는 방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

특히 부피가 크고 가격이 저렴한 한약재는 단기간 운송이 가능한 비행기 보다는 주로 배로 이동하게 되는데 길게는 수 십일이 걸리는 이동과정 중에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몸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 갈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약방의 감초'라는 감초를 넣으면 어느 정도 해독이 되기 때문에 인체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두에 지난일을 회상하는 것은 한약재의 안전성이 여전히 도마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뉴스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차제에 한약재의 안전성과 유통 과정 중의 문제점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재래시장의 한약재는 비닐로 포장된 경우가 많이 있으나 일부는 여전히 날 것 그대로 전시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약을 복용하면 간 건강에 해롭다는 속설로 의사와 한의사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한약을 복용하다 간 기능 저하로 환자를 사망하게 한 한의사에게 수 억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한의사들의 이익단체인 한의협은 당연히 간 건강과 한약과의 무관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얼마전 “한의사가 처방한 한약은 안전하다”며 “인체 내 약리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은 간에 부담을 주지만 양약 대비 한약은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 전 세계 공통된 보고사항”이라고 오히려 양약보다 더 안전한 것이 한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의협은 의사들이 한약과 간독성을 연관 짓는 가장 큰 근거로 지난 2003년 한림대 의과대학 김동준 교수(내과)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한 ‘식이유래 독성간염의 진단 및 보고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예비연구’라는 보고서를 들고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대한민국에서 독성간염의 원인 중 57.9%가 한약재라고 하지만 한의협에 따르면 “김 교수는 약물과 간 손상간의 인과적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도구 중 하나인 원인산정법을 인위적으로 수정해 계산을 진행, 한약이 독성간염의 주요원인인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오류를 범했다”고 보고서의 진실을 의심하고 있다.

본래 원인산정법에는 A를 섭취한 후 15일 이후에 나타나는 간 세포형 독성일 경우 A는 간독성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연구조사에서 탈락시키게 되어 있는데 김 교수는 간독성 증상발현까지 기간을 90일 이상이면서 동시에 종료일로부터 증상 발현일까지 30일 이상인 경우에 한해 탈락시키는 것으로 수정해 연구를 진행했다는 게 한의협의 설명이다.

또 “김 교수는 한의사가 처방한 것은 한약으로, 환자들이 스스로 구입해 먹은 식품용 한약재는 한약재로 표기한 다음 발표할 때는 이 둘을 합쳐 한약과 한약재가 독성간염의 원인물질 57.9%를 차지한다고 발표하는 등 통계보고서 작성의 기본조차 망각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김 교수의 보고서는 신뢰할 수 도 없고 진실하지도 않다는 것이 한의협의 판단으로 보인다. 한의협은 한 발 더 나아가 약인성 간 손상의 일반적인 원인으로 지적되는 의약품은 ‘항생제’와 ‘진통제(NSAIDs)’ 등의 양약이라고 의사들을 겨냥했다.

이는 미국 간학회지에 발표된 연구 (Reuben A et al, Drug-induced acute liver failure: results of a U.S. multicenter, prospective study, Hepatology. 2010 Dec;52(6):2065-76.)에서 미국 내 1198명의 약물성 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검토한 결과, 항생제, 항결핵제, 항진균제 등의 서양 의약품으로 인해 간 손상이 발생했음이 확인된다는 것.

그러면서 한의협은 “무분별한 한약의 오남용은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한약은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아래 복용해야 하고 복용 중 이상 반응이 있는 경우 즉시 전문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빠트리지 않았다.

“한약 복용하면 간이 나빠진다, 임산부는 절대로 한약을 복용하면 안된다” 와 같은 와 같은 일부 의사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 없는 대국민 사기극”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의사들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의료인의 양심을 걸고 근거 없고 악의적인 한약 폄훼 거짓말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같은 한의협의 주장이 알려지자 의협이 발끈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유용상)는 “한의협이 지난 2003년 한림대 김동준 교수의 논문을 문제 삼고 있으나 2006년 김동준 교수의 지휘로 식약처에서 발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사가 지은 한약’이 ‘독성 간 손상의 가장 큰 이유’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고 한의협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이어 “해당 연구에서 특기할 점은 한의과대학 교수들도 참여한 연구로 당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식약처에서 논문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보건복지부가 제공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health.mw.go.kr)’에서는 한약이 주요한 간독성의 원인으로 명확히 제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지난 2010년 3월 간질환 분야 국제학술지 ‘HEPATOLOGY’에 게재한 논문(Emergency Adult-to-Adult Living-Donor Liver Transplantation for Acute Liver Failure in a Hepatitis B Virus Endemic Area)에도 연구진이 환자 110명의 급성 간부전 발병 원인을 분석한 결과, B형 간염 바이러스(HBV)가 37%로 가장 높았으며 한약이나 민간요법으로 쓰이는 허브(Herb)가 19%로 급성 간 부전 발병 원인 2위를 차지했다는 것.

한특위는 “한약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여러 객관적 자료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한약이 간에 안전하다는 한의협의 주장은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거짓말”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는 한약 복용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여기에 덧붙여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한약의 위험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 전문의 66명에게 한방 진료로 인한 부작용 사례를 분석한 결과, 97%에 이르는 64명이 응급실에서 부작용 사례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한 것.

부작용과 관련된 한방치료의 종류(중복응답 허용)로는 ‘침’으로 인한 부작용이 가장 많았으며(60명), 그 뒤를 이어 한약(57명), 약침/봉침(37명), 뜸(29명)이었으며 현대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도 10명의 응답자가 경험해 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한의사들이 어떤 반론을 제시할 지 주목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의사와 한의사간의 끝없은 논쟁이 결론을 맺기 보다는 직역 이기주의에 의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자 한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면서 장단점을 분석해 국민 건강에 이바지 하기 보다는 어떻게해서든지 상대를 깎아내려 돋보이려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전문가로 자처하는 의사와 한의사들이 한약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이 신주단지 처럼 모시려고 하는 국민과 환자들이다. 이런 소모적 논란은 종식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하고 한약이든 양약이든 복용할 수 있다. 정부도 하루 빨리 한약재의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의사와 한의사 싸움을 먼 산 불구경하듯이 해서는 안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에 준하는 한약재 품질관리규범 규정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약재의 생산자와 제조자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증대해야 한다.

보사연 김정선 연구원이 '한약(생약)재 중 오염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개진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한약재의 사용범위가 의약품 외에도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방향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생약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대책마련은 빠를 수록 좋다.

"한약재 생산자와 제조자가 유해물질의 유입을 사전 예방할 수 있도록 한약GAP, 한약GMP, 한약GSP에 근거한 품질관리의 책임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관련부처는 생산자와 제조자를 위한 활발한 지도와 교육을 통해 의식과 행동의 개선을 유도해야 하고 한약재 중 오염물질의 위해평가를 위해 평가의 체계를 개발하고 기초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

한약재는 일반의약품과는 달리 국가별, 지역별, 계절별, 부위별로 오염수준이 다르고 하나의 처방전에 다양한 원료품목이 활용되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는 작금의 의사와 한의사의 다툼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더욱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상을 예의 주시하면서  이 기회에 한약의 과학화와 유통과정의 안전성 등이 확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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