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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심평원 영역 다툼과 '건보법 1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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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심평원 영역 다툼과 '건보법 13조'
  • 의약뉴스 남두현 기자
  • 승인 2015.03.3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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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 청구권을 두고 날을 세웠던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이번에는 ‘구매’라는 용어를 두고 다시 한 번 갈등을 일으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 노조는 이달 18일 심평원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심평원장의 초법적 발상을 규탄한다면서 상대 기관장을 꾸짖는 한편, 심평원의 행보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이 오는 8월 UN과 WHO 등의 국제기구 관계자들과 국가별 ‘보건의료구매기관장’을 초청, 국가간 협력방안을 모색하겠다며 행사대행 용역을 공고한 것이 화근이 됐다.

심평원이 ‘구매자’와 ‘구매관리자’, ‘국가별 보건의료구매기관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으며 보험자인 공단을 흉내 내려는 국제행사를 계획해 국제적으로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뼈대가 됐다.  

 
 ◇ 결국 ‘보험자’를 둔 영역싸움

이후 8일이 지나 26일 건보공단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재차 배포했다. 이전 성명서와 비교하면 ‘구매’에 대한 입장에  차이를 드러냈다.

‘보건의료구매기관장은 보건부 장관이나 보험자 대표를 말한다’며 구매용어의 존재를 인정한 것. 이에 따라 해외의 보건의료관련 문언에 ‘purchasing(구매)’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그 사이 보도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0년도에 발간된 WHO 보고서의 Strategic purchasing(전략적 구매)에는 ‘국민건강에 관한 다양한 수요와 여건을 감안해 수동적 구매보다 적극적 구매에 기반을 둬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이 실린바 있다.

보고서는 ‘공급자들에 대한 지불을 위해 광범위한 토론과 구매서비스에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의약뉴스에 “구매는 급여기준과 심사기준, 의료질평가 등을 아우르는 것”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즉, 진료비심사와 질환 적정성평가 등 현재 심평원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가 ‘구매’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 노조는 성명서에 구매자 기능은 정부와 공단의 고유역할이라면서 ‘심평원은 급여기준에 있어 그 범위와 횟수 등에 대해 실무적 지원을 할 따름’이라고 썼다.

문제는 ‘구매’나 ‘구매관리자’라는 용어사용이 아니었던 것.

 ◇ 갈등 일으킨 기관 간 시각차

앞서 양 기관은 진료비 청구권을 두고도 갈등관계를 형성했다. 부당청구로 인한 재정누수를 사전에 막기 위해 청구권을 심평원에서 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됐던 것이 그 이유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복지부와 국회는 기관 간 협업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현상유지에 무게를 뒀다. 재정관리에 문제가 있다면 정보연계를 통해 강화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공단은 현재의 진료비 지불체계가 잘못됐다고 보고 청구권 이관을 비정상의 정상화 개선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결국 공단과 심평원의 이 같은 입장차는 1977년 발족돼 2000년 7월 해산된 ‘의료보험연합회’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 단일조직으로 의료보험이 통합된 후 심사를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공급자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공단이 건강보험 재정을, 심평원이 심사를 담당하게 됐다.

이후 공단은 보험자의 기능에서 청구와 심사가 빠져나갔다고 봤고, 심평원은 심사를 담당하는 또 하나의 보험자가 생겨났다고 봤다. 다시 말해 공단은 이를 기능의 분리, 심평원은 기관의 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공단은 진료비 청구를 보험자로 되돌려 재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심평원은 공단이 재정을 관리하는 보험자이고 스스로는 구매를 담당하는 보험자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 문제해결의 열쇠...‘건보법 13조’

 ‘건강보험의 보험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13조는 공단을 보험자로 하고 있다. 이에 공단 A이사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법은 보험자로 진료비를 청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심평원에 접수되는 부분도 보험자에게 청구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본래는 보험자에게 청구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건보법이 공단을 유일한 보험자로 두고 있으며, 동법 47조가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심사청구는 공단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의 청구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가 됐다.

이어 그는 “해외사례를 봐도 진료비 청구는 보험자에게 와서 전문적 심사가 필요할 때 위탁을 통해 하는 방식이지 심사기관으로 곧바로 청구되는 예는 없다”고 전했다. 진료비심사는 심평원이 하더라도 이는 공단의 위탁에 의한 것이며, 청구는 보험자인 공단으로 와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재정중심의 심사가 될 것을 우려하는 공급자들은 물론, 국회에서도 기관 분리 당시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새정치연합)은 의약뉴스에 “공단과 심평원을 분리한 것은 재정을 쥐고 있는 공단이 심사를 하게 될 경우 의사들의 저항과 갈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진료비는 공공재정이 가지고 있고 그 돈을 쓰는 병원들은 민간병원들이기 때문에 그러한 갈등관리가 더욱 필요하다는 설명.

그는 “공공재정과 공공병원 또는 민간병원과 민간병원으로 구성된 경우와는 다르다”며 분리의 필요성을 고수했다.

이와 같이 이원화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건강보험법, 그 중에서도 13조의 삭제 또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조문을 ‘건강보험의 보험자는 보건복지부로 한다’고 수정한 후 공단과 심평원의 역할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그 예다.

이에 따라 복지부가 더 이상 ‘현행법대로 하라’며 산하기관 간의 갈등에 발을 빼서는 안 된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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