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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제도 이름 바꿔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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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병원' 제도 이름 바꿔야 하나
  • 의약뉴스 남두현 기자
  • 승인 2015.03.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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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운영에도...혼선은 계속

국가에서 인정하는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과 레지던트 기간을 모두 합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후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 면허를 받게 되는데,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그 수는 전체 의사회원 대비 무려 95% 가량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의 공급에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전문의는 보건의료 자격증 중 명실상부 최고의 난이도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도 병원에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다. 복지부가 ‘전문의’ 제도와 함께 ‘전문병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 ‘전문병원’ 프리미엄에 시설·인력·장비 투자했지만...

보건복지부는 2011년 11월부터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평가를 통해 '전문병원'으로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전문병원 지정을 원하는 병원들은 환자구성비율·진료량·병상 수·의료인력 등의 질 평가 항목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투자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서류심사와 현지조사 및 전문병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전문병원' 자격은 3년이 기한으로, 이후에는 재심사를 거쳐야 자격을 3년 더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전문병원 2주기가 흘러왔다. 이들은 현재 전문병원에 대한 인센티브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병원을 대상으로 한 가산수가 등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 같은 요구가 전문병원 인증에 따른 보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면, 이미 약속된 보상임에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전문병원'을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특별선택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권리가 그것.

심의를 통과한 병원들은 '전문병원' 명칭을 간판 및 광고에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얻었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기관에서 '전문병원' 표시를 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 비지정기관들의 '전문병원' 무단표시 사례는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의약뉴스 보도 전(왼쪽)과 후 달라진 옥외간판.(서초구 21세기 병원)

 ◇ 험난한 '전문병원' 표시 독점

2011년 1기 전문병원 지정 당시 이슈는 '홍보강화'였다. 국민들에게 전문병원 제도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명칭사용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2015년 2기 전문병원이 시작된 지금도 표시위반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제도 도입당시 비지정기관임에도 '전문병원' 문구를 사용한 병원들의 명칭도용 사유는 '몰랐다'가 주를 이뤘다.

이에 비해 현재 의료기관들은 그간 복지부의 권고와 심평원의 교육 등으로 전문병원 제도를 인식하고 있어 공공연한 표시위반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신 애매한 문구표시 문제가 남았다.

병원 홈페이지 등에 '전문'과 '병원' 사이에 공백을 넣거나 글자크기를 다르게 하는 등 소비자가 전문병원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나아가 1기에는 전문병원이었지만 2기에는 지정을 받지 못한 병원들이 명칭표시를 계속하는 문제도 생겨났다.

2기 전문병원은 2015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가 인증기간으로, 합병증 발생률이나 재수술률, MRI 촬영횟수가 평가에 추가되는 등 요건이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인증기관은 1기 99개에서 2기 111개 기관으로 12개 기관이 늘었지만, 기존의 20개 기관은 지정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2기에서 탈락된 1기 전문병원들이 '전문병원' 문구를 사용한 홍보를 2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계속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심평원은 병원들을 방문해 탈락사유를 설명하는 한편, 광고를 중단할 것을 전달한바 있다.

이로 인해 전문병원임을 알리는 간판, 지하철광고, 옥탑광고, 홈페이지광고는 물론 통화연결음이나 의료진 명함에 이르기까지 병원들이 '스스로' 수정해야 할 사항은 많았지만 이들은 느긋했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한 전문병원 표시위반이 따로 단속되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오는 2018년 실시될 3기 전문병원 기간 동안에도 이번과 같은 사례는 또다시 반복될 전망이다.

▲ 전문병원 비지정기관의 지하철 모서리광고. (2015년 02월 11일)

 ◇ '전문'은 일반명사...‘전문의 제도’도 있는데

 상황이 이쯤 되니 '전문병원'이라는 제도의 명칭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병원 관계자는 의약뉴스에 "전문은 누구든지 쓸 수 있는 일반어"라고 말하고 "전문이라는 두 글자만 가지고도 환자들이 전문병원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문의 제도'도 있는 만큼, 해당 문구를 병원들이 독점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법 담당자는 환자들이 전문병원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명칭표시를 자제해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테면 비지정기관이 '전문병원'을 사용하고 있다면 불법이지만, 'oo전문' 등을 사용할 경우에는 오인소지가 있는지의 판단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얘기다.

담당자는 "정말 관련분야에서 오래 진료를 했고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표시를 했을 경우까지 다 일률적으로 위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일반인이 봤을 때 전문병원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이지 못한 이러한 판단 기준으로, 행정처분이 어려운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이와 관련, 전문병원이 아님에도 전문병원 문구를 사용할 경우 신고를 통해 관할 보건소가 한 달간 업무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

담당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문이라는 표시로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해도 처벌까지 갈 수 있는지에 따라서는 단지 문구 뿐 아니라 종합적으로 해당 표시가 의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허위광고인지 여부를 판단해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봤다.

종합적 판단에는 글자의 배열, 글자의 색깔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다. 그렇다면 최종적인 위법여부를 판단하는 보건소의 판단기준은 명확할까?

문의결과, 보건소에서는 정작 이에 대한 행정처분 사항을 알지 못하거나, 2기 전문병원이 시작된 지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자료가 갱신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로구보건소는 전문병원 명칭표시 위반 시 가능한 행정처분 사항을 묻자 '진료거부 시 행정처분 사항'으로 잘못 전한 후 '모르겠다'고 답했으며(2015.02.17), 서초구보건소는 표시 위반사례를 신고하자 1기 전문병원 목록을 토대로 "해당 기관은 전문병원이 맞다"고 오인(2015.01.30.)했다.

이와 같이 정부의 뚜렷한 피드백이 없는 동안, 전문병원들에게 명칭도용 문제는 이미 낡은 소재가 돼버렸다. 전문병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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