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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 의사 바꿔치기 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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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 의사 바꿔치기 더는 안된다
  • 의약뉴스
  • 승인 2015.03.1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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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중에 의사가 바뀌는 경우가 있다.

수술을 약속한 의사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하는 것이다.(심지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 칼을 잡기도 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이런 의사 바꿔치기는 환자에 대한 기만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수술 전 수술의사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힌 상태에서 환자도 모르게 대리 의사가 수술한다면 환자는 어떤 기분이 들까.

십중팔구는 불쾌한 기분을 넘어서 제대로 된 수술인지 의심을 품게 되고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된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면 비록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교통사고로 팔을 다쳤을 때 의사가 바뀌는 순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담당과장은 자신이 직접 수술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의사가 바뀌는 경우는 없을 거라고 환자인 나를 안심시켰었다. (선택진료였기 때문에 진료비도 더 나왔다.)

부분 마취 인 상태여서 수술 중에 의사나 간호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나는 오가는 대화가 담당과장의 목소리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한 참 수술 중에 들어온 과장은 언성을 높이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아니, 왜 이렇게 많이 쨌어? 거기는 아니라고 했잖아? 하면서 역정을 냈다. 그러더니 이리 내?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수술자가 바뀌는 과정이 잠시 소란스러웠다.

나는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유증으로 새끼 손가락을 움직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전 설명을 들은 터라 조바심에 입술이 바짝바짝 탔다.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옮겨지고 나서 담당과장이 찾아왔다.

그 때 어떻게 수술의사가 바뀔 수 있느냐? 사전에 과장님이 직접 수술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 담당과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나중에는 자신이 했고 꿰매는 것 까지 다 자신이 했다며 이 정도로 신경써주는 경우는 흔치 않고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며 밖으로 나갔다.

여기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었다. 아직 치료중이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재수술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의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부분마취 대신 전신마취를 해서 아예 환자 모르게 다른 의사로 하여금 수술 하게 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맞는 주사의 내용이 바뀔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입원 내내 떨칠 수 없었던 것이다.

감염으로 재발의 위기도 있었지만 다행히 강한 항생제를 쓰고 심었던 철심을 제거하는 것으로 수술은 마무리 됐다.

오래 전 일을 지금 되살리는 것은 여전히 수술 중 환자 바꿔치기 습관이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급기야 소비자 단체와 환자단체들은 수술 중 집도의사 변경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사)소비자시민모임(회장 김자혜)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대표 안기종)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의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환자 동의 없는 집도의사 바꿔치기, 이른바 유령수술을 맹비난했다.

집도의사 바꿔치기는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에서 그것도 전신마취약을 이용한 사상최악의 반인륜범죄이고, 의사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신종사기이며, 의료행위를 가장한 살인·상해행위라는 것이다.

양 단체에 따르면 이 같은 '유령수술'이 성행하는 이유로 ▲수술실이 철저하게 외부와 차단돼있다는 점 ▲전신마취제를 이용해 환자가 의식을 잃게 되면 손쉽게 속일 수 있다는 점 ▲병원에서 범죄행위의 가담 정도에 따라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조직관리가 이뤄진다는 점 ▲가담하는 의사나 직원들도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공범이 된다는 점 ▲수사기관은 유령수술을 보조의사가 단순히 교체되는 정도로 파악하거나 무면허의사만 아니면 아무나 집도의사 역할을 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법리해석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 등을 꼽았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9일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설치하고 피해사실을 접수한 결과 현재까지 5개 성형외과에서 수술 받은 9명의 피해자가 신고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나열했다.

강남 소재 4개 성형외과에서 4명의 피해자가 유령수술 여부에 대해 검토 중에 있고, 그랜드성형외과에서 수술 받은 5명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의사 바꿔치기를 확인했다는 것.

이들을 처음 진찰하고, 수술계획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던 집도의사의 진술서를 통해 해당 수술이 의사 바꿔치기였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사실을 진술한 의사는 2013년 8월부터 11월까지 그랜드성형외과에서 본인이 진찰해 수술하기로 했던 모든 '턱 광대뼈 축소수술' 환자는 유령의사가 수술하도록 병원장이 직접 지시했고 관련 증거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확인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들 단체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수술 의사 바꿔치기는 반인륜 범죄이며 신종사기이고 의료행위를 가장한 상해, 살인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의사면허라는 독점적 권한을 악용한 이런 사례는 당연히 엄벌에 처해 재발 방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수술 전 수술동의서에 '수술의사의 전문의 여부 및 전문의 종류', '수술에 참여한 의사(집도의사, 보조의사)의 이름'을 표시하고, '수술예정의사와 실제수술의사가 동일하다는 내용의 확인란'을 만들어 환자와 의사가 서명한 후 환자에게 의무적으로 사본을 교부하도록 관련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유령수술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 단체의 이런 주장들이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의 빠른 조치를 촉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도 유령수술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최동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하는 의무가 있다.

더 이상 마취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마루타 실험이 행해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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