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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문스트럭(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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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문스트럭(1987)
  • 의약뉴스
  • 승인 2015.03.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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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다. 세상일은 다 알아도 사랑만큼은 모르는 사람이 속출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만큼 사랑은 복잡 미묘하다.

거기다 달까지 휘영청 뜨는 날이면 누가 누구를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는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고개 들고 울부짖는 승냥이라고 눈치 챌 재간이 없다는 말이다. 하얀 달이 피자처럼 크게 보이면 도처의 선남선녀들은 사랑에 아니 빠지고는 배길 수 없다.

그러니 길어야 2주 후에 결혼하는 형의 약혼녀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그것이 사랑, 사랑, 사랑이다.

노먼 쥬이슨 감독은 <문스트럭>(Moonstuck)에서 어떤 것이 사랑이고 어떤 것이 사랑이 아닌지 확실하게 보여준다.

가수출신 여배우인 세어는 로레타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풋내기 로니(니콜라스케이지)는 로레타의 상대남으로 더 할 나위없는 진가를 보여줬다.

 

남녀 주인공이 제대로 역할을 해냈으니 이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차리고 봐야 된다.

한낮 로멘틱 코미디 가지고 정신까지 차리고 봐야 한다고 투정을 부리고 싶다면 기막힌 각본가 존 페드릭 센리의 놀랄만한 대사를 무시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그 상황에 맞게 툭, 툭 잽을 날리듯이 던지는 말꼬리는 잡지 않으면 관객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로레타의 아버지 (빈센트 가르데니아)는 배관공인데 말솜씨가 대단하다.( 고객으로 온 젊은 남녀를 비싼 배관으로 교체하도록 하는 장면은 왜 그가 대저택에서 사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솜씨 좋은 사람은 그 값을 한다고 아내 로즈( 올핀피아 듀카키스)를 따돌리고 바람피우는 재미로 황혼을 붉게 물들인다.

로즈 역시 사랑이 식은 남편 대신 사귄지 보름 만에 내가 인형이냐고 화를 내며 먹던 물을 던지는 여학생에 버림받는 대학교수에 연정을 품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이 두 사람의 감칠맛 나는 연기 아주 좋다. 대사는 긴장감마저 불러올 정도로 황홀하다.)

아버지는 37살 된 로레타가 사별 후 7년 만에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남자 조니( 대니 에일로)가 못마땅하다. 덩치만 큰 아이이며 웃을 때 이빨도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딸이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감으로 눈치 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 사랑하느냐고 묻자 딸은 좋아는 하지만 사랑은 아니라고 대답한다. 사랑은 미친 짓이야~. 어머니가 맞장구친다.

하지만 결혼은 예정된 시간표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로레타의 약혼자에게는 5년간이나 소식을 끊고 지낸 남동생이 있다.

그는 동생이 결혼식에 참석해 형제간의 오해를 풀고 싶어 한다. 그래서 로레타에게 남동생을 만나 결혼식에 초대하도록 한다.

두 사람은 이렇게 운명적으로 만난다. 빵굽는 남자, 로니는 노동으로 단련된 어깨 근육이 대단하다.

움직일 때마다 등의 문신이 살아 꿈틀거리고 가슴팍의 수북한 털이 요동치는 거친 남자다. 대뜸 인생이 뭐냐?고 묻기까지 한다.(이런 남자와 덩치만 큰 아이 같은 남자와 누가 더 끌리느냐고 물어봐야만 아나.)

로레타와 로니는 첫 눈에 서로 강렬하게 끌리는 마음을 읽는다. 용광로의 불처럼 두 사람, 한 이불속에서 쉽게 뜨거워진다.

다음날, 내 인생은 망쳤다~. 한 숨을 길게 쉬면서 어제일은 잊고 헤어질 것 같은 로레타에게 로니는 한마디 툭 던지는 대신 진지한 표정으로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자고 꼬드긴다.

한 두 번 빼다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받고 제의를 수락하는 것은 뭐,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시나리오 아닌가.

미장원에 가기전과 갔다 온 후의 로레타. 눈썹을 다듬고 머리 스타일을 바꿨을 뿐인데 그녀는 변신에 완벽히 성공했다. 여자의 변신이 무죄인 것은 말 안 해도 다 들 알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로레타와 로니는 엄마가 아닌 새로운 여자와 서있는 아버지와 마주친다.

아버지: 넌 약혼했어.
로레타: 아빠는 결혼했어요.
아버지: 내 딸이 이러는 것은 못 본다.
로레타: 저도 제 아버지가...
아버지: 알았다. 서로 못 본 걸로 하자.

조니는 죽음 직전의 어머니가 결혼한다는 말에 기적적으로 깨어나서 예정보다 일찍 로레타를 찾아오고 가족들은 으레 그렇듯이 식당에 마주 앉아 있다.

색이 각기 다른 커다란 개 다섯 마리를 끌고 다니는 로레타의 할아버지도 중요한 순간이니 빠질 수 없다.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줄거리를 더 말하면 군소리. <문스트럭>을 흉내 낸 수많은 아류작 혹은 모방작이 나왔지만 이 영화를 능가하는 작품이 있다는 소리는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국가: 미국
감독: 로만 쥬이슨
출연: 세어, 니콜라스 케이지
평점:

 

팁: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 여기 등장하는 가족은 이탈리아계 미국인. 다혈질 인종답게 시종 화끈하다.

가족 모두가 바람을 피는데 이상할 게 없다. 바람은 이들에게 삶의 활력소에 다름 아니다. (남자가 여자를 밝히는 것은 소유욕 때문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나. ) 조니가 로레타에게 무릎을 꿇고 청혼하는 장면이나 로니가 반지를 주는 장면 등에서는 큰 소리 대신 엷은 미소를 띠고 봐야 제 맛이 난다.

50년 전에 내 남자를 재미삼아 뺏어간 어느 노부인의 저주를 그 만한 시간이 지난 후 로레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로니의 사랑은 재미가 아닌 진정이기 때문에.  9.11테러 전 뉴욕의 무역센터 건물위로 집채만 하게 뜬 달이 심장을 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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