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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시대 도래, 준비는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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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시대 도래, 준비는 되셨나요?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5.03.13 0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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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이 허가, 키트루다 출격 대기...관심 증폭

바야흐로 면역항암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 연말 여보이(성분명 이필리무맙)의 허가를 시작으로 조만간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도 허가될 것이란 소식에 면역항암제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항암 치료에 있어 면역 요법이라는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지금도 적지 않은 암 환자들이 항암제에 환멸을 느끼며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떠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메뉴의 ‘신속 허가 제도’ 서비스를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산 속으로 파고들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항암제 앞에 ‘면역’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뭔가 좋긴 할 것 같은데, 뜬구름 잡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이 녀석, 정체는 뭘까?

◇면역항암제, 변화하는 암세포에 맞춤 공략
간단하게 설명하면,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암세포와 싸우는 과정에 개입해 면역세포의 승리를 돕는 ‘항암제’다.

과거 화학항암요법제는 암 세포를 사멸하기 위해 정상세포까지 무차별 공격, 이에 따른 부작용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어 특정 돌연변이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가 등장해 부작용 부담을 크게 줄이긴 했지만, 예리한 칼끝을 피해 이리저리 변화하는 암세포에는 대응하지 못해 실제 생존률 개선에는 박한 평가를 받았다.

이와는 달리 면역항암제는 변화무쌍한 암세포에 맞춰 스스로 무기를 바꿀 수 있는 면역세포들을 활용, 보다 효율적으로 암세포에 대항한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다양하게 변화하는 암세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몸속 면역체계의 ‘맞춤형 공격’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아이디어다.

흥미로운 것은 항암제의 역사가 무차별 폭격에서 정밀한 저격으로, 다시 맞춤형 공격으로 변화하고 있듯, 면역항암제 역시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에 특정된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이로 인해 과도한 면역반응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에 최근에는 T-cell에만 작용하는 면역항암제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T-cell은 암세포에서 내보내는 항원을 확인해 스스로 암세포를 공략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데, 이 T-Cell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속적인 항암효과를 꾀한 것.

덕분에 이 새로운 면역항암제들은 끊임 없는 암세포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CTLA-4 차단제와 PD-1 차단제다.

이 가운데 CTLA-4 차단제는 T-cell의 활성을 억제하는 CTLA-4를 차단, T-cell이 암세포 킬러로서 제대로 활동 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 면역기능 강화에 따른 반대급부는 크게 줄였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PD-1 차단제는 T-cell이 암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하는 PD-1을 차단, 보다 효율적으로 암세포를 공략하면서도 뜻하지 않은 면역반응으로 인한 부담은 한 층 더 낮췄다.

◇평행선을 꿈꾸는 면역항암제...레드오션 향해가는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의 포부는 ‘Flat'이다. 이 말이 어떠한 의미인지는 아래 도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항암화학요법제(하)와 표적항암제의 전체생존률 비교.

위에 보이는 도표는 한 표적치료제의 전체생존률(OS, Overall Survial)을 항암화학요법제와 비교한 그래프다.

그래프에서 보이듯 정상세포까지 파괴하는 무자비(?)한 항암화학요법제나 불순한 암세포만 콕 집어 공격한다는 표적항암제나 시간이 갈수록 생존률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제와 표적항암제 두 그래프의 기울기나 X축의 접점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표적'이라니 무언가 마초적인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였다는 혹평을 받아야했던 이유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다빈치코드(댄 브라운의 소설)의 랭던 박사는 또 다른 소설 인페르노에서 “미국에서는 의료비의 60%가 반년 안에 죽을 환자들을 부양하는 데 들어간다”고 꼬집는다.

그렇다면 면역항암제는 어떻게 다를까? '면역'이라는 스마트한 느낌을 살려줄 수 있을까?

아래는 최근 유럽의약국(EMA)의 허가를 획득한 한 면역항암제(노란색)와 항암화학요법제(파란색)의 전체생존률 그래프다.

▲ 면역항암제(노란선)와 항암화학요법제(파란선)의 전체생존률 비교.

앞서의 그래프에 비해 기간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화학항암요법제에 비해 생존률 하락 속도가 상당히 더딘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면역항암제의 생존률 그래프는 마지막 단에 이를수록 하락 폭이 상당히 완만해져 거의 평평한(Flat) 상태를 보이고 있다.

Flat의 목표란, 바로 이 생존률 그래프의 Flat 상태, 즉, 최대한 X축과 닿지 않고 평형을 이루는 것이 면역항암제에 기대하는 효과라는 의미다.

물론 Flat한 그래프를 꿈꾸지 않았던 치료제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이 그래프에서 면역 항암제는 그 기대를 어느정도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같은 임상 결과들을 바탕으로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면역항암제에 ‘신속 허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치료제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표적항암제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마저 실패한 환자들이 마땅한 대처 방안을 찾지 못해 항암화학요법제로 회귀하거나 용량을 증량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새로운 치료제를 갈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를 두고 국내 한 연구소 소장은 “이제사 표적항암제 개발에 나선다는 것은 ‘레드오션’에 뛰어드는 것”이라며 “현재 트렌드는 면역항암제”라고 강조했다.

◇T-Cell의 접근성이 높으면 효과도 좋다...하지만, 한계는?
면역항암제는 특정 타겟을 목표로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체계가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조력하는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암종에서 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T-cell의 접근성이 높은 흑색종이나 폐암, 신장암 등에서 그 효과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일부 암종에서 면역항암제의 완전반응률(CR, Complete Response)이 5%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체라는 면역항암제의 특성상 뇌암처럼 항체의 접근이 어려운 암종에서의 효과는 불확실하다.

이외에도 아직 면역항암제가 가야할 길은 험난하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다 보니 기존 치료제와의 평가방법에 대한 고민도 크다.

면역항암제는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달라붙는 과정에서 종양의 크기가 일시적으로 커지는데, 이 경우 종양의 크기를 기준으로 한 현재의 평가방법에서는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

이는 대조군과의 임상설계는 물론, 적응증의 허가나 급여기준을 획득하는 데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합도 고민거리다. 현재 면역항암제들은 단독요법에서 화학항암요법제, 표적항암제, 방사선치료 등과의 병용조합은 물론 순차조합, 나아가 인터페론과 같은 면역조절제까지 환상의 짝궁을 찾기 위해 다양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계도 있다. 면역기능에 작용하는 만큼 반대로 면역기능을 낮춰야 하는 면역질환이 동반된 경우, 또는 간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면역항암제의 사용은 쉽지 않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약가다.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면 만만치 않은 약가가 연상된다.

더군다나 위 그래프처럼 평형에 가까운 완만한 생존률 그래프를 유지한다면, 그에 따른 재정부담 확대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생존률의 의미있는 개선이 오히려 급여진입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면역항암제의 약가가 기존의 표적항암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완전반응을 포함해 치료효과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한 바이오 마커를 찾고, 용량도 고정용량으로 변화되면 약가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막, 하나 둘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면역항암제들이 갖은 물음표를 떨쳐내고 느낌표를 지켜낼 수있을지, 혹여 물음표를 해결하지 못해 느낌표 마저 놓쳐버리지는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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