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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리틀 시저(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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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 리틀 시저(1930)
  • 의약뉴스
  • 승인 2015.03.0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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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시작했는데 그것이 처음이라면 의미는 각별하다.

머빈 르로이 감독의 <리틀 시저>(Little Caesar)는 갱스터 무비의 최초로 거론된다.

이 영화를 보고 숱한 필름 느와르 작품이 탄생했다는 말이다. (지금은 장르 구분이 모호하고 혼합돼 있어 범죄가 줄거리인 영화는 대개 ‘크라임 무비’로 통칭된다.) 리클 시저가 개봉되고 나서 갱 영화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내용도 만만찮다.

주인공 시저 리코( 에드워드 G. 로빈슨)는 친구 조( 더글러스 페어)와 도둑질로 먹고 산다. 도둑도 보통 도둑이 아니다. 좀도둑 생활은 나오지 않지만 이미 과거의 일이다.

그의 손에는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권총이 들려 있다. 주유소에 기름을 넣는 척 하고 들어가서는 탕, 탕 총을 쏘고는 돈을 훔쳐 달아난다. 강도질이 성공했으니 서로 만나서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이나 그 때나 다를 바 없다.

 

스파게티와 커피를 주문한 리코와 조. 지금도 옛날 수법이 통용되는 시대라고 히죽거린다. 사각형의 흑백화면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검으로 흥한 자 검으로 망 한다’는 마태복음 25장 52절의 글귀처럼 이들의 운명을 예고하고 있다.

시저는 암흑세계의 거물이 되고 싶은 욕망을 조에게 말한다.

‘시저 리코, 친구들이 경의를 표하다’라고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싶어 한다.

그가 자신 있는 것은 두려움이 없는 두둑한 베짱이다. 먼저 총을 쏘고 그 후에 생각하는 행동은 위기에 처했을 때 빠져 나올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친구 조는 딴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옷을 입고 여자도 많이 만나고 재미있는 일도 있겠지만 리코를 만나기 전부터 해보던 춤이 적성에 맞는다.

리코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리코는 춤을 추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춤추게 하고 명령을 하고 인정을 받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작은 키, 짧고 굵은 목, 사각형의 얼굴, 탁하면서도 저음을 내는 비열한 목소리, 찢어진 눈, 두툼한 입술과 일그러진 볼은 주름진 회색의 중절모와 잘 어울린다.

리코는 좀 더 큰 세계인 동부로 떠나 도시의 한 부분을 경영하고 클럽을 소유한 지역 보스를 만난다.

시가를 물고 카드를 하면서 건방을 떠는 보스에게 리코는 지금은 별로 쓸모가 없는 방망이를 다루고 약한 면이 없고 끈기가 있는 대단히 터프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한다.

보스는 명령은 내가 하고 분할도 내가 한다는 조건으로 리코를 최고의 운전수, 작지만 확실한 놈, 정말 똑똑한 갱들이 있는 조직의 똘마니로 받아들인다.

조는 클럽에서 춤을 춘다. 올가( 글렌다 패럴)와 궁합이 잘 맞아 금세 애인이 된다. 하지만 올가는 조가 가슴에 총을 품고 다니는 갱이라는 것이 못마땅하다.

리코는 보스보다 한 수 위인 빅보이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에 참석하는 등 위세를 높인다. 급기야 보스나 빅보이도 절절매는 범죄위원회 사령탑을 살해한다.

리코는 독립된 보스로 성장한다. 조는 그쪽 일은 절대 하지 말라는 올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갱은 한 번 시작하면 그만 둘 수 없다며 괴로워한다. 경찰의 추적이 시작된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 밀고하려는 조직원은 죽는다.

많이 죽일수록 리코의 힘은 꺼지고 이제 리코는 거물이 됐다. 그를 위해 박수를 치고 훔친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를 선물 받으면서 멋진 놈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그가 바라던 대로 신문에도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난다. 환한 얼굴로 가판대에서 10부씩이나 신문을 산다. 반대파는 리코를 죽이기 위해 습격하지만 총알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리코는 중얼 거린다. 총을 제대로 쏠 줄 모르는 군. 표적이 된 리코는 자신의 동선을 밀고한 것이 조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차마 친구를 죽일 수는 없다. 냉혈한에게도 우정이라니.

리코는 승승장구한다.

지역 보스를 기습해 총을 들이밀며 내일 아침까지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박스에 담아 떠나게 하겠다고 협박해 그 지역을 접수한다. 빅보이의 초대를 받는 리코는 빅보이의 시대도 끝났다는 것을 안다. 그가 1인자가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리코의 집에 조가 온다. 조는 리코의 화려한 집에 주눅이 들지만 갱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 너 말고는 믿을 사람이 없다고 리코는 조에게 같이 하자고 간청한다. 인생에서 가장 큰 기회를 가져보자고 설득한다.

하지만 조는 올가와 함께 춤추는 것이 총질하는 것보다 좋다. 리코는 조에게 너는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올가에게 가면 자살행위라고 협박한다.

리코가 빅보이와 전화하는 사이 뒷문으로 도망친 조는 올가에게 함께 떠날 것을 재촉한다. 올가와 옥신각신 하는 사이 리코가 들이닥치고 잠시 후 경찰도 온다.

리코는 오른팔 조직원과 간신히 빠져나와 조와 올가를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추격하는 경찰은 조의 오른팔인 조직원을 죽인다. 리코는 구사일생으로 도망친다.

이후 리코는 그가 태어나서 자랐던 빈민촌에 숨어든다. 그 사이 그가 모셨던 보스는 교수형에 처해지고 술로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리코는 어느 날 신문을 읽는다.

“강력계 형사 말에 의하면 리틀 시저는 위기에 처하자 겁쟁이처럼 도망쳤다. 용기도 없었고 머리도 좋지 않았고 겁쟁이였다.”

리코는 불같이 화를 낸다. 나에 대해 이런 기사를 쓰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다.

형사에게 전화를 건다. 너희가 그렇게 대단해. 나에 대해 신문에 대고 욕을 해. 내가 용기를 보여준다고 횡설수설한다. 위치 추적을 끝낸 경찰이 급습한다. 형사는 안면에 미소를 띤다. 이런 기사를 계속내면 언제간가는 연락해 올 줄 알았다. 자만심이 대단한 놈이니까.

리코는 커다란 목 때문에 특별한 로프에 걸려 교수형에 처해지는 대신 6.25 때 인민군들이 썼던 따발총 같은 총에 맞아 죽는다.

조와 올가의 선전 간판아래서. 성미는 고약하고 성질은 잔인한 리코의 일생은 여기까지다.

국가: 미국
감독: 머빈 르로이
출연: 에드워드 G. 로빈슨, 더글러스 페어, 글렌다 패럴
평점:

 

팁: <리틀 시저>는 고전 갱스터의 3대 영화중 하나로 꼽힌다. 대단한 영화 <공공의 적>(1931) <스카페이스>(1932)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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