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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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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1943)
  • 의약뉴스
  • 승인 2015.03.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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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처럼 새파란 중위가 장군을 체포한다.

총을 들고 왕립 수영클럽에서 벗은 몸으로 체포된 클라이브 캔디( 로저 리베세이 )장군은 배가 나오고 콧수염을 기르고 늙은 기색이 역력하지만 혈색이 좋다.

그가 만만하게 체포될까.

마이클 포웰, 에머릭 프레스버거 감독의 <블림프 대령의 삶과 죽음>(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은 하지만 쿠데타와는 상관이 없다. 그래서 총 맞아 죽을 일도 없다.

영화는 요란 벅적하게 시작됐지만 사실 이 첫 장면은 코미디 적 요소가 강하다. 주제를 관통하는 힘은 제목 그대로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캔디 장군( 제목은 코로넬 즉 대령이지만 영화에서는 장군으로 나온다.)의 군대생활 이야기다.

 

2년 군대 갔다 오면 죽을 때까지 그 이야기를 할 만큼 해야 할 말이 무궁무진 한데 무려 40년 넘게 군 생활 했으니 한 번 ‘썰’을 풀면 ‘구라’는 멈추기 어렵다.

영국이라고 군대 생활이 편하기만 하겠는가. 더구나 보어전쟁과 2차 대전을 치른 노병의 이야기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

총구를 들이 밀었던 젊은 장교는 전쟁은 자정부터 시작이라는 장군의 노기 띤 목소리에 적도 그렇게 생각하겠느냐, 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기습 공격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작전 개념으로 맞대응한다.

장군은 똥강아지 같은 놈이 까부는 것이 심히 불쾌하다. 내가 그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네 놈이 알기나 하느냐고 호통을 친다. 화면은 자연스럽게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아프리카, 소말리아, 요르단의 전투경험이 생생하다. (전투중에 사냥도 열성이었나 보다. 집에는 사자, 사슴, 호랑이, 곰 등 각종 동물의 머리가 박제된 채 벽에 붙어 있다.) 전쟁 중에도 휴가는 있다.

4주 휴가를 얻어 베를린에 온 캔디는 그곳에서 독일군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테오 ( 안톤 월부룩)대위와 결투를 벌인다.

82명의 장교 중 제비뽑기로 뽑힌 테오는 부대 막사에서 스웨덴 장교의 심판에 따라 캔디와 칼싸움을 벌인다. ( 칼의 무게는 600그람을 넘어서는 안되고 결투 시작 전에 상대방에 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 해도 된다. )

부상을 당한 두 사람은 같은 병동에 입원하고 거기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영국에서 온 영어 가정교사 이디스 ( 데보라 커)를 만난다.

이디스와 애인 사이였으나 캔디는 테오가 그녀와 결혼하려고 하자 아무런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집으로 오는 도중 그도 이디스를 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고 후회한다.

시간은 흘러 제 2차 대전 당시. 패잔병 테오는 영국군에 포로로 잡힌다. 테오를 찾기 위한 캔디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영국의 요오크셔 지방에서 막 온 62명의 간호사는 누군가를 치료하고 싶어서 안달이다.

거기서 캔디는 이다야와 꼭 닮은 20살이나 차이가 나는 간호사 바바라 원( 데보라 카)을 만나 결혼한다. 의류공장은 카키색 옷감 대신 화사한 색깔의 옷을 만들어 내기에 바쁘다. 전쟁이 끝난 것이다.

테오를 애타게 찾던 캔디는 포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만난다. 18명의 종업원이 있는 넓은 집으로 테오를 초대한 캔디와 일행은 패전국 장교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테오는 떠난다.

내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는 절망에 쌓인 테오와 독일의 재건이 유럽 평화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캔디 일행의 격려는 패전국과 승전국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전쟁이 끝났어도 캔디는 여전히 군에 남아 있다. 전쟁을 대비한 훈련도 계속된다. 다른 사람은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다고 기뻐하지만 캔디는 육군성에 가서 다음 전쟁은 어디입니까? 빨리 나를 써주십시오 하기를 학수고대하는 타고난 군인이다.

그는 슈베르트 음악을 듣고 많은 시인과 세계적인 예술가를 배출한 독일에서 나치가 활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장면은 바뀌어 뮌헨 경찰서. 오랜동안 망명의 길에서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테오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한다. 아내 이디야는 죽고 두 아들과는 연락이 안 된다. 나치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한 영국인을 만나 평생 친구로 지낸 이야기를 전한다. 전쟁이 만들어낸 고국과 이국의 경계에서 낯설어 하는 독일 판 ‘디아스포라’라고나 할까. 테오는 전쟁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전쟁의 광기가 가져오는 거짓과 그 거짓을 잉태하는 또 다른 전쟁을 증오한다.

하지만 캔디는 여전히 순진한 구석이 있다. 평생 군인으로 살고 숱한 전투를 치렀지만 영국신사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방송국은 그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육군성은 그를 해고한다.

화난 캔디를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위로하는 테오. 그 자리에는 캔디의 운전병인 예쁜 여인( 데보라 카)이 있다.  머리에 흰머리가 가득한 늙은 테오는  운전병에 호감이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 전개나 결실은 없다. 영화가 끝나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영화를 영국 판 <시민케인>이라고 추켜올리기도 한다. 처칠 수상은 이 영화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한다.

전쟁 중에 애국심을 고취 하기는 커녕 신사도 정신이나 이야기하는 이런 코믹 영화는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시간 43분의 긴 영화는 캔디 장군을 체포하는 시점으로 되돌아 오면서 마무리 된다.

국가: 영국
감독: 마이크 포웰, 에머릭 프레스버거
출연: 로저 리베세이, 안톤 월부룩, 데보라 커
평점:

 

 

 

팁: 주인공으로 나온 로저 리베세이의 좌우 대칭이 되는  앞가르마를 탄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1인 3역을 해낸 데보라 커다. 3명의 여자로 변신한 그녀의 미모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뽑고도 남는다.  데보라 커가 1990년 86살의 나이로 사망하자 BBC는 ‘성공적인 영국의 수출품’이라거나 ‘영국의 장미’라는 표현으로 애도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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