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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ㆍ영상전문의ㆍCT' 동일 다른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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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ㆍ영상전문의ㆍCT' 동일 다른 판결
  • 의약뉴스 강현구 기자
  • 승인 2015.02.1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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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규칙...재판부마다 다르게 판결

건보공단이 환수처분을 내린 병원도 같고, 그 병원에서 나온 의료영상을 판독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도 같은 사람이다. 심지어 문제가 된 CT도 같은 기기인데 판결만 다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최근 행정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이 부산의 한 병원을 상대로 내린 요양급여비환수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법적 소송에서 재판부마다 다른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는 의사 A씨가 건보공단을 상대로한 요양급여비환수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환수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고, 제12부는 B씨가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진행한 사건에서 환수처분을 인정했다.

이 두 사건은 원고가 A씨, B씨로 다르긴 하지만 이 둘은 같은 병원의 병원장으로, B씨에서 A씨로 병원장이 바뀌었을 뿐 완전히 동일한 사건이다.

▲ CT.

A씨와 B씨는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A씨는 전산화단층 촬영장비(Computed Tomography, CT)를 설치한 뒤 영상의학과 전문의 C씨와 의뢰한 의료영상에 대해 판독을 하고 전문적인 정보 및 기록을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의 비전속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자 건보공단은 의료법 및 특수의료장비 규칙을 위반해 이 사건 촬영장치 관련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내렸다.

같은 병원, 같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비전속 문제로 다툰 이 사건은 재판부마다 각기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

먼저 선고가 된 행정법원 제11부는 “의료법 제38조 제1항은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수의료장비를 등록해야하며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설치인정기준에 맞게 설치·운영해야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이에 따라 제정된 운영규칙 제3조에 의하면 특수의료장비는 [별표 1]의 설치인정기준에 맞게 운영해야한다”고 밝혔다.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제1항 [별표1]을 살펴보면 전산화단층 촬영장치(CT)의 운영인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비전속 1명 이상, 방사선사 전속 1명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제11부 재판부는 “운영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전속이란 ‘일정한 소속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것’을 말하므로 의료기관과 의사 사이의 구속력에 차이가 있을 뿐 문언상 출근 등 근무형태나 근로시간을 규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인 경우에도 등록 요건을 충족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는 취업계약한 의료기관 이외 장소에서도 촬영된 파일을 받아 운영규칙에서 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영상의학과 의사가 반드시 출근을 해야 했다면 ‘상근의사’ 등과 같이 고시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운영지침에 ‘비전속 의사’로 규정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제12부 재판부의 생각은 제11부와 달랐다.

 
제12부 재판부는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제1항 [별표1] 제1호에서 CT의 운영인력기준으로 영상의학과 전문의 비전속 1명 이상을 규정한 것은 병원에 전속돼 있을 필요는 없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특수의료장비 의료영상 품질관리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임상영상 판독업무를 수행해야하는 의미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C씨는 이 사건 병원에서 전혀 근무하지 않았고 이 사건 촬영장치를 이용한 촬영 후 상담이 필요한 경우 전화상으로 가끔씩 상담을 하기만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특수의료장비 업무의 총괄 및 감독, 영상화질 평가, 임상영상 판독 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특수의료장비 설치인정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의 용양급여에 필요한 적정한 인력·시설 및 장비를 유지해야한다”며 “이 사건 촬영장치가 영상의학과 전문의 비전속 1명 이상이라는 CT의 운용인력기준을 위반했기 때문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없고 A씨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비용은 부당한 방법으로 받은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사건에 대해 두 재판부 간의 판결이 다른 것에 대해 건보공단 법무지원실 김준래 선임전문연구위원(1급, 변호사 사진)은 비전속의 의미를 다르게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양 재판부 모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비전속인 건 동일하게 봤지만 의미를 다르게 판단했다”며 “12부 재판부는 비전속 의사가 특수의료장비를 운용해야한다는 의미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해 다른 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모순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특수의료장비 규칙 제3조 제2항을 보면 CT 등 특수의료장비는 설치해놓고 멀리서 판독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김 변호사는 “비록 비전속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의사가 의료기사를 지휘·감독해야하고 기기가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봐야하는 등 요양기관을 방문해서 운영해야한다”며 “원거리에서 판독만 해도 된다고 한 판단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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