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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피해사례 수집과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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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피해사례 수집과 정부의 역할
  • 의약뉴스
  • 승인 2015.02.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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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와 한의계의 싸움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줄을 잡고 있어 어느 한 쪽이 밀려 나거나 줄이 끊어져야 결판이 날 모양이다.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싸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어 이를 보고 있는 국민의 심정은 답답함을 넘어 짜증스러움으로 다가온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은 한의사 입장에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침체에 빠진 한의학을 되살리고 다 죽은 한의원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대 의료기 사용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신비스럽고 그래서 비밀스러운 것이 장점이었던 한의학이 이제는 극복해야 할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단점을 이겨내는 방법은 현대 의료기 사용이고 의료기를 사용할 경우 더 이상 비과학적이어서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환자들의 잃었던 믿음을 어느 정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때 한의원은 호황을 누렸다. 한 때가 아니라 수 십년 혹은 100년 넘게 한의원과 한의사들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경동시장의 한약재 시장은 흥청거렸고 보약을 지으려는 서민들의 발길은 한의원 문턱을 닿게 만들었다. 그러다 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처방과 진단 그리고 조제라는 등식이 성립되자 한의원은 급속히 열기가 식어 들어갔다.

한의대생들의 인기는 의대나 약대보다 낮아지고 한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존경의 대상에서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고 어중간한 의료인 정도로 격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한동안 지속돼 왔고 한의원은 고사 직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한의사들이 현대 의료기 사용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뒤늦은 감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이라도 유일한 탈출구로 의료기를 지목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전략이었다.

한 줄기 서광이 한의사들에게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난관이 가로 막았다. 바로 철벽과도 같은 의협의 존재다. 의협은 한사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에 반대해 왔다.

급기야 정부는 규제 기요틴이라는 살벌한 용어를 들고 나오면서 한의사의 의료기 사용을 허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러자 의협 추무진 회장은 바로 단식에 들어갔고 다음날 복지부는 한의사의 ct 사용이나 x-레이는 기요틴의 대상이 아니라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는 한의협 김필건 회장이 단식에 돌입했다. 하지만 의협 회장이 단식할 때처럼 복지부가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단체장이 단식했다고 어제 했던 말을 오늘 바로 뒤집으면 정부 정책은 배가 산으로 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김회장이 단식 10일도 못돼 병원으로 실려가고 두 단체는 며칠간 소강상태를 벌였다.

하지만 곧 불씨는 되살아났다. 양 단체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대국민 여론전 특히 환자의 여론이 사태해결의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다는 생각하에 서로 피해 사례를 수집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계는 한의사가 암암리에 사용하는 의료기 불법사용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다. 이에 질세라 한의계는 의사의 잘못된 치료, 과잉진료에 대한 피해를 확보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서로 상대의 아킬레스 건을 자르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시동은 의협이 먼저 걸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달 15일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불법사용으로 인한 피해사례 및 자료 수집 협조요청’이라는 제목으로, 시도의사회 및 각과개원의협의회, 의학회 등에 공문을 보냈다.

의협은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험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등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사례 및 자료를 수집해 대한방 및 대정부 정책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고 수집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의협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의한 부작용 등 피해사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의한 부작용 등 관련 자료(국내외 논문, 학회 발표자료) ▲카복시 기기의 현대의학적 원리에 의한 개발 의료기기임을 반증하는 논문 자료 등을 요청했다.

이에 한의협도 질세라 의사의 수준미달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사례 수집으로 맞불을 놓았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 역시 공문으로 “최근 정부에서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규제기요틴’ 안건으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철폐를 확정한 가운데 양방 의학계에서는 근거 없이 한의사 및 한의학에 대한 폄훼와 무조건적인 반대만을 얘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어 “의협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부작용 사례를 수집한다는 어이없는 공문을 발송했으니 이에 참의료실천연합회와 협조해 의사들의 수준이하 시술 및 처치 등으로 인한 피해사례 및 자료를 수집해 국민 계몽활동 및 대정부 정책 자료로 활용하고자 한다” 그 이유를 역시 명확히 했다.

우리는 양단체의 싸움을 먼 산 불구경하는 차원이 아닌 실제로 염려하는 기분으로 두 단체에게 엄중한 경고의 서신을 보내고자 한다. 과연 두 단체가 벌이는 싸움이 진정 국민과 환자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것은 찾아내 고치고 재발방지를 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상대의 흠집을 찾아 내는 것을 최고의 공격 수단으로 삼는 작금의 방법은 찬성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받기 십상이다.

피해사례 수집에 대해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한의협의 피해사례 수집은 의협에서 현대의료기기 부작용 사례를 수집한다고 해서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작된 것”이라는 사실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이나 환자 보다는 의협의 공격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분명히 나타났다는 점이다.

“오진 사례는 한방보다 양방이 훨씬 많은데 이런 부분을 제대로 조사해서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뜻”이라는 부연설명을 달기는 했지만 이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겸대변인은 이에 “보건의료계의 문제는 합의를 하거나 국민의 설문조사를 해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우리나라의 정해진 면허체계가 있고 그걸 준수해야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신 홍보 이사 역시 국민을 내세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원칙에 중심을 두고 국민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러 현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적인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낼 것”이라고 예의 국민을 언급했다.

우리는 최대 의료단체인 의협과 한의협이 벌이는 이같은 논쟁이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기를 바라고 있다. 그 방법은 피해사례 수집 같은 흠집내기가 아니다.

면허 운운하면서 상대를 자극하는 발언도 아니고 반작용으로 시작했다는 자존심 대결도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런 해결책 없는 싸움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건을 내놓고 공개 토론 등 토론과 대화를 통한 해결책이다. 요즘 유행이라는 끝장토론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중간지점에서 타협하기를 종용한다. 한의사의 의료기 사용에 대한 의사들의 양보가 있다면 한의사는 의사의 고유영역 만큼은 침범하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여론을 살피면서 유리한 쪽의 손을 들어 주기 보다는 적극 중재에 나서고 토론을 주도 하면서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두 단체에만 맞겨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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