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을 누락한 전자의무기록은 진료기록부를 갈음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소를 기각했다.
A씨는 자신의 병원에 내원해 치료한 환자 B씨에 대한 진료기록을 작성하면서 일부는 수기로, 일부는 전자문서로 작성했는데 의사지시 기록 및 임상병리 결과 보고를 전자문서로 작성하면서 의사 서명란에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복지부는 A씨가 구 의료법 제21조 제1항을 위반해 진료기록부 등을 기록하지 않고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15일 및 경고 처분을 했다.
A씨는 “일부 서명을 누락했을 뿐 B씨에 대한 진료기록을 모두 작성했으므로 이 사건 자격정지 처분의 처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료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10년 전에 있었던 일로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러한 경우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상 감경 조항을 적용받아야하는 점을 볼 때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재판부는 “구 의료법은 개정 당시 전자의무기록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면서 전자서명을 하도록 하는 한편, 제21조의2 제2항에서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보전하는데 필요한 시설 및 장비를 갖춰야한다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18조의2는 의료법 규정에 따라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전자의무기록을 안전하게 관리·보존하기 위해 갖춰야할 장비로 ▲전자의무기록의 생성과 전자서명을 검증할 수 있는 장비 ▲전자서명이 있은 후 전자의무기록의 변경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백업저장시스템을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전자서명을 하지 않은 진료에 관한 기록은 의료법에 의한 진료기록부 등을 갈음할 수 있는 적법한 의무기록으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라며 “이 사건 병원은 전자서명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고 A씨가 의사지시 기록지, 임상병리 결과 보고서를 전자문서로 작성하면서 전자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격정지 처분사유는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검사가 진료기록부 기록과 관련한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 도과를 이유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을 했지만 이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의한 감경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 사건 자격정지 처분에 따른 자격정지 기간은 비교적 단기간이어서 A씨의 향후 진료 등에 현저한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