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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과 한의협 회장의 단식을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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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과 한의협 회장의 단식을 보는 시선
  • 의약뉴스
  • 승인 2015.01.2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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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상공회의소 앞에는 찬바람이 강하게 불었다. 체감온도는 영하 10여도를 밑돌 것으로 보였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었다. 김회장은 호소문을 낭독하고 이내 자리를 깔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이 지난 20일 단식을 시작한 후 꼭 8일만이다.

김회장은 "양의사 회장이 단식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복지부는 규제 기요틴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와 초음파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며 사실상 백기투항 했다"고 단식의 책임을 복지부에 돌렸다.

김회장은 "복지부가 양의사협회의 갑질에 굴복, 하루 만에 국민을 외면하고 양의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의 건강증진과 불편해소, 한의학의 과학화를 통한 한의약 산업발전을 이룰 수 있는 보건의료분야 규제기요틴의 핵심이자 상징"인데 이를 복지부가 저버렸으니 단식으로 저항하겠다는 것.

"일그러진 규제기요틴을 다시 바로세울 곳은 국민의 요구와 대한민국을 살리겠다는 대통령님의 의지를 통해 규제기요틴을 시작한 이곳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뿐“ 이라면서 단식 장소로 상공회의소 앞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한의사들은 이번 규제기요틴이 성공적으로 실현돼 국민건강과 진료선택권이 더욱 보장되고 국민의 불편이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사실상 이런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 보였다.

이에 앞서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지난 20일부터 6일간 규제 기요틴을 반대하며 단식을 한 바 있다.

비록 일주일에 못 미치는 짧은 단식이었지만 추회장의 단식은 김회장의 말마따나 그 다음날 바로 효력을 보였다. 앞서 말한 대로 복지부가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규제 기요틴에서 제외한 것이다.

단식을 시작하면서 추회장은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규제기요틴 정책을 발표했는데 경제 논리에 의해 의료전문가와 상의 없이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 사용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고 단식 배경을 설명했다. ‘

이어 “의료계 지도자들은 이 시간부터 ‘보건의료 기요틴’ 정책을 ‘국민건강·안전 외면정책’이라고 규정한다”며 “규제철폐가 아무리 시급하다 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라는 기본원칙이 있는데 이번 정부 정책은 그 선을 넘는 나쁜 정책”이라고 복지부에 날을 세웠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시대적 소명과 의학적 양심에 따라 단식에 돌입하겠다” 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방향으로 보건의료정책을 수정할 때까지 단식을 통해 양심의 목소리를 대변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이익단체 중 파워가 센 두 단체장이 연이어 벌이는 단식투쟁에 오죽 다급했으면 그러겠는가 하는 동정의 시선을 보낸다. 사실 규제 기요틴은 두 단체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한쪽이 얻으면 다른 한쪽은 잃게 돼 있는 아주 위험한 도박과 같은 것이다.

복지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두 단체 중 어느 한 곳이 힘이 약하면 그런대로 밀고 갈 수 있지만 힘으로 치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것이 의협과 한의협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란의 형국이다.

이제 한의협 회장이 단식을 시작했으니 복지부도 의협회장에게 준 선물과 같은 선물을 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익단체의 힘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줄수도 있고 불과 며칠 만에 정책을 뒤집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복지부의 답변이 어떤 식으로 정리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양 단체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단식을 벌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단체장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단체이니 만큼 회원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백번 옳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현안에 대해 서로 극단적 투쟁을 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누가 입게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두 단체장은 단식을 시작하면서 모두 국민건강을 앞머리에 세웠다.

국민건강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듯 한 모양새를 취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차라리 국민건강을 팔지 말고 밥그릇 지키기 혹은 밥그릇 키우기라고 한다면 그 뜻을 가상하게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 이치가 아무리 그렇다 쳐도 내 밥그릇 때문에 남의 밥그릇을 찬다고 말 할 수는 없기에 그냥 국민건강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분석이 더 타당성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김필건 회장의 단식은 추무진 회장의 단식보다 길게 갈 가능성이 있어보인다.

복지부가 단식을 멈추게 할 만한 당근을 제시하기가 어렵고 그렇다고 스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규제 기요틴이 오히려 의-한간의 극한 대립을 가져오고 국민건강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규제 기요틴을 놓고 벌이는 두 공룡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변질되거나 매듭지어질지 지켜보면서 더 이상 국민건강을 내세우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복지부가 할 일은 단체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려는 태도 대신 오직 국민건강이라는 외길만 보고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그래야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건강 백년대계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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