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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재 기요틴 경제보다 국민건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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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재 기요틴 경제보다 국민건강이 먼저다
  • 의약뉴스
  • 승인 2015.01.2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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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의 단식이 오늘로 꼭 3일째를 맞고 있다.

지난 20일 국민건강보호와 의료영리화 저지를 위해 의학적 양심에 따라 단식에 돌입한다고 밝힌 이후 멈추지 않고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단식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추회장은 그동안 우유부단하거나 투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단식을 계기로 결연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의사회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회원뿐만 아니라 배우는 의대생들까지 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하는 하는 등 추회장의 단식에 동조하는 범 의료계의 연합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추회장은 단식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규제기요틴 정책을 발표했는데 사전에 의료전문가와 상의 없이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의 사용을 허용하려 하고 있다” 고 분노를 터트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은 원격의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과 맞물리면서 의료계의 거센 저항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추회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 줄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부도 의료계의 요구를 들어 줄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이어서 추회장의 단식이 쉽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규제 철폐가 아무리 시급하다고 해도 반드시 지켜야할 것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인데 이런 기본원칙을 정부가 어긴 것은 선을 넘은 나쁜 정책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의료계는 직접 당사자인 한의계에도 의사와 한의사가 대학에서 배우는 교육이나 이후 수련 과정은 엄격히 다르기 때문에 의사와 한의사는 다른 면허를 부여하는 등 두 직종은 본질적으로 서로 배타적이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현대의학의 영역인 의과 의료기를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한의사에 호소 형식을 띄고 있는 의사들의 요구는 만약 한의사가 현대의료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의사면허를 추가로 취득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의사들의 반대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시대적 소명이고 의학적 양심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잘못된 보건의료정책을 수정할 때까지 단식을 통해 양심의 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것이 추회장의 각오다.

의협은 추회장의 단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22일 일간지 광고를 통해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에 나섰다.

광고는 내과학과 동의보감의 표지를 컬러로 싣고 ‘의학’과 ‘한의학’은 서로 원리가 다릅니다라는 제목을 달았다.

광고는 의사는 현대의학을 한의사는 한의학을 전공한 의료인이고 따라서 현대의학의 원리와 기초에 입각한 엑스레이, 초음파 , 혈액검사 등의 의료기기는 한의학의 기초 원리인 음양오행의 기, 혈 등을 진단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의료기 사용은 임상실습, 수련 등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에게 맡겨야 제대로 된 국민건강과 안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광고는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가정책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외면하고 국가 의료체계를 무너트리는 나쁜 정책이라고 끝맺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의료는 의사에게 한방의료는 한의사에게 맡기라는 것이다.

우리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을 놓고 의협이 강하게 반발하는 위와 같은 이유에 대해 일견 동조 의견을 보낸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기요틴 정책에도 딱히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렵다.

한의사가 의료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건강과 안전이 크게 위협 받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도 어렵다.

사실 엑스레이나 초음파, 혈액검사 등을 다루는 의료기기는 의사들 말처럼 임상실습이나 수련 등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의사들만이 시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만약 의료현장에서 의사외에 다른 병원인력들이 이런 기계들을 더 많이 다루는 경우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크게 위협받지 않는다는 뜻으로 달리 해석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 보다는 한의사들이 이런 기계를 다룸으로써 받게 될 개원가의 충격이 더 큰 이유로 보인다. 사실 개원가의 수입은 좋았던 옛날에 비하면 경쟁도 심하고 경영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의사들까지 가세된 시장에서 제한된 환자를 놓고 경쟁하게 되면 개원가의 입지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 불을 보듯 뻔 한 이치다.

반면 한의원들은 고사 직전의 위기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야기 보다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면서 이런저런 한의학 처방을 내린다면 환자들은 한의사들을 보다 과학적으로 신뢰 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계가 의약분업보다 더 심각한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양 집단의 직역갈등은 피할 수 없다.

정부 역시 규제 기요틴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 의협이 사실상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개최되는 전국의사대표자 결의대회가 사태해결의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의사 대표자들이 파업 등 극단적 선택을 할지 아니면 대화와 타협의 카드를 꺼내 들지에 따라 여론이 크게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규제 기요틴을 둘러싼 의-한 대립과 의-정 갈등을 지켜보면서 결국 승자는 국민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싶다.

의협이나 한의협 모두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에는 찬성하고 있는 만큼 어느 쪽의 주장이 과연 국민건강에 합당한지 판단하는 일만 남아 있다. 규제 기요틴은 경제 논리 보다 국민건강이 먼저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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