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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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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피아니스트를 쏴라(1960)
  • 의약뉴스
  • 승인 2015.01.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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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분짜리 흑백영화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피아니스트를 쏴라>(Shoot The Piano Player)는 평자와 관객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작품이다.

평자들은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렸고 관객들은 외면했다. 50년이 지난 지금 이 평가는 옳은가. 옳을 것이다.

지금 봐도 평자들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과 대사에 높은 점수를 줄 것이고 관객들은 내용도 헷갈리는 이런 영화를 돈 주고 일부러 보러 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좀 엉성하고 산만하고 애매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것이 누벨바그( 1950년대 시작해 1962년 절정에 이른 프랑스 영화운동. 새로운 물결을 뜻한다. )의 기수로 불렸던 트뤼포 감독이 정교하게 짜놓은 플롯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영화의 묘미는 배가된다.

한 때 유명 피아니스트로 잘 나갔던 샤를리 (샤를리 아즈나부르)는 형제들이 갱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관계로 자신도 그곳 세계로 애매하게 엮인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그가 갱인지 조차 알기 어렵다.)

쫓고 쫓기고 총을 쏘고 여자가 흰 눈위에서 붉은 피를 흘리며 죽지만 섬뜩하거나 소름이 돋는 것이 아니라 전혀 긴장도 안 되고 도리어 웃음까지 나오는 것은 이 영화의 장르를 코미디로 넣어도 무방하겠다.

제목이 피아니스트이니 피아노 치는 일이 주업이다.

그랜드 피아노는 아니지만 마치 절대음감의 소유자인것처럼 두드리는 건반은 경쾌하다. 진짜이름 에두아르에서 샤를리로 이름을 바꾸고 싸구려 선술집에서 연주하는 주인공.

사랑하는 아내는 그의 성공을 위해 기획자에게 몸을 준다. 샤를리는 이를 고백하는 아내에게 머리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위로를 해야지 마음속으로는 다짐하지만 몸은 문을 거세게 닫고 나가는 행동을 한다.

생각은 사내의 자존심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면서도 행동은 정반대다. 5층에서 아내는 떨어져 죽는다. 잠시 아내의 손은 피아노를 치는것 처럼 움직이다 멈춘다.

샤를리가 일하는 바의 웨이스트리 레나 (마리 뒤부아)는 예쁘다.

육감적이고 탄력이 넘친다. 그와 애인 관계를 유지하는 재미가 제법이다. 하지만 어린 동생을 옆방에 재우고 창녀 클라리스와 질펀한 섹스를 즐긴다. 이 때는  레나와 손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소심한 샤를리가 아니다.

작은키에 원숭이처럼 볼품없은 외모지만 벗은 육체는 털 사이로 단단한 근육을 보여준다. 여자와 사랑을 나눌 때는 여느 사내 못지않다. 아니 오히려 더 세다. 레나와 같이 귀엽고 몸 좋은 여자들이 좋아할 타입니다.

샤를리는 여자와 주로 거리에서 대화를 한다. ( 거리 촬영 장면이 많은 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이 아니고 스튜디오에서 제작할 형편이 못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생각을 한다. 말로 바뀌어 나오지 않는 생각은 영화를 시종일관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이다. 알듯 모를 듯 모호한 것, 결정을 못 내리고 우유부단한 것. 이런 것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그런데도 괜찮다, 좋다, 그래서 끝까지 본다는 생각이 자막이 올라 갈 때까지 계속된다.

이 영화의 힘은 시시한 것 바로 그런 것이다. 여배우들의 연기와 미모가 대단하다. 여주인공의 상반신 누드도 잠깐 나온다. 영화에서는 항상 이렇게 하지 하면서 엄청나게 큰 레아의 가슴을 가려주는 샤를리. 이 장면을 놓쳐서는 안된다.

여자를 비웃는 대사도 많이 나온다. 숫처녀이기 때문에 결혼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양반이다.

가령 운전하는 것이 유일한 자랑인 갱들이 차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자.

"여성들은 남성들을 자극하려고 별별짓을 다한다. 루즈는 왜 바르지? 손톱에 빨간색은 왜? 브라는 ? 하이힐은? 스타킹은 왜 신지? 실크 팬티는? " 앞자리에 타고 있는 레아는 그저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명작 < 400번의 구타>에 이은 트뤼포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필름 느와르( 범죄와 폭력을 다룬 검은 영화. 1950년대 프랑스의 영화비평가들이 쓰기 시작했다.) 치고는 대단히 부드럽고 정감이 넘친다.

눈덮인 근사한 집에서 샤를리의 형제들이 따르는 커피가 먹고 싶어진다.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커피의 향은?  맛은?  영화가 끝나고 아메리카노 한 잔 먹는다면 영화의 뒷담화가 없어도 좋을 것이다.

국가: 프랑스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
출연: 샤를리 아즈나부르, 마리 뒤부라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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