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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지도자의 언어와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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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 지도자의 언어와 품격
  • 의약뉴스
  • 승인 2015.01.2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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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고 지도자의 언어는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

단체장의 말은 단체의 위상을 전해준다.

지도자의 말이 꼭 ‘예수님 말씀’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도자의 언어는 경박스럽지 않아야 하고 일정정도의 품위가 있어야 한다.

시정잡배의 언어를 지도자가 흔하게 사용하면 그 지도자의 자격은 물론 그가 속한 단체까지 도매금으로 취급받는다.

그런 면에서 지난 17일 성북구약사회 총회석상에서 보여준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의 언어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조회장은 약 15분간의 긴 축사에서 장애를 가진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나 장애인 전체를 폄하하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약사회의 숙원 사업의 하나인 동일성분조제활성화와 관련한 발언을 이어가던 조회장은 돌연 "장애인 의원을 선정한 이유는 의협이 장애인 의원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 같아서"라고 말한 대목이 그것이다.

우리는 조회장이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비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성북구약사회는 조회장이 대한약사회장이 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곳이고 그곳에서 회장을 지내기도 했고 서울시약사회장에 당선되기도 했다.

대한약사회장이 당선되는데 큰 힘이 돼 준것도 성북구약사회다. 이런 들뜬 기분 때문이었는지 그는 축사를 하면서 고향이나 친정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만큼 정이 들고 편한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고 알아 듣기 쉽게 이야기 하는 와중에 이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만약사의 대장인 대한약사회장의 언어치고는 대단히 불친절했으며 사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었다.

의약뉴스는 조회장의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염려해 문제의 발언을 보도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한 개인의 단순 실수였을지도 모를 발언 내용을 전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판단을 구했던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우리는 고의가 아니라는데는 의견일치를 보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발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의 위치가 갖는 의미가 상당하고 그 자리가 사석이 아닌 공개석상이었다는 점에서 알려야 한다는 공익적 무게에 더 힘을 실었다.

보도 이후 조회장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다음날 직접 해명에 나섰다. 문제를 인식하고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몰아붙이거나 진의가 왜곡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지도 않았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면서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을 우리는 용기있고 적절한 행동이라는데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조회장은 언어를 잘 다루는 지도자 중의 한 명이다. 자신이 하는 발언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듯한 애매한 단어는 피하면서 정곡을 찔러 쉽고 편하게 현안을 설명하는 그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면서 숱한 습득의 과정에서 얻어졌을 것이다.

약사회원들은 그의 말을 통해 약사회의 방향을 짐작하고 현안의 과정을 이해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우리는 조회장이 이번 발언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 아마도 그의 머릿속에는 오는 연말에 치러지는 약사회장 재선에 대한 그림도 있을 것이고 더 나아가 정치인으로 도약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이다.

이번 화마를 계기로 '언어의 마술사'로 거듭 태어나기를 기대한다. 발언해야 할 때 비겁하게 침묵하지 않고 핵심을 피하가지 않는 그의 언변 스타일이 약사회원은 물론 국민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뚫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굳이 명연설이 아니라도 좋다. 말에 힘이 있고 인간의 영혼을 울리는 진실이 담겨 있으면 된다. 앞으로 듣게될 조회장의 언어는 이런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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