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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단과 검사 건보재정 악화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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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단과 검사 건보재정 악화 부른다
  • 의약뉴스
  • 승인 2015.01.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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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치과에 간 지인은 이런 말을 했다. 다짜고짜 방사선실로 끌고 가더니 사진을 찍었다.

왜 그러냐고 따질 새도 없었다고 한다. 사진을 안 찍으면 안돼냐고 물어볼 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직원이 찍자고 해서 찍고 나니 속았다는 기분이 들어 그 병원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의사 상담전에 사진부터 찍었다고 한다.)

이 지인은 잇몸에 피가 나서 병원을 내원한 경우였다. 평소 칫솔질과 치아관리를 잘해 50이 넘은 나이에도 영구치 손상하나 없이 잘 관리해 왔다.

그런데 일주일 전 쯤 잇몸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침에 양치 후 가글하는 중에 피가 조금 나왔다는 것이다.

기분이 상한 환자는 진료 중에 의사에게 촬영을 왜 했느냐고 물으니 다 하는 것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찍은 필름을 전등에 비추면서 몇 번 치아가 들뜨고 벌어졌으니 때우고 어금니 쪽에는 충치 기운이 있으니 갈아서 씌우고 사랑니는 불필요하니 빼자고 했다고 한다.

환자는  나는 피가 나서 왔고 사랑니 등은 아직 빼고 싶지 않다고 하자 그럼 계속 피가 나고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당장 시술하자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후에 다른 약속 때문에 시간이 없어 나중에 하자고 하고 서둘러서 그 병원을 빠져 나왔다고 몹시 기분나쁜 표정으로 말했다.

집에 와서는 어렸을 적 했던 소금으로 치아를 닦던 생각이 나서 두 어 번 소금 양치를 했더니 피가 나오던 것이 멈추고 그 뒤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이런 것이 과잉진료 아니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잇몸 치료 정도로 끝날 수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물론 그럴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을 찍기 전에 충분한 설명과 함께  환자 동의를 받았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면 그것은 병원측의 잘못이다. 그런데 대개는 일일히 설명하기 보다는 사진부터 찍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더 큰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고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 일 수 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과잉진료라는 의심을 받을만 했다. 사실 과잉진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전문가인 의사의 수준을 환자들이 따라가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선 예는  치과에 국한된 내용이지만 내과나 외과 등 다른 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없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과거보다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방사선 촬영의 경우는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방사선 피폭량이 적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적어도 방사선인것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자주 쏘여서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이다.

병원입장에서야 검사도 많이하고 그래서 진료비를 더 많이 타면 좋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병원 진료비 늘려주기 위해 몸에 해로운 검사를 마구 실시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이런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의미있는 자료 하나를 내놨다. 이 자료는 보건의료자원의 과잉현상이 건강보험재정 건실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기관별로 검사료나 특수장비료를 분석한 내용인데 총 외래진료비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심평원의 ‘정책동향’에서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김계현 박사는 이번 정책동향을 통해 보건의료자원의 과잉공급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보건의료자원의 과잉현상은 건강보험재정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총 외래진료비 대비 검사료 및 특수장비료의 비중이 3차 의료기관의 경우 40%가 넘었으며, 2차 의료기관의 경우도 20~35%에 달했다.

이같은 수치는 2·3차 의료기관의 외래진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사람의 눈이 미치지 못하는 곳의 경우 현대의료기의 힘을 빌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닌 중복검사나 고의 고가 검사는 건보 재정을 갉아 먹는 것은 물론 환자 의료비 증가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해야 한다.

우리는 의사의 양심과 병원의 도덕을 믿는 편이지만 간혹 이런 믿음에 상처를 주는 병원들이 있는 것 또한 사실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어쩌다 병원을 가게 되면 의사 상담이전에 무조건 사진부터 찍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사진을 찍지 않고도 진단과 처치가 가능한 부분까지 촬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인술과도 거리가 멀다. 

진료비 중 검사료가 지나치게 높게 나타나는 요양기관의 경우 심평원의 현지실사 등을 통한 계도와 적절한 패널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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