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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대부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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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대부 (1972)
  • 의약뉴스
  • 승인 2015.01.1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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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반찬은 아꼈다가 나중에 먹기도 한다.

식사가 끝날 무렵 마지막 한 점을 입으로 가져갈 때 느꼈던 흐뭇한 감정은 먹을 것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 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습관처럼 남아있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The God Father)를 뒤늦게 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묵혀두고 숙성시켰다가 입맛이 없을 때 먹고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였다.

역시 대부는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세 번 이상을 봤을 대부를 3년여 만에 다시 보니 마치 처음 맛보는 음식처럼 새롭기도 했으며 역시 예전의 그 맛이라며 다시 찾은 입맛에 감탄을 연발했다.

기껏 악의 무리를 그린 영화에 이토록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가 과연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거듭된 확신 때문이다.

 
필요할  때만 그 이름을 쓰는 돈 비토 콜레오네( 말론 브란도)는 거절못할 제의로 상대를 제압하는 마피아의 두목인데 관객들은 그에게서 악당의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악당은커녕 마치 존경하는 어떤 인물을 그리게 된다.

따라서 그가 말을 하면 명령으로 알고 당연히 실행해야 하고 그가 고통스러우면 같이 괴롭다. 그가 죽으면 영웅이 죽은 것처럼 길게 한숨을 내쉬게 된다.

이처럼 그와 관객이 같은 감정을 갖게 되는데 이는 콜레오네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의 연기가 연기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화해를 주선하는 자가 배신자"라고 하면 정말 배신자가 된다.

마이클 역의 알파치노 역시 마찬가지다. 권총 5섯 발을 맞고도 살아난 콜레오네 옆에서 마이클은 "이제 괜찮아요. 제가 보호해 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콜레오네의 아들인 마이클이 된다.

그에게는 대학생인 마이클 말고도 다혈질의 장남 소니( 제임스 칸)가 있다. 어릴 때 소니가 데려와 키운 양아들 톰 하겐( 로버트 듀발)은 변호사이며 고문으로 활약한다.

딸 코니( 탈리아 샤이어)의 결혼식이 화려하다. 대저택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하객들이 줄을 잇고 춤과 노래와 술이 넘쳐난다. 이렇게 좋은날에 콜레오네에게 부탁을 하러 오는 장의사도 있고 충성을 다짐하는 졸개도 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전반부에 이미 주요 등장인물은 거의 다 나온다. 그들이 하는 행동, 말투, 눈짓으로 관객들은 결혼식이 끝날 때쯤 이들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점치면서 한 눈을 팔지 못한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패밀리다.

우리말로 가족쯤으로 번역되겠지만 혈육의 가족뿐만 아니라 패거리 까지 일컫는 말이다.

패밀리 다음으로 친숙한 단어는 비즈니스가 되겠다. 패거리가 모여 사업을 벌이니 그 사업은 도박이 주를 이룬다. 매춘은 사업의 하나이나 도박처럼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 마약은 손대지 않는다.

정치인과 판사를 수하에 넣고 패밀리와 사업을 하는 콜레오네는 마약을 하지 않는 선한 인간으로 다른 패밀리와는 질적으로 다른 면모를 보인다.

콜레오네를 제외한 다른 패밀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악당의 이미지로 나오고 관객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

오직 콜레오네 패밀리만 같은 악당 짓을 해도 악당이 아닌 선량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악당과 악당의 대결이 아니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대결이 펼쳐지는 것이다.

선악이 구분 됐다고 해서 승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

콜레오네 패밀리도  골칫거리가 많다. 성질이 급한 소니는 여동생을 패는 처남을 죽사발 만들고 처남은 그런 소니를 함정에 몰아넣어 죽게 만든다. 마이클은 누나와 산다고 콜레오네를 우습게 본 매형을 잔인하게 처리한다.

살인자라고 울부 짓는 시누이를 달래는 마이클의 아내 케이(다이낸 키튼)는 묻는다.  (살인이) 사실이냐?  사업 이야기는 묻지 말라던 마이클은 거듭된 질문에 이번 한 번만 대답하지 하고는 태연스럽게 노라고 말한다. 누나의 행동은 단지 히스테리일 뿐이라고.

남편을 믿은 케이는 기분이 좋아 술병을 찾는데 그 때 마이클 앞에는 충성을 맹세하는 패밀리들이 줄지어 선다. 안색이 변한 케이는 그가 살인을 지시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영화는 너무 오랫동안 달려왔다.

무려 세 시간에 육박하는 175분이다. 영화는 끝난다. 영화가 더 늘어졌다면 케이는 남편을 몰아세우고 마이클은 물러서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둘은 갈라섰을까. 헤어진다면 마이클은 시칠리아에서 사랑해서 결혼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그 전에 콜레오네는 정원의 한 켠에 마련된 토마토 밭에서 손자( 마이클의 아들)와 놀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는다. 그가 죽을 때 관객들은 간디나 김구와 같은 영웅이 죽은 것처럼 안타까움을 느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 더 늘어놓는 것은 감독모독이며 관객 우롱이다. 세상의 모든 영화는 보지 않더라도 이 영화만큼은 보기를 권한다. ( 영화에 대한 자세한 평은 개똥밭의 참외처럼 널려 있으니 더 궁금하면 그것을 참고하시라.)

국가: 미국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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