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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요틴' 의-정 힘겨루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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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기요틴' 의-정 힘겨루기 아니다
  • 의약뉴스
  • 승인 2014.12.3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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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줄을 끊으면 커다란 칼날이 아래로 떨어져 죄수의 목을 동강내는 기구를 만든 사람은 프랑스 의학박사 ‘기요틴’이다.

우리말로 기요틴은 단두대로 해석할 수 있다. 단두대는 상상만으로도 공포를 가져온다. 1792년 프랑스 혁명당시 많은 사람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유명한 루이 14세나 마리앙투아네트도 단두대로 처형됐다.

사실 단두대는 진일보한 인간적인 사형제로 알려졌다. 단두대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사지를 찢는 거열형이나 불에태워 죽이는 화형 등이 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죽기직전 까지 고문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런 제도가 너무 고통스러워 기요틴은 단두대를 만들었고 단두대가 나온 이후 잔인한 사형법은 폐지됐다.

이름만으로도 무서운 단두대 즉 기요틴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회를 열고 규제개혁의 고삐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 규제 기요틴은 한 마디로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혁하는 것을 말한다.)

28일 국무조정실(실장 추경호)은 경제단체 부단체장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하는 규제 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결과 보건·의료계 규제개혁 대상은 크게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및 보험적용 확대 ▲비 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등이다.

여기에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규제 완화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분류 신설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등이 포함됐다.

어느 것 하나 예사롭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 핵폭풍 급의 거대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포함된 내용 가운데는 의사들이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사안들이 다수 들어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의사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의사들의 최대 이익단체인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정부의 정책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해치고 현 의료체계에 대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것.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것은 분명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는 발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와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체계 하에서 의료행위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으므로 한의사가 의학적 원리에 근거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의료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또 한방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대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의학적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된 술기(의료기기 포함) 중 적정 수가가 책정되었을 시 비용 효과성이 담보되는 항목에 대해 급여화 검토가 돼야한다”는 것.

이는 의과와 한방의 직역 갈등이 아닌 국민 건강 향상과 의료비 부담 경감을 위하여 한방 술기들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는 더욱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고 의협은 주장하고 있다.

문신행위와 카이로프랙틱 행위를 의료행위와 분리해 비의료인에게도 침습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반대 입장을 확실히 했다.

“문신행위의 경우 시술 후 피부에 켈로이드(Keloid)가 발생하거나, 상처부위의 염증 및 전염성 질환의 감염, 비후성 반흔 형성, 이물질 함입 육아종(foreign body granuloma) 등이 생길 수 있고  비위생적인 문신기구를 사용할 경우 B형 또는 C형 간염, 매독, 에이즈 등 세균 및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 또한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명백한 의료행위”라는 것.

또 “카이로프랙틱은 이미 도수치료라는 이름으로 의사를 통해 시행되고 있으며, 척추 및 내경동맥 박리(두경부의 혈액 공급을 하는 주요 혈관이 찢어지는 것) 1개월 이내 사망을 유발하는 뇌졸중(주요혈관 손상 등으로 발생한 혈전으로 인한 뇌졸중) 등의 부작용 사례가 보도된 고위험도 행위로 별도의 자격화 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해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반대 여론을 환기 시키기 위해 긴급 상임이사회를 열거나 복지부 항의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입장 수용이 안될 경우 11만 회원들의 전면투쟁도 경고했다.

여기에 서울시사회와 의협 비대위도 힘을 합치기로 해 규제 기요틴에 대해 의료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시의는 의협보다 더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대법원의 법리적 판단을 무시하는 법치주의 훼손이라거나 정부의 독단적 폭주 , 면허반납 등의 거친 표현이 여과되지 않고 성명서의 이름으로 내놨다. 규제개혁 기요틴 회의를 입법기관 위에 군림하는 국가 혁명위원회로 꼬집기도 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대기업 요구에 따라 자신들이 만든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제일 시급한 개혁 대상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이라고 회의에 참여한 공무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우리는 의료계의 반발과 저항이 일부 타당하다는데 공감을 표시한다. 그러나 힘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행동에는 반대한다. 11만 회원 동원이나 면허반납 같은 극단적 투쟁방법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다.

정부가 단두대라는 용어를 차용하기까지 한 것을 보면 개혁의지는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의료계가 반대한다고 해서 호락호락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용어에서부터 묻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의지를 의료계의 주장대로 이끌기 위해서는 반대이론을 더욱 가다듬어 여론을 환기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래야 의사들의 반대가 밥그릇 지키기가 아닌 국민건강을 위한 직업인의 당연한 주장으로 받아 들여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규제 기요틴은 의-정의 힘겨루기 게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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