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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10대사 타이틀, 생태계도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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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바뀐 10대사 타이틀, 생태계도 혼돈
  • 의약뉴스 송재훈 기자
  • 승인 2014.12.15 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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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동·보령 새 얼굴 약진...이익률 급감·원가율 급증

국내 10대 제약사 지도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리베이트 약가연동제를 시작으로 공정경쟁규약, 쌍벌제, 일괄약가인하에 한미FTA까지 제약계를 뒤흔든 이슈들이 연이은 탓에 제약계 생태구조도 급변하는 모양새다.

의약뉴스가 불과 3~4년 사이 급변한 제약계 지형도를 따라가봤다.

 

◇10대사 지형 지각변동
지난 2010년 전후까지만 해도 10대 제약사의 면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BIG5의 선두그룹과 6~10위권의 2진에 10위권 진입을 노리는 3진이 어느 정도 구획을 나눠 순위다툼을 했지만, 쉽사리 선진그룹으로 넘어서지는 못했다.

BIG5 선두그룹에서도 2~5위들이 혼전을 벌였을 뿐 동아제약의 독주가 이어졌고, 6~10위 사이에도 JW중외제약의 독주가 계속됐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6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JW중외제약이 주력제품의 특허만료로 부진에 빠진 사이 제일약품이 치고 나서며 순위표를 뒤흔들었고, 종근당이 바턴을 이어 받아 2진 그룹을 혼돈 속으로 몰아갔다.

이어 유한양행이 트윈스타를 시작으로 트라젠타와 비리어드까지 초대형 블록버스터 3종세트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넘보기 힘들던 동아제약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벌어지던 균열은 지난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형변화로 나타났다.

동아제약이 분사를 선언하며 선두자리를 내놓자 유한양행이 치고 나섰고, 10위권 밖에서 3그룹을 형성했던 광동제약은 삼다수를 끌어안으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나아가 JW중외제약과 한미약품의 연이은 부진으로 지난 3분기에는 광동제약이 업계 4위까지 치고 나섰고(3분기 실적 기준), 카나브를 앞세운 보령제약까지 10위권에 들어섰다.

특히 JW중외제약은 지난 10대 제약사 가운데 2013년 매출규모가 2008년보다 줄어든 유일한 업체였을 정도로 부진이 계속됐다.

◇상품 떼다 몸집 불려 상품비중 급등
갖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상위제약사들은 2008년 이후 2013년까지 5년간 30%이상(지난해 분사한 동아제약과 종근당 제외) 성장했다.

 
업체별로도 광동제약을 비롯해 유한양행과 녹십자가 50%이상 성장했고, 보령제약과 LG생명과학, 제일약품 등도 4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JW중외제약의 외형은 오히려 5년 전 보다 줄었고, 한미약품도 거의 제자리걸음했다.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위사들이 5년간 30%이상 성장했지만,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일괄약가인하와 한미FTA를 앞두고 “다국적 제약사의 물건을 떼다 파는 도매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던 우려를 스스로 증명하듯 상품 매출 확대를 통해 외형을 키운 것.

최근 2년사이 순위가 급증한 유한양행과 광동제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은 2008년 41.7%에서 지난해에는 68.5%까지 급증했고, 올해에도 3분기누적 상품매출 비중이 72.3%까지 치솟았다.

나아가 광동제약은 2008년 2.9%에 불과했던 상품매출 비중이 지난해 30%를 돌파한데 이어 지난 3분기에는 34.5%까지 급등했다.

더욱이 광동제약 매출의 30%이상을 삼다수가 차지하고 있다 보니 가파른 순위 상승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따가운 것이 현실이다.

양사가 상품매출 확대를 통해 외형을 크게 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현상은 상위제약사들에게 고르게 나타났다.

10대사와 10위권에 근접한 상위 업체 가운데 지난 5년간 상품매출 비중이 확대되지 않은 업체는 녹십자가 유일했다.

2~5위 사이에서 오르내리던 녹십자는 동아제약 분사 후 2위자리를 확실히 하는 분위기지만, 이 같은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상품매출의 비중은 2008년 47.3%에서 2013년 40.5%까지 줄어들었고, 지난 3분기에는 40%선 아래로 내려왔다.

이와는 달리 JW중외제약은 거듭된 부진 속에서도 상품매출의 비중은 22.4%에서 45%까지 급증했고, 10대사와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한독 역시 상품매출비중이 배 이상 증가했다.

◇커진 외형보다 더 폭등한 원가율
자체 품목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 못지않게 원가부담이 커진 것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일괄약가 인하의 여파가 크게 작용한 분위기다.

갖은 이슈 속에서도 외형은 키웠지만, 탄탄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아니라 겉만 부풀려진 모습이다.

 
10위권 전후의 업체들 중 지난 5년간 매출원가율이 상승하지 않았던 업체는 보령제약이 유일했을 정도로 원가상승 압박이 고르게 나타났다.

특히 2010년 이후 가장 뚜렷한 족적을 보여주고 있는 유한양행은 2013년 매출원가율이 5년 전에 비해 15.3%p 급증했으며, 지난 3분기에는 70%선을 넘어섰다.

또한 제일약품도 꾸준히 매출원가율이 상승해 75%선까지 넘어섰고, 한독 또한 지난해 70%선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한미약품은 외형 성장은 정체된 반면, 매출원가율은 50%선에 이르렀고, JW중외제약은 외형이 줄어드는 가운데 매출원가율은 증가하며 60%선을 돌파했다.

그나마 지난 3분기에는 매출원가율이 50%선을 넘지 않은 업체가 동아ST와 종근당 등 2개사에 불과했고, 60%선을 넘어선 업체는 제일약품과 유한양행을 포함, 13개사 중 7개사에 달했다.

◇부실한 몸집 불리기에 이익률 뚝, ‘속빈 강정’
상위 업체들의 부실한 몸집 불리기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크게 축소됐다.

지난 2008년만 하더라도 과반수의 업체들이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0위권 전후의 제약사 중 2013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어선 업체는 대웅제약이 유일했다(분사한 종근당과 동아ST는 집계 제외)

올해에 들어서도 녹십자와 종근당 등 2개사만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수치로 변화했다.

 

오히려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 업체가 전체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다.

최근 의료기기 업계 모 인사는 정부 정책 토론회에서 “가격 인하가 계속 인하되면 더 이상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가 될 듯하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의 하향 평준화 속에서도 대웅제약과 보령제약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보다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대일로에 들어선 연구개발비 부담
줄어드는 이익률 속에 늘어만 가는 연구개발비는 부담이다.

어려운 가운데에도 연구개발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호평도 가능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나친 부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0위권 전후의 제약사 중 지난 2008년에 비해 지난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이 줄어든 업체는 LG생명과학과 광동제약 등 2개사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유한양행의 연구개발비율이 다소 줄어들어 2008년 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연구개발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특히 한미약품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율은 2008년 10.1%에서 지난 3분기에는 25.2%까지 치솟았다.

LG생명과학은 다소 줄어들었다고 하나 여전히 매출액의 20% 가까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었고, 대웅제약과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의 매출액대비 연구개발비율 역시 10%를 상회했다.

정부가 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소홀하다며 일괄 약가인하를 추진하자 “이제 막 연구개발비가 대폭 확대될 시기”라고 호소했던 업계의 주장이 허언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래도 곳간은 차곡차곡...현금성 자산 증가
실속 없이 키운 세력이지만, 현금은 꼬박꼬박 챙겼다.

10위권 전후의 제약사 가운데 JW중외제약과 제일약품을 제외한 9개사(지난해 분사한 동아에스티와 종근당은 집계 제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확대된 것.

 
일각에서는 불안한 내수시장으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이라고도 하지만, 어찌됐든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실탄들은 꼼꼼하게 쌓아두는 모습이다.

특히 유한양행은 올해 들어 다소 줄어들긴 했지만, 현금성 자산 규모가 1733억원(3분기 기준)까지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2008년과 비교한 집계에서는 제외했지만, 동아에스티의 현금성 자산규모는 2259억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2008년 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며 800억원을 넘어섰고, 대웅제약도 배 가까이 증가해 600억원을 웃돌았다.

차곡차곡 쌓아둔 실탄들이 어느 곳에 쓰일지 관심이 쏠린다.

◇PIC/s, FTA 등 이슈 산적
지난해를 시작으로 10대사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FTA에 따른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아직 논란 속에 있는 우선판매품목제도가 시행될 경우 그에 따른 시장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뿐만 아니라 동아ST의 큐비스트와 대웅제약의 나보타, 보령제약의 카나브, 한미약품의 에소메졸 등의 수출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여기에 더해 PIC/s가입에 따른 수출시장 변화가 가져올 판도 변화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CJ헬스케어의 가세다. 지난 4월 CJ제일제당에서 독립한 CJ헬스케어는 그동안 CJ제일제당의 한 사업부문으로 실적이 집계됐지만, 이제는 당당히 한 개의 제약사로 실적이 집계된다.

올해 CJ헬스케어의 3분기 누적 매출 규모는 3176억원으로 같은 기간 10대 제약사의 끝자락에 위치한 JW중외제약이나 일동제약의 2900억대 전후 실적보다 상위에 있다.

다만, 지난 4월에 분사한 만큼, 연간 실적 집계로 10위권에 들어서는 데에는 다소 늦어지겠지만, 온전히 연간 실적이 집계될 경우 유력한 10대사 후보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다.

2015년, 일괄 약가인하 이후 혼전양상으로 접어든 10대사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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