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시그니포 LAR(Signifor LAR, pasireotide)를 희귀한 호르몬 장애 치료제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수술을 받을 수 없거나 혹은 기존의 소마토스타틴 유사체(SSAs)로 치료되지 않았거나 사용이 부적합한 말단 비대증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매달 1회 근육 주사하는 지속성 방출 제제인 시그니포 LAR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차세대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인 시그니포는 기존 약물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뇌하수체 종양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 첫 치료 대안이 될 전망이다.
말단 비대증은 보통 뇌하수체에 발생한 양성종양이 성장호르몬을 과도하게 생산하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손, 발, 얼굴 등 신체부위의 비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노바티스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1만 명 당 1~2명꼴로 말단비대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화학적 조절이 이뤄지지 않는 말단비대증 환자의 경우 심장병, 고혈압, 당뇨, 관절염, 결장암 등 심각한 건강문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노바티스 항암제사업부의 브루노 스트리기니 사장은 “말단비대증에 대한 시그니포의 승인은 이 희귀병에 대해 필요했던 치료적인 발전”이라고 말하며 “자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치료제를 전 세계의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승인은 시그니포와 1세대 소마토스타틴 약물을 비교한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시험 결과 시그니포는 성장호르몬과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수치를 통해 측정된 생화학적 조절 면에서 다른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바티스는 시그니포 LAR이 이미 주요 세계시장에 특허권이 만료된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약물인 산도스타틴 LAR(Sandostatin LAR)을 대체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산도스타틴은 작년에 15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노바티스가 가진 제품 중 다섯 번째로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집행위원회의 이번 승인은 지난 9월에 말단 비대증에 대해 시그니포의 승인을 권고한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시그니포의 약물은 2012년에 유럽에서 매일 2회 피하주사하는 쿠싱병 치료제로 승인된 바 있다.
노바티스는 올해 초에 미국에서 시그니포 LAR의 승인신청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쿠싱병에 대해 새로운 제제를 시험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