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고 자란 곳만큼 좋은 데는 없다. 그곳은 정지용 시 ‘향수’에서 말하듯이 꿈에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미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고향인 세인트루이스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스미스씨 부부는 성장한 두 딸과 정말 끝내주는 프린스턴 대학에 입학한 아들, 아직 어린 두 딸 그리고 할아버지 등 총 8가족이 살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이 가족 역시 크고 작은 일상이 매일 반복된다. 다 모이는 식사시간이 그 날 있었던 일들이 오가기에 적합하다.
가족들은 뉴욕 장거리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큰 딸 로즈( 루실 브레이머)의 연인이 청혼할 거라는 기대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하지만 연인은 나한테 뭐 할 말 없느냐?고 다그치는 로즈에게 전화한 거 알면 혼난다는 좀생이 짓 만 한다.
기대가 물거품이 나고 관심은 이제 둘째딸 에스더( 주디 갈란드)에게 모아진다. 옆집에 잘 생긴 남자가 있다.
노랫말처럼 그가 미소 짓는 순간 내 스타일 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린 에스더는 언니에게 그와 키스하겠다고 말하면서 들떠 있다.
기회를 잡은 에스더는 집에 쥐가 있어 불 끄는 것을 도와 달라는 핑계로 키스할 기회를 노린다.
하나 둘 불이 꺼지고 이제 분위기는 무르익었는데 이 녀석은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영 분위기를 잡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유명한 축제인 만국박람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식구들은 너나없이 들떠 있고 주디와 막내딸( 마그레트 오브라이언)은 틈나는 대로 노래를 부른다. 춤도 춘다.
화려한 색상의 옷이 미모와 잘 어울리는 주디의 노래 솜씨는 일품이다.
어느 날 아빠는 아내에게 선물을 준다. 눈치 빠른 아내는 무슨 일 이냐고 먼저 묻는다. 뉴욕으로 발령난 사실을 신이 나서 말하는 아빠와 달리 가족들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고향을 떠나 뉴욕으로 가야하는 현실에 불만이다. 크리스마스는 여기서 보낼 수 있다는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대학도 다니고 가족의 미래를 위해 아주 좋은 기회라는 제의에도 묵묵부답이다.
가난해도 이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가족을 위해 돈을 더 많이 벌겠다는 아빠를 제외한 모든 식구들의 소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곧 시작될 축제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른다.
아내는 침울한 남편을 위로한다. 오랜만에 피아노 연주를 하고 아빠는 노래 부르고 2층으로 올라갔던 딸들은 내려와 부모 주위에 몰려든다.
1903년 겨울이다. 눈이 오고 썰매를 타고 눈사람도 만든다. 크리스마스 날 주디는 뒤늦게 합류한 이웃집 남자 존과 짝을 이루고 언니는 뉴욕에 사는 덜 떨어진 애인을 잊고 오랜 연인과 화해한다.
다들 모여서 흥겹게 춤을 추고 노래 부른다. 시간은 빨리 흐르고 뉴욕으로 가야할 시간은 점차 다가온다.
막내 꼬마는 야구방망이로 집밖에 세워둔 인형들을 마구 부순다. 달밤의 체조를 하는 꼬마의 행동은 할로윈 행사 때 죽이기 게임에서 승리한 것처럼 기괴하다. ( 이 장면은 공포영화라고 해도 손색없다. 마치 진시왕의 병마용 갱을 깨트리는 느낌이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빠의 행동은?
꽃피는 봄이 오고 드디어 만국박람회가 개막됐다. 화려한 조명등 아래 가족들은 소리친다.
"이런 광경 처음이야. 이게 우리의 고향이라니. 믿을 수 없어."
해피 앤딩이다.
타임지는 빈센트 미넬리 감독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원제: Meet me in st.louis)를 ‘역대최고 영화 베스트 100’에 선정했다.
전쟁에 지친 미국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가족의 훈훈한 정을 강조한 이 영화는 고향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향찬가’를 잘 표현했다.
주인공 주디 갈란드는 오즈의 마법사에서 빨간 구두를 신고 종횡무진 활약하는 도로시 역을 맡았다. (영화 개봉후 감독과 주디 갈란드는 결혼했다. 이후 주디는 5번의 결혼과 4번의 이혼을 했다.)
국가: 미국
감독: 빈센트 미넬리
출연: 주디 갈란드, 마그레트 오브라이언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