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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하인(1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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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하인(1963)
  • 의약뉴스
  • 승인 2014.09.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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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말을 들었어야 했다. 여자의 눈은 때로는 남자보다 예리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하지만 토니(제임스 폭스)는 약혼녀 수잔(웬디 크레이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만한 하인을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과는 파멸이다.

플라타너스 앙상한 나뭇가지에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니 늦가을이거나 초겨울쯤 되겠다.

양복을 잘 차려입고 모자를 쓰고 우산을 챙겨든 단정한 남자가 거리를 가로질러 집으로 들어선다.

조셉 로지 감독의 하인(원제: The Servant)은 바레트(더크 보가드)가 하인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토니는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이 들어있다. 방문객이 찾아와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전날 많은 양의 맥주를 먹었기 때문이다. 곱상하게 생긴 주인은 상류층의 독신남이다. 밥을 해주고 집안일을 전반적으로 도와줄 하인이 필요하다.

그는 벌써 두 명을 면접했으나 바레트가 딱 마음에 든다.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정리하고 저택은 새롭게 단장된다. 토니는 거대한 도시 3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떠벌이처럼 브라질이니 정글이니 수백만 달러니 하는 추상적인 말을 뱉는다. 수잔과 사랑을 하면서도 결혼을 서두르지도 않는다.

왠지 모를 우유부단함이 느껴지는데 하인은 매사에 딱 부러진다. 13년간 군대생활을 하면서 파쇼 교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엄격한 규율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수잔은 그가 못마땅하다. 말 그대로 하인 부리듯이 대한다.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수잔과 토니가 정사를 벌이는데 노크도 없이 들어서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저 사람을 해고 하세요.”
“당신이 내 판단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

토니는 하인을 내쫓기는 커녕 오히려 두둔한다.

어느 날 바레트는 여동생 베라( 사라 마일즈)를 하녀로 불러들인다. 하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토니를 유혹한다. 두 사람은 관계를 맺고 그 사실을 바레트는 알고 있다. 같은 배(비속어: 구멍동서)를 탄 사실을 주인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여동생이 아니라 애인이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상황은 묘하게 흘러간다. 늦은 밤 수잔과 집에 돌아온 토니는 바레트와 베라의 사랑 놀음에 크게 화를 낸다. 두 사람은 콧노래를 부르며 집을 나간다.

토니는 사업보다는 술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다. 혼자 술을 마시는데 바레트가 들어온다.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간청한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 진다.  하인과 주인의 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을 놓기도 하고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토니의 면전에서 큰 소리 치는 바레트는 더 이상 하인이 아니다. 심지어 나는 신사이고 너는 신가가 아니다라고 까지 말한다.

수잔이 찾아오지만 하인은 문전박대하고 얼굴에 담배연기를 품기도 한다.

토니는 점차 알코올 중독에 빠져 들고 바레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집에서는 밤마다 파티가 열린다. 바레트는 수잔과 키스를 하고 수잔은 바레트의 따귀를 갈긴다.

수잔이 쫒기 듯 나온 밖에는 눈이 내린다. 오싹하다. 하지만 좀 더 오싹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몹시 무서워지려고 마음먹는 순간 영화는 끝난다.

순간적으로 히죽 웃고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짓는 바레트 역의 더크 보가드 연기가 일품이다. 마치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안소니 퍼킨스를 연상시킨다.

주인 없는 집에 종이 주인 노릇하는 모습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애잔한 주제곡 ‘He was beautiful’은 후에 ‘디어헌터’에도 나왔다. 계단과 그림자가 반복되는 장면은 정교하고 치밀한 화면구성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조셉 로지 감독은 미국인 이지만 메카시 광풍을 피해 (의회 증언을 거부하고) 영국으로 건너와 10여년 만에 이 영화를 만들어 세계 영화사에 족적을 남겼다. 

국가: 영국
감독: 조셉 로지
출연: 더크 보가드, 제임스 폭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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